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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감동적인 토요일의 산행...허명 송파자원봉사센터 소장

[칼럼] 감동적인 토요일의 산행...허명 송파자원봉사센터 소장

  • 기자명 허명 논설위원
  • 입력 2021.05.2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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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학교 폭력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면 의외로 잘 해결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서울시정일보 허명 논설위원] 며칠 전 송파경찰서로부터 특별한 초대를 받았다. 송파구내 여러 중고등학교 비행 학생들 및 학교폭력 가해학생들 아홉 명과 함께하는 남한산성 산행에 동참해달라는 협조전화였다.

우리 송파구 자원봉사센터와 송파경찰서는 얼마 전 학교폭력 근절과 예방을 위한 협약을 맺고 함께 관내 초, 중고에서 함께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 사실 3월 31일 토요일에, 개인적인 중요한 약속이 있었지만 청소년 문제와 관련된 이 행사에 꼭 참가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사실 나는 수십 년 동안 등산을 해본 적이 없다. 등산화도 등산복도 없이,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나섰다. 우리는 모두 오전 여덟시 삼십분에 송파경찰서에 집결했다. 가해 중고등 학생 9명 중에는 여학생도 한 명 있었다.

송파경찰서의 멘토 경찰관 다섯 분과 가해학생 학부모 세분, 송파구자원봉사센터에서는 나와 최부장이 참가했다. 민갑룡 송파경찰서장님과 이야기를 나눈 뒤 마천동코스로 출발했다.

화창한 날씨에 오늘 행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산에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학생들과 이야기도 나누었다. 중간까지도 못 올랐을 때  나는 힘이 빠져, 한 남학생에게 도움을 청했다.

공고 전자과 3학년인 이 학생과 손을 잡고 산에 오르게 된 것이다. 부모의 직업을 부끄러워하고, 가난을 싫어하는 이 학생에게 나는 하루 엄마가 되어 주기로 마음먹고, 나의 아주 가난했던 유학시절, 외국 학생들의 학교 생활 등을 이야기 해 주었다. 내 이야기를 열심히 들은 학생은 많은 질문을 하며 마음을 열기 시작하였다.

대학을 갈 수 없다고 좌절하지 않고, 하사관 학교로 진로를 정해놓고, 하사관학교에서 열심히 하면 기술을 배울 뿐 아니라 대학도 갈 수 있다는 정보와 함께 커다란 꿈을 갖고 있는 이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뭉클해졌다.

이렇게 착하고 마음이 여린 학생이 어떻게 그런 비행을 저질렀을까 믿어지지 않았다. 나도 이 학생에게 Ford 자동차 사장의 숨은 이야기 등, 주변의 성공한 인물들의 일화를 이야기해 주었다. 이 학생은 친구들과 재미삼아  열쇠가 채워있지 않은 남의 자전거를 가지고 와서 탔다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한 그 일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리라고 생각도 못했다고 털어놓는데,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그 친구들 두 명 모두도 우리와 함께 있었다. 집안 문제에 대한 반발로, 특히 엄마가 밉다는 이유로 학우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털어놓는 여학생도 있었다. 무슨 일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어린마음이 얼마나 괴로웠으면 학우를 괴롭히는 쪽으로 폭발했을까,

진심으로 후회하는 어린 여학생의 표정을 보면서 힘껏 껴안아 주었다. 학우를 때리고 현금 천원을 빼앗은 학생도 집안 문제에 대한 반발로 자기도 모르게 학우를 때렸다고 털어 놓았다.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눈물을 보이시는 아버지와 화해하는 그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모두는 박수로 격려했다. 수영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대학 체육과 지망생인 한 남학생은 친구 핸드폰을 빌려 달라고 해서 가지고 달아났다고 한다.

자기가 왜 그때 그런 일을 했는지 알지 못하겠다고 후회하는 빛이 역력했다. 이 학생은 지금은 과를 바꾸고 싶다고 하는 데 왜 바꾸려고 하는지 이유가 쉽게 납득가지 않아서 수영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체육과를 다시 생각해보라고 설득했다.

나는 이 학생에게 88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독일 수영선수 Gross,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의 고생담을 이야기 해 주었다. 이 학생이 박태환 같은 세계적인 훌륭한 수영선수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그렇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음을 열고 거리낌 없이 솔직한 얘기를 털어놓는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안타깝고 가여운 생각이 내내 떠나질 않았다. 등산은 사람들의 긴장된 마음을 풀어주는 것 같다.

격식과 경직된 인간관계에서 벗어나서 편한 복장으로 공기 좋은 산에서 함께 땀을 흘리면서, 중고등 학생들의 어린 마음속에 오랫동안 응어리진 말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정상에서 각자 한마디씩 느낌을 말하는데, ‘이렇게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산에 오르니, 오늘에서야 본인 잘못을 진심으로 후회한다.‘ 고 말한 한 남학생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또한 오늘 함께한 모든 학생들이 한 번의 잘못은 실수로서 용서가 될 수도 있지만 반복되면 습관이 되어 용서가 어렵다는 것을 배웠으리라 생각한다.

내려오는 길에 아이들과 잠시 신흥사에 들려 합장하고 절도 하였다.

등산 내내 나를 챙기며 나의 손을 꼭 잡고 내려왔던 나의 일일 아들이였던 박군과 그의 친구들이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각오와 함께 꼭 원하는 하사관학교에 입학하여 꿈을 펼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처럼 속이 시원하다며, 관심을 가져주신 어른들께 감사한다”던  내 일일 아들의 말이 자꾸 생각난다. 우리 어른들이 자녀들에게 더 많은 사랑, 격려, 배려 그리고 관용을 베풀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반성을 한 하루였다.

잘못을 처벌하는 것이 경찰의 주 임무인 것으로만 알아왔던 많은 사람들에게 이번 행사는 산 정상에서 맛보았던 그 시원한 바람처럼, 뜻밖의 감동적인 행사였다.

이번 남한산성 산행에 참가했던 가해학생들 모두에게서 진심어린 후회와 반성의 말들을 들으면서 이런 좋은 행사가 전국적으로 실시된다면 학교폭력 예방과 재발방지에 커다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번 행사를 통해서 알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모두가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학교 폭력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면 의외로 잘 해결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뜻 깊은 행사에 초대해주신 민갑룡 송파경찰서 서장님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 행사를 계획하고 정성을 다해 준비한 송파경찰서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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