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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전두환의 죽음으로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보는 사람들

[섬진강칼럼] 전두환의 죽음으로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보는 사람들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1.11.25 07:53
  • 수정 2021.11.25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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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이후 차례로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던 사람들이, 전두환 → 노태우 → 김영삼 → 김대중→ 노무현이었는데, 이들이 저승으로 간 순서를 보면, 재임 순서와는 다르게 노무현 → 김대중 → 김영삼 → 노태우 → 전두환으로, 완전히 역순이 된 것을 보면

사진 설명 :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시신이 연희동 자택을 떠나고 있는 장면이다.
사진 설명 :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시신이 연희동 자택을 떠나고 있는 장면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그토록 저주하던 전두환이 죽었으니, 이젠 속이 시원하다며 축배를 들어야 할 사람들이, 왜 죽어서 원통하다며, 저 난리들을 치는지 모르겠다는 이에게 되물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는 인연생기(因緣生起)의 법을 아느냐고 물었다.

이해를 못하기에, 그럼 오랜 세월 전두환이 살아 있어서, 빛나고 좋았던 세월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이고, 전두환이 죽어 사라짐으로,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묵묵부답이다.

답은 간단하다. 전두환이 죽어 사라짐으로,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오랜 세월 전두환이 살아 있어서, 빛나고 좋았던 세월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동안 살아있는 전두환이 있음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빛나게 하면서, 벼슬을 얻는 등 사회적 정치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에게, 전두환의 죽음은 곧 사회적 정치적으로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신들의 존재 가치가 없어지는 죽음과 같은 것이므로, 그들에게 전두환은 더 오래도록 살아있어야 하는 대상이었고, 삶의 보물이었는데, 그게 졸지에 사라져버리니 당연한 반응이라는 의미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권 자체가, 전두환이 살아있어서 가능했던 존재로 가장 빛나는 수혜자고, 전두환이 죽음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정치세력이고 집단이다.

재밌는 것은,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는, 인연생기(因緣生起)의 법을 따라, 평생을 전두환의 반대편에서, 전두환을 저주하며 욕하는 것으로, 인정을 받고 벼슬을 얻고 정권을 잡은 사람들은, 이제 죽은 전두환과 함께 현실에서 소멸되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것인데, 전두환이 죽고 없는 세상에서 누굴 욕하며 무엇으로 살아남을지 두고 볼 일이다.

끝으로 가만히 생각해보면, 옛 사람들이 알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인간사라 하였는데, 한국의 현대정치사에서 가장 어지러운 시대에 피터지게 싸우며 대립했던 당사자들이며, 80년 이후 차례로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던 사람들이, 전두환 → 노태우 → 김영삼 → 김대중→ 노무현이었는데, 이들이 저승으로 간 순서를 보면, 재임 순서와는 다르게 노무현 → 김대중 → 김영삼 → 노태우 → 전두환으로, 완전히 역순이 된 것을 보면, 이걸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우연인지 하늘의 뜻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저 놀랍기만 하다.

이들 전직 대통령들이 저승에서 모두 함께 만나고 있다면, 뭐 저승으로 온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오래도록 욕보고 고생했다며 위로하는 자리든, 여하튼 전직 대통령들이 모두 만나고 있다면, 과연 이들은 서로에게 무어라 하고, 무엇을 화제로 이야기를 할까?

생전에 그랬던 것처럼 피터지게 서로 드잡이하며 싸우고 있을까? 아니면 죽어서 보니 부질없는 인생살이 다 쓸데없는 일이었다며, 하하 허허 웃으면서 주거니 받거니 술잔이나 비우고 있을까?

개인적으로 이들에게 다시 환생하여 대한민국 대통령을 하라고 하면, 어떤 대답을 할지 촌부는 그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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