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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문득 생각해 보니

[섬진강칼럼] 문득 생각해 보니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0.08.1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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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섬진강이 범람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물난리 속에서 살아남아 꽃을 피운 강변의 메꽃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문득 생각해 보니 평생을 살아오면서
나는 무슨 일로 몇 번이나 웃었을까

나 혼자 좋아서
슬며시 웃은 일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나 혼자 기뻐서 눈물이 나도록
큰소리로 웃은 일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나 혼자 정말 좋아서 미친 듯
정신없이 웃은 일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나 혼자 머저리처럼
눈치 없이 웃은 일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나 혼자 속없는 속물처럼
속없이 웃은 일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나 혼자 사람이 얄미워서
이죽거리며 웃은 일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나 혼자 사람을 깔보고
조롱하며 비웃은 일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나 혼자 어이없어 삼킨 쓴웃음
씁쓸하게 웃은 일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나 혼자 그냥
실없이 웃은 일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그리고 마지막 내가 사랑하는 이의 앞에서
그를 위해 웃은 일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문득 생각해 보니 평생을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일들로 참 많이 웃고 산 것 같은데 별로 없다.

정말 슬픈 것은 정작 내가 나를 위해서 웃은 일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섬진강은 안개를 삼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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