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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기록적인 한파에 얼어붙어버린 섬진강에서

[섬진강칼럼] 기록적인 한파에 얼어붙어버린 섬진강에서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1.01.08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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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지난 1년 동안 창궐하는 역병 코로나로 민생들의 마음이 얼어붙어버린 나라를, 꽁꽁 얼어붙은 동토로 만들어버리고 있는, 기록적인 혹한의 한파가 야속

사진 설명 : 기록적인 한파에 모든 것들이 얼어붙어버린 아침 강변도로와 국사봉(國師峯)의 모습이다.
사진 설명 : 기록적인 한파에 모든 것들이 얼어붙어버린 아침 강변도로와 국사봉(國師峯)의 모습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아침거리 준비라고 그래봤자, 혼자서 먹는 밥그릇 하나 국그릇 하나 챙기고 씻으면 그만인데, 아침을 먹으려고 수저와 그릇을 씻어놓기 바쁘게, 그 자리에서 바로 얼어붙어버리는 혹독한 한파에 깜짝 놀랐었다.

지난여름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길고 긴 장마와 폭우로 섬진강이 범람하는 물난리가 났을 때, 겨울이 예사롭지 않을 것으로 생각은 했었지만, 한겨울에도 온수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지하수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씻어놓은 그릇이 그 자리에서 바로 얼어붙어버리는 한파 또한 기록적인 것으로 생전 처음 겪는 일이었다.

한마디로 지난 8월 8일 아침 섬진강이 범람한 그날로부터, 꼭 5개월이 지난 1월 8일, 아침을 먹기 위해 씻어놓은 밥그릇과 수저가, 그 자리에서 쩍쩍 얼어붙고, 강물이 통째로 얼어버린 한파 앞에서, 강촌의 늙은이가 느끼는 것은, 나도 모르게 움츠리며 내 손발이 얼어붙고 마음까지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주초부터 몇 십 년 만에 기록적인 소한의 한파가 몰아친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나름 대비를 하는 차원에서, 보일러를 동파 방지 겸 24시간 가동시키고 있었는데, 아침에 그 사단을 겪고 나서, 지난 달 체크해둔 기름이 걱정이 되어 확인해보니 간당 간당이라, 부랴부랴 주유소에 연락하여, 서둘러 보일러 기름통에 기름을 채워놓고 나니, 이제야 조금 안심이 되었다.

발표된 뉴스 기사를 보면, 추운 강변을 감안한다 하여도, 그래봤자 영하 20℃쯤으로 서울이나 강원도에 비하면, 한파라고 할 것도 없는 것으로,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라지만, 대체적으로 따뜻한 겨울에 길들여진 남도의 생활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온 몸이 오그라들고, 마음까지 얼어붙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겨울이면 혹한이 일상의 생활인 중부 이북지방의 사람들이 보면, 이런 촌부를 보고 엄살이 심하다며 웃겠지만, 기상관측 이래 한파 경보가 전남 11개 시·군에 내려진 건 사상 처음이라는 뉴스를 감안하면, 남도의 강 섬진강 강변에 사는 촌부가 지금 체감하고 있는 이 한파가 어떠한 느낌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뉴스를 보면, 오늘밤 다시 또 서울을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최강의 한파가 몰아친다는데 걱정이다. 

가뜩이나 지난 1년 동안 창궐하는 역병 코로나로 민생들의 마음이 얼어붙어버린 나라를, 꽁꽁 얼어붙은 동토로 만들어버리고 있는, 기록적인 혹한의 한파가 야속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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