[섬진강칼럼] 로맨스를 상실해버린 우리 시대의 인물들을 보면서
[섬진강칼럼] 로맨스를 상실해버린 우리 시대의 인물들을 보면서
  • 박혜범 논설위원 <hmk0697@hanmail.net>
  • 승인 2020.07.12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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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박혜범 논설위원] 과거와 현재의 화폐 가치가 달라져버린 탓에, 지폐에 사용된 인물들을 간단히 평가 설명할 수는 없지만, 지금 우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천원 권(퇴계 이황(退溪 李滉,1501~1570)과 오천 원 권 율곡 이이(栗谷 李珥,1536~1584)를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별생각 없이 그냥 지폐에 사용된 그림을 보면, 퇴계의 매화와 율곡의 대나무(오죽,烏竹)는 동시대를 선비이며 대학자로 살다간 두 사람의 인생에서 보듯, 올곧은 선비의 정신과 군자(君子)의 상징인 이 두 사람의 영정을, 천원 권(1975년 발행)과 오천 원 권(1972년 발행) 지폐의 도안으로 사용한 것은, 새마을 운동으로 국가적 대변혁을 기획하는 박정희의 유신정권에서, 국민들에게 사회적 청렴성을 계몽 강조함과 동시에, 국가적 자긍심과 정권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보면 무난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것은, 게재한 천원 권 사진에서 보듯, 퇴계의 매화를 선비의 상징의 보는 것이, 진실로 사실에 부합하는 것이며 옳으냐는 것이다.

실존의 역사를 보면 일찍이 초혼한 아내를 잃고 재혼한 아내마저 사별한 후 자식까지 가슴에 묻고 상심의 세월을 보내던 외로운 중년의 남자 이황(1549년 48세 단양군수)이, 관기(官妓) 두향(杜香 18세)을 만나 서로 마음 깊이 사랑하였으나, 부부로 함께할 수 없는 나라의 법으로 금기된 풍속 때문에, 헤어져 사는 동안은 물론 생을 다하는 마지막 죽는 그 순간까지, 사랑하는 두향이 보내준 매화를 곁에 두고 그리워했던, 퇴계의 사무치는 절절한 사랑의 상징이었기에 하는 말이다.

두향과 헤어져 20년이 지난 1570년 69세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사랑하는 두향이 보내준 매화 화분을 곁에 두고, 날마다 두향을 보는 듯 애지중지 매화(두향매 杜香梅)를 바라보며 살다 마지막 임종의 한마디가 “매화에 물을 주라”는 것이었고, 지금도 도산서원에 두향매가 전해져 오고, 후손들과 후학들이 두향을 잊지 않고 그의 묘를 지켜오고 있는 것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선비이며 정치인이었고 대학자였던 퇴계와 기생 두향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한 그루 매화였음을 사실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대학자인 퇴계와 두향의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 이외에도, 기록들이 온전히 전하고 있는, 서경덕(徐敬德,1489~1546년)과 황진이(黃眞伊,1506?~1567?), 최경창((崔慶昌,1539년~1583년)과 홍랑(洪娘 생몰연대 미상), 유희경(劉希慶,1545~1636년)과 이매창(李梅窓,1573~1610년) 등 삼강오륜이라는 엄격한 유학(儒學)의 틀에 갇혀 살던 조선시대의 선비들과 기생(妓生)들이 만들어낸, 멋지고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생각하는 잠시, 나도 모르게 오버랩 되는 것은, 로맨스를 상실해버린 우리 시대의 인물들이다.

조선 최고의 성리학자인 퇴계와 기생 두향이 세대와 신분의 차이를 초월하여, 마음으로 주고받은 진실한 사랑이 깨우치고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남녀는 물론 늙은이나 젊은이를 막론하고, 진정한 사랑은 서로를 생각함에, 생각 생각마다 간절한 그리움으로 만나서, 마음의 설렘으로 교감하며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로 나가 조화를 이룰 뿐, 한마디로 이른바 만지고 주무르는 스킨십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인데........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었던 시장과 여배우의 웃지 못 할 스캔들을 비롯하여. 묵시적인 압력으로 여비서를 주물렀다는 죄명으로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충남지사 안희정과, 여직원을 추행했음을 자복 사표를 내고 조사를 받고 있는 오거돈 부산시장에 이어, 전직 여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하자 자살로 생을 마감, 자신의 추악한 범죄를 덮어버린 서울시장 박원순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사냥감을 추격하는 짐승들처럼, 닥치는 대로 자신들의 탐욕만을 쫓았을 뿐, 정인(情人)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 등, 인생의 참다운 가치인 삶의 여유를 모르는 한낱 속물들이었다는 것이다.

끝으로 지금 내가 궁금한 것은, 살아있는 권력들 기득권 세력들이 살아있는 자신들을 위해서 벌이고 있는 음모, 즉 그동안 권력으로 감추고 있던 사악한 성추행이 들통 나자, 부랴부랴 서둘러 자살해버린 서울시장 박원순을, 순직한 맑고 청렴한 정치인으로 부활시키고 있는, 황당한 작업의 끝이 어디냐는 것이다.

저급하기 짝이 없는 이상하고 괴이한 내로남불의 정치에 휘둘리고 있는, 어리석은 작금의 민도가 어디까지 붙좇아가서, 무슨 꼴을 당해야 정신을 차릴지 알 수는 없지만, 자연계를 보거나 흥망성쇠를 거듭하고 있는 인류의 역사를 보거나, 믿을 건 오직 하나 혼란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새로운 질서 새로운 치세(治世)가 도래한다는 난극당치(亂極當治)라는 진리의 한마디이며, 임박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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