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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칼럼] 군자가 대로를 가는 것이 아니고 군자가 가는 길이 대로다

[섬진강 칼럼] 군자가 대로를 가는 것이 아니고 군자가 가는 길이 대로다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3.12.21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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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구례읍 봉산에서 보는 아침 해가 뜨는 순간이다.
사진 설명 : 구례읍 봉산에서 보는 아침 해가 뜨는 순간이다.

[서울시정일보] 세상의 이치를 보면, 수많은 작은 길들은 하나의 큰길로 이어져 있고, 하나의 큰길은 다시 수많은 작은 길들로 이어져 있는 것인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정치 경험이 없다며 자신의 정치입문을 반대하며 폄훼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하여 중국의 대문호인 루쉰(魯迅)의 저서 한 대목을 인용하여 “세상의 모든 길은 처음엔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같이 가면 길이 되는 것”이라며 자신의 의지를 밝혔는데….

언론들은 멋진 말이라며 찬탄하고 있지만, 2020년 10월 16일 좌천되는 검사 한동훈을 응원하기 위해 “검사 한동훈을 위하여”라는 제하의 글을 시작으로 한동훈이 잘 되기를 바라며 가끔 이런저런 글들을 쓰고 있는 촌부는 씁쓸하기만 하다.

얼핏 보면 “세상의 모든 길은 처음엔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같이 가면 길이 되는 것”이라는 중국의 대문호인 루쉰(魯迅)의 말이 옳고, 한동훈 또한 적절히 잘 인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게 지금 자신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는 정치인 한동훈이 해야 할 말이고, 가져야 할 자세인지는 심히 의문이다.

세상의 모든 길은 처음엔 길이 아니었다는 것은 사실이고 많은 사람이 다님으로 길이 된 것이니 맞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즉 우리가 심사숙고하면서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많은 사람이 같이 가면 길이 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즉 그 길이 옳은 길이냐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고 한다면, 이게 진리라고 한다면, 그럼 지금 천하의 잡범 이재명이 걸어왔고 그런 이재명을 추종하는 개딸들과 민주당이 국가와 국민을 살리는 길이냐는 말이다.

오래전 그러니까 1997년 (11월 22일 김영삼 대통령 대국민 담화) IMF로 나라를 부도내고 이어 정권을 장악한 김대중이 알짜배기 기업들을 팔아먹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살던 집과 직장을 잃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던 그 암울한 시절, 가끔 죽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벌이는 막걸리 토론에서 있었던 일이다.

서울대 철학과 출신인 김영삼의 좌우명인 큰길에는 문이 없다, 바른길을 가면 거칠 것이 없다는 대도무문(大道無門)을 빗대, 나라를 말아먹은 간 큰 도둑놈들다운 대도무문(大盜無門)이라며, 김영삼과 김대중 둘을 싸잡아 욕하며 조롱과 한탄들이 쏟아졌다.

부연하면, 당시 일행 중 한 사람이 김영삼이 사는 상도동 집과 김대중이 사는 청와대로 가는 길은 대로(大路)이고, 얼마나 큰 도둑놈들인지 그 큰 대로에 문은 없어도 곳곳에 바리케이트와 검문소는 많다고 조롱하자, 사람들이 마시던 술을 내뿜으며 웃는 바람에 술상이 난장판이 돼버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예로부터 전하는 군자는 사사로운 소리(小利)를 버리고, 천하의 대의(大義)를 위하여 행동한다는 정도(正道)의 가르침인, 군자(君子)는 대로행(大路行)이라는, 이 말의 참뜻은 무엇일까?

글쎄 뭐 사람들이 봉산 촌놈이 자다가 봉창을 두드린다며 비웃을지는 모르겠지만, 군자(君子)가 대로(大路)를 간다는 것은, 군자가 정해진 정도 즉 큰길을 가는 것이 아니고, 한마디로 군자가 대로를 가는 것이 아니고 군자가 가는 길이 대로라는 것이 봉산 촌부의 지론이다.

설명하면 예로부터 역사를 보면 난세에는 정해진 정도 대도(大道) 대로(大路)는 없다. 진실로 덕망은 높고 학식은 깊고, 행실이 어진 사람, 인품이 바른 사람, 그런 사람을 군자라 하고, 그 군자가 가는 길이 정도이고 대로(大路)였고, 이것이 대대로 성인군자들이 나라를 구하고 민생을 살리는 방법이고 실천이었다.

게재한 사진은 아침이면 홀로 떠서 세상을 밝히는 해다. 예로부터 사람들이 성인군자를 즉 훌륭한 지도자를 해와 달에 비유하는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저 뜨는 해를 군자라 한다면 봉산 촌부의 말이 이해될 것이다.

바라건대 큰 뜻을 품고 새로운 길을 출발하는 정치인 한동훈이 이러한 군자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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