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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이낙연이 던진 승부수 박근혜 사면에 대한 고찰

[섬진강칼럼] 이낙연이 던진 승부수 박근혜 사면에 대한 고찰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1.01.0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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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도 놓치고 매까지 놓치며 죽을 쑤고 있는 이낙연을 보면, 사람이 때를 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알 수가 있다.

사진 설명 : 섬진강 신령한 국사봉(國師峯)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한 점 흰 구름이 오색영롱한 상서로운 빛을 뿌리며, 비룡대(飛龍臺) 하늘에서 용(龍)으로 화하여 승천(昇天)하는 장면이다.
사진 설명 : 섬진강 신령한 국사봉(國師峯)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한 점 흰 구름이 오색영롱한 상서로운 빛을 뿌리며, 비룡대(飛龍臺) 하늘에서 용(龍)으로 화하여 승천(昇天)하는 장면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다음은 두 가지 바람 이야기 가운데, 먼저 동절기에 양자강을 거슬러오는 동남풍의 이야기다.

해마다 겨울철이면 동남풍이 불어오는 때를 정확하게 아는 제갈공명(諸葛孔明,181~234년)이, 조조(曹操 155~220년)가 몰아온 백만 대군 앞에서, 위기에 빠진 주유(周瑜,175~210년)를 찾아가, 남병산(南屛山)에 칠성단을 쌓고, 도술로 세차게 불어대는 겨울 북서풍을 사흘 밤낮 동안 동남풍으로 바꾸겠노라 약속하고, 천기를 움직여 동남풍을 비는 척을 할 때, 아무것도 모르는 주유는 정말 그럴까 긴가민가하면서 믿지 않았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드디어 공명이 약속한 십일월 이십일, 문득 바람이 바뀌어 동남풍이 불어 옷깃을 스치는가싶더니, 망루에 세워둔 깃발이 방향을 바꾸어 펄럭이자 주유는 소스라치며 놀랐고, 마침내 강물을 흔들며 세차게 불어대는 동남풍 속에서, 양자강 건너 적벽을 의지하고 있던 조조의 백만 대군은 거대한 화마 속에서 재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다음은 지난해 12월 엄동설한의 민심을 격동시킨 행정법원 조미연 판사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정지 효력을 정지시킨 판결이 바람을 바꾸는 미풍이었다면, 입시비리의 정경심을 준엄하게 꾸짖으며 법정 구속시킨 판사의 판결은 깃발이 펄럭이는 바람이었고, 다시 또 두 번째 덧씌워진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정지 효력을 정지시킨 행정법원 홍순욱 판사의 판결은 조조의 백만 대군을 불태우는 세찬 바람과 같은 것이었다.

위 사례에서 보듯 2,000년 전 제갈공명이 이용하여 승기를 잡은 한겨울의 계절풍 동남풍의 바람이나, 2,000년 후 이 겨울날 우리네 대한민국에서 고립무원인 검찰총장 윤석열을 살려낸 정치적 바람은 생각해 볼 것들이 많다.

특히 2021년은 이제 곧 대권의 자리에서 떠나야 하는 문재인의 후임을 노리는 여야 차기 대권 후보들이, 바람이 바뀌는 때를 알아 스스로 부응하며 주어진 상황을 극복하고 승기를 잡아가는 해가 될 것인데, 꿩도 놓치고 매까지 놓치며 죽을 쑤고 있는 이낙연을 보면, 사람이 때를 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알 수가 있다.

지난 1년 동안 기세등등한 추미애의 정치놀음에 밀려, 무엇보다도 명색이 당 대표라는 직함이 주는 정치적 무게와 존재감이 하나도 없이, 초라한 행랑채 머슴으로 전락해버린 이낙연을 보면, 하늘이 자신에게 베풀어준 때마저도 놓쳐버린 참 한심한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알기 쉽게 설명하면, 뭐니 뭐다 해도 최소한 이낙연이 당 대표가 되어서는, 추미애에게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고, 추미애의 머리채라도 잡고 끌고 가면서, 정치적 이슈를 선점했어야 했는데, 지난 1년 동안 국민들의 눈에 비친 이낙연은, 이른바 추미애라는 성질머리 사나운 마님의 안색이나 살피며 몸가짐을 조심하고 있는 행랑채 머슴일 뿐이었다.

