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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칼럼] 세월은 입춘 난동(暖動)이고 인간사는 입춘 난동(亂動)이다

[섬진강 칼럼] 세월은 입춘 난동(暖動)이고 인간사는 입춘 난동(亂動)이다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4.02.0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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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입춘의 봄비에 겨우 목숨을 부지하여 다시 꽃으로 피는 꿈을 꾸고 있는 봉산의 붉은 동백꽃이다.
사진 설명 : 입춘의 봄비에 겨우 목숨을 부지하여 다시 꽃으로 피는 꿈을 꾸고 있는 봉산의 붉은 동백꽃이다.

[서울시정일보] 2024년 입춘(立春)이 지난 지도 하루가 되었다. 해마다 그렇듯 입춘에 관한 인사와 함께 의미가 사람마다 갖가지로 난무하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입춘 기도”의 의미 즉 입춘에 관한 의미와 본뜻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람들이 헷갈리는 것은 입춘(立春)의 입(立)을 무엇으로 해석하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인데, 정확한 답은 24절기(節氣)가 만들어진 역사와 문화를 보면, 특히 1429(세종11)년 어명으로 편찬한 농사직설(農事直說)을 보면 쉽게 알 수가 있다.

24절기의 근본이 기본적으로 입춘(立春) 입하(立夏) 입추(立秋) 입동(立冬) 4계절을 중심으로 각 5개의 절기를 두었는데, 이는 농업이 전부이던 시절 세월의 변화 계절의 변화를 세상에 알려, 백성들이 때에 맞게 씨를 뿌리고 가꾸어 거두는 농사일을 준비 장려하는 것으로, 옛날 왕조시대에 농업이야말로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국시(國是)로 정한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24절기 가운데 첫 번째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은 1년의 시작이며 한 해의 농사를 준비하는 때 즉 입춘(立春)의 입(立)은 이제 봄이 되었으니 어떤 농사를 어떻게 지을 것인지를 잘 생각하고 준비하는 때라는 뜻으로 보면 된다.

다른 의미에서는 1429(세종11)년 어명으로 편찬한 농사직설(農事直說)에서 알 수 있듯이, 임금이 백성들에게 전하는 말씀 즉 국가의 정책이기에, 한문 입(立)이 가지는 의미를 풀어보면, 일어서다 정하다 세우다. 수립하다 또는 즉시 등등의 의미이므로, 정리하면 이제 곧 봄이 되니 농사를 지을 준비를 잘하라는 뜻으로 해석함이 옳다. (입하(立夏) 입추(立秋) 입동(立冬) 다 같은 의미다.)

부연하면, 불교계에서 시행하고 있는 “입춘 기도”는, 한 해의 농사를 준비하는 입춘이라는 절기의 문화를 받아들여 발전시킨 것으로, 바람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비록 농사는 아니지만, 사람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고, 삶의 방식이 다른 현대사회에서,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하는 준비와 마음가짐의 시간으로 보면, 기도의 의미는 충분하다.

끝으로 질문받은 입춘의 의미와 어제 시작된 올해의 입춘으로 한 해의 운세를 보면, 온 나라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이상기후 고온(高溫)으로, 한쪽에서는 폭설이 내리고 한쪽에서는 큰비가 내리는 등, 그야말로 세월은 입춘 난동(暖動)이고 인간사는 입춘 난동(亂動)으로, 날씨나 정치나 이상하리만큼 이상한 징조가 두렵기만 하다.

내일 구례읍 봉산의 하늘빛은 무엇이고, 그 하늘에는 어떤 새가 어느 방향에서 어디로 날지 아무도 알지 못하고….

뿐만이 아니다. 지금 당장 퇴근길에 건너는 많고 많은 건널목에서 빨간불에 정지할지 파란불을 만나 바로 통과할지 한 치 앞의 일을 모르는 것이 우리네 인간사의 일이니, 누가 있어 올 한 해 하늘이 벌이는 날씨를 알 것이며. 썩어빠진 인간들이 벌이는 정치사를 알 것인가?

하늘의 날씨나 사람의 정치나, 최악의 한 해가 될 것이므로, 민생들은 죽기 살기로 정신을 차리고 긴장해야 할 것인데, 문제는 그런다고 하여 피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라는 것이 우리네 민생들의 업보이고 비극이다.

게재한 사진은 입춘의 봄비에 겨우 목숨을 부지하여 다시 꽃으로 피는 꿈을 꾸고 있는 봉산의 붉은 동백꽃이다.

부디 이상기후에 시달리고, 부정하고 부패한 여야의 정치에 휩쓸리며 골병이 든 민생들이 죽지 말고 어떻게든 살아남기만을 “입춘의 기도”로 빌면서, 봉산 촌부가 오래전에 지은 “인생은 살아볼 재미가 있는 것이다.”라는 시 한 편을 여기에 전한다.

만약 자신의 앞일을 훤히 아는 인생과

자신의 앞일을 전혀 알지 못하는 인생이 있다면

어느 인생살이가 더 재미가 있고

사람들은 둘 가운데 어느 인생을 더 좋아할까.

하늘을 나는 새들은 부지런히 날갯짓할 뿐

산 넘어 하늘빛을 알지 못하고

돼지들과 소들은 날마다 구유통 먹이를 먹을 뿐

내일 도살장의 고기가 될 줄을 모르듯

앞일을 모르긴 사람 또한 마찬가지

누구나 살아갈 앞일을 모르고 사는 것이 인생이고

누구든 앞일을 알면 살 흥미가 없는 것이 인생이라

그래서 인생은 살아볼 재미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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