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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칼럼] 이재명 대표의 단식 퍼즐 마지막 한 장은 뭔가

[백서칼럼] 이재명 대표의 단식 퍼즐 마지막 한 장은 뭔가

  • 기자명 홍성남 논설위원
  • 입력 2023.09.25 07:22
  • 수정 2023.09.25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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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 대상 단식에 비친 한국 정치의 민낯 난세의 후흑은 후흑으로 맞서야 풀려

홍성남 논설위원
홍성남 논설위원

[서울시정일보 홍성남 논설위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간의 단식을 중단했다. 그의 단식이 남긴 건 무엇인가. 한국 정치문화의 민낯이었다.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드러난 가운데 여야는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에 따른 셈법에 따라 부산하다. 

민주당은 코앞에 닥친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주목하면서 당 내분 수습과 10월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의힘도 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 결정을 기대하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야가 전장을 여의도에서 강서구로 옮겨 대회전의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정권교체에 따른 가시적 평가와 이재명 대표 사법처리 문제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의 단식을 국민은 “나라를 망치는 주범은 정치” “여의도 정치 폭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 실종을 우려하는 민심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쟁으로 지연되던 민생법안이 실종되고, 국회가 안은 정쟁으로 밖은 각종 시위로 무법천지가 되는 상황을 더 이상 봐줄 수 없다는 경고이다.

이재명 대표의 단식은 인식과 해석에 따라 현상이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이 대표는 단식을 약자의 최후 저항 수단으로 봤다. 민주당도 동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범죄인이 국회의원 불체포동의안에 숨는 방탄단식으로 봤다. 

그에 따라 민주당은 동조 단식과 단식 중단 피켓을 들고 간 국회의원 등 여러 형태의 격려 방문을 보이며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려는 상황을 연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범죄인의 국민 기만전술 웰빙단식으로 보면서 단식 현장을 찾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가 검찰로부터 받는 혐의에 대한 서로의 인식이 다르면서 상이한 해석이 도출되고 극명한 행동이 나왔다.

그 결과 진영의 골은 더욱더 깊어졌다. 국회가 권투가 아닌 격투기장으로 변했다. 경기규칙에 따라 국민의 관심을 받는 권투 경기가 아니라 죽이라는 외침만 거세지는 광란의 격투기장이 되었다. 여야의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정치문화였다. 세분의 시선이 아니라 퉁친 시각이었다. 이재명 대표가 받는 범죄 혐의를 국회의원 이자 민주당 대표라는 직분과 떼어서 보려는 이성적 관점은 없고, 대선 패배의 후보인 이재명을 죽이려 한다는 감정적 시선만 넘쳤다. 이유 불문하고 막아야 한다는 결집의 전투였다.       

이제 오픈게임은 끝났다.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로 국민의힘 승리였다. 본경기는 추석 밥상의 민심이 드러나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이다. 본경기 결과에 따라 여야의 전략과 전술은 달라진다. 손자병법 36계를 뜯어 보면 핵심은 누가 더 기만과 사기술에 뛰어나느냐이다. 전력의 과다는 눈에 드러난다. 이를 어떤 포장으로 세련되게 속이느냐이다. 이재명 대표의 단식도 그중 하나였다. 결과는 실패였다. 성공하는 단식의 조건과 요소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의 단식은 민주당의 당내 후폭풍과 국민의힘 공격 대상 상실을 가져왔다.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가결 뒤 비명계 원내대표가 사표를 냈다. 비명계 최고위원도 물러났다. 그만두겠다는 친명계 사무총장은 어정쩡하게 주저앉았다. 더욱더 공고화된 친명계 지도부 구축이다. 가결표 국회의원 색출 작업은 인민재판으로 불타오르고, 대화와 타협의 협치 정치 실종은 가속화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처리를 거세게 밀어붙일 것이다. 여야 극한 대립 속에 죽어나는 것은 국민이다. 민생 실종은 국민 경제로 이어져 고난을 가중한다. 