이러한 와중에 대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이재명은 물론 검찰총장 윤석열에게조차 밀려 궁색한 처지에 내몰린 이낙연이 존재감이 없는 자신을 일신하는 승부수로 박근혜와 이명박의 사면을 들고 나왔는데,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이 또한 때를 모르는 소치에서 비롯한 것으로,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이미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내상을 입고, 실패했다는 것이 촌부의 판단이다.

당내 친문강경파들과 충돌하는 자중지란은 논외하고, 당장 박근혜와 이명박의 사면이 야당과 그 지지자들은 물론 중도적 위치에 있는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지지를 받느냐는 것인데, 촌부가 체감하는 개인적인 느낌은 매우 비관적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낙연이 사면의 당위성으로 내세운 “국민통합을 위한 결단”이라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줄 국민은 아마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사면에 대한 촌부의 솔직한 생각은, 이명박은 박근혜와는 다른 차원의 구속이기에, 아직 사면을 논하기에는 이르고, 정치적인 필요가 있다 해도 박근혜와 함께하는 사면은 반대한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 박근혜는 탄핵 그 자체로 이미 정치적 법률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혹독한 심판을 받은 것이므로, 이른바 징역살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 촌부의 생각이고, 그래서 법률적인 최종 판결이 나면, 곧바로 사면하는 것이 옳고 적극 찬성한다.

그렇다고 하여, 새해 벽두에서 심각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낙연이 던진 박근혜의 사면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이낙연이 던진 박근혜의 사면은 본말이 전도된 굴욕적인 것이기에 반대하며, 당사자와 야당에 의해서 거부되어야 한다는 것이 촌부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이번 이낙연이 던진 박근혜와 이명박의 사면은 뜬금없는 것으로, 앞서 말했듯이 궁색한 자신의 처지를 반전시키려는 꼼수에서 비롯한 것으로, 야당을 분열시키려는 의도는 당연한 것이지만, 당내지지 기반이 열세인 이낙연이 한명숙을 사면시켜, 대권으로 나가는 세를 불리려는 작업의 일환에서 나온 굴욕적인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본질은 한명숙을 사면시키기 위하여, 박근혜를 밑밥으로 던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박근혜는 덤으로 끼워 파는 싸구려가 돼버리기에, 비록 감방에 갇힌 몸이라 하여도, 스스로 자존적인 품격을 생각한다면, 이낙연이 주는 사면을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야당과 박근혜를 지지하며, 사면 석방을 바라고 있는 국민들에게, 촌부가 진심으로 일러주고 싶은 한마디는, 문재인 정권이 끝날 때까지, 한명숙을 비롯한 여당 정치인들에 관한 일체의 사면이 없다는 전제하에, 박근혜 단독이라면 사면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당당하게 거부하라는 것이다.

날마다 하늘에는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바람과 구름이 일었다 사라지고, 저잣거리에는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민심의 바람이 끊임없이 일었다 사라지는 것이 상례인데.......

생각해보면 산중 선방(禪房)에서 벽을 보고 앉은 수도승이 일으키는 생각의 바람이나, 박근혜가 동부구치소 감방에 앉아 일으키는 생각의 바람이나, 강변에 앉아서 날마다 수없는 생각들을 일으키며 살고 있는 촌부의 바람이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 구차하게 사면을 구걸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끝으로 이 엄동설한에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대권의 꿈을 꾸고 있는 정치인 이낙연에게, 촌부가 일러주고 싶은 한마디는, 진실로 대권의 경쟁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승기를 잡고 싶다면,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섬진강 강변에 자리하고 있는 동리산 태안사 혜철국사 탑비 앞에 서서, 거북이가 치켜들고 있는 우측 발의 의미를 깨달고, 힘써 그대로 행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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