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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칼럼] 지하철 무임승차는 도시 노인들의 숨구멍이다.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

[섬진강 칼럼] 지하철 무임승차는 도시 노인들의 숨구멍이다.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4.01.2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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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전두환 대통령이 대한민국 전통문화인 노인을 우대 존중하는 경노(敬老)사상을 복지제도로 만든 6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한 지하철 무임승차
●이준석이 던진 노인들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는, 정작 살피고 직시해야 할 것들을 외면한 것으로 하책

사진 설명 : 구례읍 골목길 담벼락에 그려 놓은 벽화다.
사진 설명 : 구례읍 골목길 담벼락에 그려 놓은 벽화다.

[서울시정일보] 처음 그러니까 1984년 전두환 대통령이 대한민국 전통문화인 노인을 우대 존중하는 경노(敬老)사상을 복지제도로 만든 6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한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하여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푸념으로 했던 말들은 그럼 지하철이 없는 지방에 사는 노인들은 뭐냐는 심리적인 반발들이었다.

그리고 내가 늙은이가 된 지금 역시 서울에 가서 (도시에 가서) 지하철을 탈 때마다 다 같은 사람들인데 왜 지방 사람들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냐는 불평등과 역차별의 불쾌함이다.

민속 명절인 설을 앞에 두고,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준석이 (논란을 통해서 자신을 알리는 꼼수) 의도적으로 던진 도시철도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연간 12만 원을 교통 카드 형태로 지원하겠다는 안을 두고 온 나라가 시끄러운데, 기본적으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다음 3가지다.

첫째는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하고, 도시와 지방을 가리지 않고 온 나라 노인들 모두에게 연간 12만 원을 교통비로 일괄 지급하겠다는 제안에 무조건 찬성한다. 한마디로 지하철이 없는 지리산 구례읍에 사는 사람으로 마다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돈이다. 국가재정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현재 서울시를 기준으로 연간 2,800억 원의 적자가 노인들의 무임승차로 인한 것이라 하는데, 그렇다면 이것을 전국적으로 확대했을 때, 국가의 재정은 적자 없이 가능하냐는 것이며, 적자가 나더라도 지자체인 서울시가 (해당 도시가) 감당하는 것과, 국가인 중앙정부가 감당하는 것, 둘 가운데 어떤 것이 합리적이냐는 것이다.

둘째는 도시에 사는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로 발생하는 적자와는 비교가 불가한 유형무형의 활동성과 그로 인한 생산성 등등 국가와 사회적 차원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긍정적 역할을 비롯하여 생산성과 가치의 창출이다.

그러므로 이준석이 던진 노인들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는, 정작 살피고 직시해야 할 것들을 외면한 것으로 하책이다. 그냥 뭐 길거리 취객들을 작정하고 호리는 무책임한 호객행위일 뿐이다.

셋째는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원인, 즉 노인들이 종일 지하철을 타고 배회하는 일들이, 정말 생각해 볼 가치도 없는 것으로 비난을 받을 일이냐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진실로 생각해야 할 것은, 은퇴하여 가세가 기울었거나, 또는 사업에 실패하여, 또는 연로하여, 또는 병고로 인하여, 또는 사는 일들에 지쳐서 살아야 할 희망을 잃어버린 노인들이, 종일 지하철을 타고 배회하는 일들, 이른바 할 일 없는 노인들이 종일 지하철을 타고 정처 없이 싸돌아다니는 일들이, 개인의 정신 건강과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작용, 즉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긍정적인 영향과 가치이다.

이제야말로 노인들의 정신 건강에 관하여, 그리고 이것이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작용에 관하여, 반드시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부연하면, 1984년 처음 전두환 대통령이 이 제도를 만든 목적이 국가의 돈으로 국민을 꼬드겨 민심을 사는 정치적 목적이었다고 하여도, 4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따져보아도, 썩어빠진 지금의 여야보다 훨씬 더 진보적이고 발전적인 것으로, 국가가 국민을 위하는 인간복지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제도였고, 이후 등장하는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권들이 국민을 위한 평등하고 보편적인 복지를 생각하고 시행하는 표본의 하나가 되었다.

정리하면, 이것저것 이런저런 수많은 찬반의 논들 다 때려치우고, 지하철 무임승차는 도시 노인들의 숨구멍이다.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

만약 끊임없이 민심을 갈라치기 하는 애 망나니 이준석의 주장대로 (일괄 연간 12만 원을 교통 카드 형태로 지급한다 해도) 도시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를 폐지하면, 그 순간 심리적으로 숨구멍이 막혀버린 도시 노인들의 스트레스는 가중될 것이고, 이로 인한 정신 건강은 심화 악화가 될 것이며, 동시에 도시 노인들의 자살률은 급증할 것이기에, 도시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는 대단히 잘못된 것으로 폐기되어야 한다는 것이 봉산 촌부의 생각이다.

게재한 사진은 구례읍 골목길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로 짐을 실은 소달구지에 마을 아이들을 태우고 소를 몰아가는 옛 노인의 모습이다.

달구지에 올라앉아 소를 몰아가도 되는데, 힘들게 달구지를 끌고 가는 소를 위해서, 소를 다독이며 함께 걸어가는 노인의 마음이 곧 삶의 지혜이며 경륜이다.

달구지와 달구지에 실린 곡식을 가득 담은 가마니들 그리고 그 위에 올라타고 있는 아이들의 즐거운 표정들과 긴 담뱃대를 물고 소를 몰아 걸어서 집으로 가는 노인의 모습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민심을 잃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이준석이라는 철없는 애가 던지는 말들에 휘둘리지 말고, 진정한 노인의 복지가 무엇인지, 노인 복지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특히 지금이야말로 국가의 노인 복지를 물질에서 정신 건강으로 바꾸어 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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