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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문재인 정권의 통일안보라인 인사를 보면서

[섬진강칼럼]문재인 정권의 통일안보라인 인사를 보면서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0.07.0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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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의욕적으로 시작한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이, 처참하게 실패하고 있는 원인을 두고, 평론가들이 쏟아내고 있는 말들의 결론은, 미국과 북한 탓이라는 것인데, 촌부가 내리는 실패의 원인은 바로 문재인 자신

[서울시정일보]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남북한 인구 7천만에게 통일의 당위성을 묻는다면, 저마다 바라는 관점이 무엇이든, 통일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는 다 같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 저마다 바라는 통일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방법론을 질문하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남한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 다르듯, 국민 개개인의 숫자만큼 다양하고 다른 것이 이것이다. 한마디로 사납게 엉켜버린 실타래를 푸는 것보다 더 난해한 것이, 지금의 남북 통일론이다.

오랜 세월 원효대사가 전한 각각의 셋이 하나로 나가는 삼승일승(三乘一乘)의 삼국 통일론과 혜철국사가 전한 흩어진 셋을 하나로 되돌리는 한 송이 연꽃인 회삼귀일(會三歸一)의 후삼국 통일론을 연구 21세기 삼한통합인 동서화합과 남북통일을 염원하고 있는 촌부의 입장에서, 발표된 통일안보라인의 인사를 보면, 박지원 국정원장 내정자의 깜짝 카드가 놀랍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실망스럽기만 하다.

6·25전쟁 이후 70년 동안 남북한이 이끌어낸 통일론을 돌이켜보면, 1972년 7월 4일 발표된 박정희의 7·4 남북공동성명을 시작으로, 1991년 12월 13일 체결된 노태우의 남북기본합의서 그리고 2000년 6월 15일 평양에서 김대중과 김정일 남북 정상이 만나 발표한 6·15 남북공동성명은, 사람이 시대에 부응하며 이끌어간 성과였다.

이후 정권을 이어받은 노무현이 남북관계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모든 것이 단절돼버린 이명박과 박근혜를 거쳐 등장한 문재인을 보면, 시작부터 남북 관계 개선에 정권의 사활을 걸고 판문점 선언을 이끌어냈지만, 북한이 보란 듯이 처참하게 폭파시켜버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말해주듯, 결과는 실상이 없는 허상을 쫓아간 것으로, 빈 껍데기였음이 드러났다.

이처럼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볼 수 없을 만큼, 가장 의욕적으로 시작한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이, 처참하게 실패하고 있는 원인을 두고, 평론가들이 쏟아내고 있는 말들의 결론은, 미국과 북한 탓이라는 것인데, 촌부가 내리는 실패의 원인은 바로 문재인 자신이라는 것이다.

앞서 거론된 박정희의 7·4 남북공동성명, 노태우의 남북기본합의서, 김대중의 6·15 남북공동성명은, 역사에서 뚜렷한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는 반면, 노무현과 문재인은 나름 노력했지만, 노무현은 아무것도 기억되는 것이 없고, 문재인은 폭파돼버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보듯, 처참하게 실패해버린 원인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닌, 바로 자신들만의 창의적인 통일론이 없었다는 것이다.

알기 쉽게 설명하면, 스스로 교조처럼 받들고 있는 김대중의 6·15 남북공동선언을, 자신의 시대에 맞게 발전시켜내지 못하고 있는, 문재인 자신이 원인이라는 말이다.

남북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 다르고 국제환경도 다르고, 무엇보다도 김정은은 김정일이 아니고, 문재인은 김대중이 아닌데, 김대중과 김정일의 정치적 산물인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것을 흉내만내고만 있는 문재인의 착각이 빚어낸 결과라는 것이 촌부의 판단이다.

이처럼 드러난 사실에서 보듯, 문제는 현실이라는 실상을 보지 못하는 것이 원인인데..... 80년대 학생운동의 통일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인영 의원을 통일부 장관에 임명한 것도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마치 신의 한 수처럼 깜짝 카드로 임명한 박지원 전 의원의 국정원장 임명은, 일말의 기대마저 버리게 하는 일이다.

통일부 장관 이인영과 국정원장 박지원 등등, 이번에 발표된 통일안보라인의 인사를 보면서, 새삼 다시 절감하는 것은, 김정은이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문재인이, 김대중의 6·15 남북공동선언이라는, 과거의 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대북정책의 열쇠는 북한과 미국의 호응을 얻어내는 것인데,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의 트럼프가 또는 곧 등장할 차기 정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는 없지만, 아마 모르긴 해도 호응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고, 그것으로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은 완벽하게 실패할 것이다.

끝으로 게재한 사진은 엊그제 갔었던, 서울 인사동 향정(鄕庭)에서 촬영해온 병풍의 선시(禪詩)다. 새로이 임명된 신임 통일안보라인의 인사들이 읽고 깨달아, 실패한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을 일신하고, 획기적인 시작을 만들어가기를 바라며 여기에 전한다.

산 아래 마르지 않은 샘물이 있어
널리 산중의 벗들에게 드리니
저마다 표주박 하나씩 가지고 와서
물속에 비치는 달까지 모두 가져가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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