지방에서 제조업을 하는 지인은 경제가 정말 어렵다고 말한다. 일감이 없어 매물로 나온 공장이 주변에 너무 많다고 한다. 여야에서 진영 논리 폐해를 일찍부터 경고해 온 중진과 현역 시절 다선으로 지도부를 경험한 정치인들은 “정치가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다”고 걱정한다. 정치문화 복원의 목소리가 국민의 공감 속에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단식은 끝났다. 하지만 단식정국은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의 단식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퍼즐게임도 이어지고 있다. 퍼즐게임은 마지막 한 장을 맞춰야 끝난다. 현재 30% 정도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65%는 예측과 짐작으로 맞춰질 것 같다. 남은 건 이 대표가 감추고 있는 5%의 마지막 한 장이다. 그 한 장은 민주당의 운명과 직결되어 있다. 

이 대표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로 공수가 바뀐 듯하지만, 공격의 고삐는 여전히 국민의힘에게 있다. 이재명 대표가 받는 혐의 중 선거법 위반이다. 나머지 혐의들은 민주당으로서 잘못되어도 이재명 대표와 관련 혐의자들의 몫이다. 이재명 대표를 떼어내면 된다. 그렇지만 선거법 위반은 떼어 낼 수 없고 떼어지지도 않는 공동운명체이다. 법원의 유죄가 인정되는 순간 민주당의 운명은 풍전등화風前燈火 격이다.

선거법 위반에 따른 구속과 그에 따른 선거자금 변제이기 때문이다. 국회법 136조 2항은 ‘의원이 법률에 규정된 피선거권이 없게 되었을 때는 퇴직한다’고 돼 있다. 이 대표의 경우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피선거권을 상실하기 때문에 국회법에 따른 퇴직 여부가 문제 된다.

이재명 대표는 2021년 12월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 언론 인터뷰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성남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하는 등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또한 2021년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사업 특혜 의혹 관련 “국토부가 용도 변경을 요청했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허위로 답변한 혐의도 재판에 넘겨졌다. 

이 대표가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당선 무효형을 확정받을 때 민주당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전받은 대선 비용 434억여 원을 반납해야 한다.

이 대표가 이 사건으로 올 3월 3일 피고인 신분으로 법원에 출석했다. 이번 단식으로 9월 22일의 진행이 10월 13일로 기일이 변경됐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의 전투는 지루한 싸움이 될 것이다. 총선 전에 끝날 것인지가 주목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사범 재판은 다른 사건에 우선해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개월 안에 1심 판결을 선고하고, 2심과 3심도 원심판결 후 3개월 안에 선고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은 따로 강제할 수단을 두지 않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이 기간 안에 판결이 나오지 않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여야에 제갈량과 사마의나 순욱과 법정과 같은 전략가가 있다면 이 전투를 서로 유용하게 이용하려 전략 경쟁을 벌일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온갖 조롱을 받으면서도 단식을 강행한 이유는 마지막 퍼즐 한 장에 있을 것이다. 그 퍼즐이 선거법 위반 사건과 연결된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짐작과 추론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를 생각해 보면 퍼즐의 가닥도 잡을 수 있다. 이 대표로서 다음 대선의 전진기지는 민주당이다. 민주당 해체 위기로는 대선 출마가 불투명해진다. 민주당을 지켜야 할 이유다.          

이재명 대표는 정치역정에서 많은 비난을 받아 왔다. 스캔들과 형제간의 도덕성을 면후심흑 面厚心黑의 후흑과 임기응변으로 버텨냈다. 하지만 지금 받는 혐의들을 그 방법으로 이겨낼지는 미지수다. 

후흑학厚黑學은 면후심흑이다. 후흑의 본질은 구국이다. 후흑을 개인의 출세와 보신을 위해 구사하면 비루해진다. 하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해 구사하면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 

대한민국의 현 좌표는 난국이며 난세이다. 난세에는 난세의 국가 운영이 필요하다. 다만 그 지향점이 개인이 아닌 국가와 민족이어야 한다. 난세에 후흑을 쓰면 후흑으로 맞서 극복해야 한다. 이 대표의 후흑이 몇 단계인지는 모른다. 그가 지금까지 써온 후흑으로 볼 때 후여성장厚如城牆 흑여매탄黑如煤炭(낯가죽이 성벽처럼 두껍고 속마음이 숯덩이처럼 검다)의 1단계로 보인다. 더 이상 낮은 단계의 후흑으로 한국 정치를 혼란스럽게 하고 자신을 망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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