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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이것이 살아있는 마음 생기 가득한 가장 순수한 마음이다

[섬진강칼럼] 이것이 살아있는 마음 생기 가득한 가장 순수한 마음이다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2.01.1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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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김미숙 화백의 작품...천천히 낯설게, 그러나 깊이 들여다 봐주길
사진 설명 : 김미숙 화백의 작품...천천히 낯설게, 그러나 깊이 들여다 봐주길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다음의 글은 공자가 말한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도 도(道)에 어그러지지 않았다는 종심(從心)의 나이 75세를 살고 있는 시조시인 해월 채현병 선생님이 2016년 제11회 수평과 지평 정기전에서 김미숙 화백의 출품작 <천천히 낯설게, 그러나 깊이 들여다 봐주길>을 보고. 찬양한 시다.

치명적 사랑

웃음기 거두시니 가슴이 콩닥콩닥
고개를 젖히시니 입술이 바짝바짝
찰나가 억겁이란 걸 이제서야 알겠소

오늘 촌부가 선생님이 다시 보기로 게재한 글에, “작품도 작품이지만 선생님의 시어가 더 치명적이고 절묘합니다. 최고의 미인에게 바치는 최고의 절창입니다”며 댓글을 단 것은, 말 그대로 가장 원초적이고, 살아있는 마음이며, 생기 가득한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가장 흔하고 평범한 일상의 언어로, 그림속의 미인보다 더 뜨겁고 자극적인 시를 지어낸 선생님이야말로, (굳이 글로 표현을 한다면) 진실로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으며, 젊지도 않고 늙지도 않았다는 마음을 가졌으며, 무엇보다도 그 마음으로부터 스스로 자유로운 진정한 주인이라는 생각이다.

촌부가 다시 또 세상의 비난을 무릅쓰고 한마디 아는 체를 해본다면, 금강경에 이르기를 응무소주(應無所主) 이생기심(而生基心)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 하였는데, 지금 이 글을 읽으며 이 미인도(美人圖)를 보는 이들 각자는, 미인도 앞에서 어떤 마음을 내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또는 어떤 마음을 내고 있느냐는 것이다. (살아서 뜨거운 숨소리를 내뱉고 있는 미인의 앞이라 하여도 마찬가지다.)

모르긴 하여도, 남녀노소를 떠나 비록 그림을 감상할 줄 모르고, 시를 지을 능력이 없다하여도, “찰나가 억겁이란 걸 이제서야 알겠다.”는 해월 선생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여전히 살아있는 마음, 생기 가득한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오래도록 장수할 것이며, 참된 사랑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이고, 마음을 따라도 부끄럽지 않다는 공자가 말한 종심(從心)의 의미는 몰론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는 금강경의 구절을 체득했다 할 것이다.

세기의 역병 코로나에 갇혀 창살 없는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이 엄동설한에, 아무것도 아닌 흔한 일상의 언어로, 세상 그 어떤 야설보다 더 야한 시를 짓고, 그림속의 미인을 바로 눈앞에서 뜨거운 숨소리를 토하며 꿈틀거리고 있는, 살아있는 미인으로 만들어버린 선생님의 시심(詩心)에, 촌부는 부러운 한숨을 짧은 글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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