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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칼럼] 작품명 “하늘의 축복이 땅에 임하였도다”를 보면서

[섬진강 칼럼] 작품명 “하늘의 축복이 땅에 임하였도다”를 보면서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3.12.26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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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구례읍 오거리 카페 허밍에서 만들어 놓은 작품명 “하늘의 축복이 땅에 임하였도다.”이다.
사진 설명 : 구례읍 오거리 카페 허밍에서 만들어 놓은 작품명 “하늘의 축복이 땅에 임하였도다.”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날마다 축복이다.

날마다 오는 하루가 축복이다.

날마다 아침이면 잠에서 깨는 것이 축복이다.

날마다 눈을 뜨고 숨 쉬며 사는 일들이 축복이다.

날마다 저녁이면 잠이 드는 것이 축복이다.

날마다 나의 축복이고 하늘의 축복이다.

날마다 하늘의 축복이 땅에 임하니

날마다 오는 하루가 축복의 날이고

날마다 사는 내가 축복받은 생이다.

굳이 작품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편의상 작품이라 하고) 게재한 사진의 크리스마스 장식 화병은 (주인과는 상관없이) 내가 이름 지은 작품명 “하늘의 축복이 땅에 임하였도다.”이다. 

보름 남짓 전 구례읍 오거리 카페 허밍에서 커피를 마시며 보았던 일이다. 카페 유리창에 치렁치렁 늘어놓은 크리스마스 장식이 맘에 들지 않은 주인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며 고민하는 걸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남의 일이라 커피를 마시며 보고만 있었다.

부연하면, 해마다 12월이면 길거리에서 보는 성의 없는 통속적인 싸구려 크리스마스 장식보다는, 좀 더 겸손하고 소박한 기도로 축복하는 마음이면 그것으로 기쁘고 좋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길거리 수많은 가게마다 주인의 정성과 기도가 담긴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지 못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마침내 완성한 작품이 놀랍게도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였다. 정확히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한 단계 더 나간 고차원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장식은 탁자 위 투명 화병 밑에 우주에 널린 은하계들 즉 하늘의 별들을 상징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사진에서 보듯 하늘의 별들을 탁자 아래 푸른 로즈마리 위에 이어 놓은 걸 보면서, 가만히 주인의 얼굴을 쳐다보니, 완성된 것이 분명했다.

공교롭게도 내 생각과 맞아떨어진 완성된 겸손하고 소박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바라보다 나오면서, 작품을 만들었으면 이름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며, 작품의 이름이 뭐냐고 물었더니, 그냥 마음을 따라 한 것뿐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내 혼잣말로 드디어 “하늘의 축복이 땅에 임하였도다.” 참 좋은 작품이라고, 하늘의 축복이 땅에 임하였으니, 복 받을 거라고 하였더니, 듣고서는 고맙다며 웃었다.

오늘 오후 크리스마스 연휴라며 찾아온 이를 만나기 위해 나가다, 잠깐 걸음을 멈추고 문이 닫힌 카페 창가에 있는, 그 크리스마스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드는 생각은, 주인이 있던 없든 하늘의 축복이 땅에 임하여 가득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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