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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동지섣달 길고 긴 밤 명창 임현빈의 흥타령을 들으며

[섬진강칼럼] 동지섣달 길고 긴 밤 명창 임현빈의 흥타령을 들으며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2.01.2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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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가끔 어쩌다 혼자서 힘든 결정을 해야 할 때, 또는 내가 나를 위로하고 싶을 때, 또는 말 그대로 그냥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흔히 말하는 혼자서 멍 때리며 듣는 노래 가운데 하나가, 명창 임현빈의 흥타령인데, 오늘밤이 그렇다.

촌부가 명창 임현빈의 흥타령을 좋아하는 것은, 나이가 묵어서가 아니고, 어려서부터 귀에 익은 탓이다.

지금은 생각지도 못하는 이야기지만, 내가 어릴 적 전라도 산골마을 사람들은, 너나없이 육자배기와 흥타령 정도는 흥얼거릴 줄 알았고, 선친께서도 막걸리 술에 거나하게 취하시면, 곧잘 부르셨던 탓에 귀에 익었고, 그런 연유로 이 나이를 먹도록 즐겨듣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싸구려 소리꾼들이 보여주는 소리로 판을 치면서 전통의 맛을 잃어버렸고, 무엇보다도 흔히 한가락 한다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어보면, 저마다 제 잘났다하며 특유의 체 하는 못된 버릇들이 있어 듣기가 거북한데, 임현빈 명창이 부르는 소리에는 그런 잘난 체가 없어 편하고 좋다.

촌부의 귀에는 어떠한 멋도 부리지 않고, 기교도 부리지 않고, 장난도 치지 않는 소리가, 마치 어려서 듣던 귀에 익은 소리 같아서 참 좋다. 진짜 진국이다.

오늘도 임명창이 부르는 흥타령을 연속재생 버튼을 눌러놓고, 이른바 동지섣달 길고 긴 밤을 혼자서 듣고 있는데, 문득 욕심이 하나 생긴다.

촌부가 어려서 보고 들었던 소리, 그러니까 지금의 임현빈 명창과 같은 40대 중반이었던 선친은 물론, 마을 아저씨들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아무런 장단도 없이 그냥 거나하게 취한 명창 임현빈의 소리가 듣고 싶어진다.

1976년생으로 나이 46세 중년의 명창 임현빈이 한잔 술에 거나하게 취해서, 자신의 손장단으로 부르는 흥타령은, 어려서 듣고 보았던 소리, 가장 인간적인 사람의 냄새가 물씬거리는 소리일 거라는, 그런 생각이 든다.

글쎄 촌부가 대원군이라면 모를까, 명창 임현빈을 초대하여 거나하게 취해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한 일이라, 이 밤 헛꿈을 꾸며 임현빈 명창의 흥타령을 유튜브 동영상으로 보고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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