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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믿을 건 오직 하나 마스크뿐이다

[섬진강칼럼] 믿을 건 오직 하나 마스크뿐이다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0.08.20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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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사람의 생목숨들이 속절없이 죽어 길거리에 나뒹구는 삼재(三災 전란과 굶주린 기아와 역병)없이 한 평생을 잘 살아 왔다 싶었는데, 어쩌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어수선한 세상이 돼버렸다며, 믿을 건 오직 하나 마스크뿐이라며 웃었는데

사진 설명 : 찾아온 친구와 대화를 나누었던 야외 탁자다.
사진 설명 : 찾아온 친구와 대화를 나누었던 야외 탁자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촌부가 사는 섬진강 강변의 행정 주소지는 전남 순천시이고, 생활권은 강 건너 구례읍이고, 여기에 곡성군이 인접하여 있다 보니, 지난 6개월 동안 순천시청 구례군청 곡성군청 3개 지자체와 전남도청에서 수시로 보내오는 코로나19 안내 문자가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니다.

그런데 어제 해질 무렵부터 곡성읍을 시작으로, 순천시까지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자, 24시간 동안 이들 곡성군과 순천시는 물론, 비상이 걸린 구례군청과 전남도청으로부터 날아드는, 관련 문자 메시지가 한마디로 문자 폭탄 수준이다.

섬진강 강물을 거슬러 차로 20분 거리인 곡성읍은, 부모 형제들과 친구 선후배들이 살고 있는 촌부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이게 전국은 물론 온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의 문제이다 보니, 인지상정이라 나도 모르게 문자 메시지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관심을 갖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일이 이렇다 보니, 지난 8일의 수해를 비롯하여 이런저런 일들로 걱정이 된 곡성읍에 사는 친구가 잠시 다녀갔었는데, 사람이 집에 있는지 확인 차 방문해도 되겠냐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내가 확인한 것은 오는 건 좋은데 마스크를 쓰고 오느냐는 것이었다.

제아무리 평생을 벗해온 둘도 없이 좋은 친구라 해도, 이놈의 코로나가 내가 감염이 됐는지를 내가 모르게 하는 요물이다 보니, 내가 어찌 나를 믿을 것인가?

서로를 믿지를 못하는 세상이 돼버렸을 뿐더러, 무엇보다도 서로 상대를 위해서 스스로 먼저 조심을 해줘야 하는 것이 상식이 돼버린 세상이라, 만약 친구가 마스크를 쓰고 오지 않는다면, 준비해둔 마스크를 주고 대화를 하려고 했었는데, 내가 친구를 생각하듯 친구 또한 같은 마음이라,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를 잘 아는 친구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왔고, 우린 반갑다는 악수도 없이 그렇게 만나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였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사람의 생목숨들이 속절없이 죽어 길거리에 나뒹구는 삼재(三災 전란과 굶주린 기아와 역병)없이 한 평생을 잘 살아 왔다 싶었는데, 어쩌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어수선한 세상이 돼버렸다며, 믿을 건 오직 하나 마스크뿐이라며 웃었는데, 사실이 그렇다.

예전처럼 방으로 들어와서, 늘 그렇듯 실없는 이야기에도 허허 웃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다 아쉬움으로 헤어졌겠지만, 우린 팽나무 밑에 놓아둔 야외 탁자에 앉아서, 그것도 적당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대화를 하다, 험한 세상 서로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하며 헤어졌다.

오늘도 일이 있어 구례읍에 나가보니,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윗동네 곡성군과 아랫동네인 순천시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사람들이 잔뜩 걱정하고 있고, 가뜩이나 뜻하지 않은 수해의 참사로 경황이 없는 구례군청도 행여 지역에서 코로나가 확산될까 초비상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이른바 “무슨 생각으로 사는 사람들인지”라는 의문과 함께 혀를 차게 한다.

마트나 커피 전문점이나 음식점들은, 영업을 하려니 강제하지 못하고, 손님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을 이해는 하지만, 마스크 착용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닌, 바로 자신과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는 기본 수칙이고, 벗들과 이웃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인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활보하는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을 보면 저래도 되는 것인지 한심하기만 하다.

여름 삼복의 끝인 말복이 지났으니, 이제 곧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고, 찬바람이 부는 가을 환절기가 되면, 기존의 감기와 독감이 코로나와 겹쳐, 사람들은 사람들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사회적 심리적으로 더욱 혼란이 가중될 것인데, 마스크 쓰기를 무시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 닥쳐올 환절기가 생지옥처럼 두렵게 느껴지는 것은 촌부만이 아닐 것이다.

지금은 물론 생지옥이 될 수도 있는 닥쳐올 환절기에, 불행한 코로나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와 이웃들을 코로나19로부터 지키는 최상의 방법은, 조금은 답답하고 불편은 하겠지만, 마스크 쓰기를 생활화하는 것뿐인데..........

이글을 쓰고 있는 도중 방금도 순천시에서 보내온 안내 문자를 확인하여 보니, 확진자의 아들과 아들의 친구가 코로나 양성으로 나왔다고 하는데, 부모가 아들에게 전염시켰고 아들은 친구를 전염시켜버렸다는, 순천시청에서 보내온 코로나 안내 문자의 결론은, 믿을 건 오직 하나 마스크뿐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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