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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칼럼] 정치권의 가볍고 모난 말 퇴치 할 때...정치는 말의 힘으로 겨루는 격투기

[백서칼럼] 정치권의 가볍고 모난 말 퇴치 할 때...정치는 말의 힘으로 겨루는 격투기

  • 기자명 홍성남 논설위원
  • 입력 2023.09.07 08:50
  • 수정 2023.09.0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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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논설위원
홍성남 논설위원

[서울시정일보 홍성남 논설위원] 정치는 말의 싸움이다. 수사학修辭學이다. 설득의 수단으로 문장과 언어의 사용을 고른다. 골라지는 말은 힘을 가지고 무기가 된다. 정치인의 말은 논쟁이나 토론에서 날카로운 칼이 된다. 자신의 주장을 뚜렷이 드러내거나 옹호하고, 상대방의 약점을 후벼내면서 급소를 찌른다. 때로는 현상이 일방적이고 과장 되게 드러나도록 한다.

그런데 갈수록 국회의원들의 말 건조증이 심해지고 있다. 짧아지는 경향도 자주 보인다. 품격 상실의 척도를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을 향해 “이동관씨”라고 했다. 최강욱 의원은 “윤석열씨가 한 말이다”고 했다. 직함에 대한 호칭은 쓰지 않았다.

정치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국민의 마음으로 들어간다. 그 장면이 국민의 마음에 좋게 새겨지고 밝은 이미지로 기억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치인은 말을 폭탄처럼 터뜨리고 칼처럼 찌르고 주먹처럼 때린다. 때로는 낚싯밥처럼 낚는다. 듣는 이들은 유혹하는 미끼에 살인적인 가시가 있는지도 모르면서 낚인다. 낚싯밥을 삼키고도 인지하지 못한 물고기처럼 깨닫지 못한 채 헤엄쳐가기도 한다. 결과는 좋지 않다.     

건조한 말과 짧아진 말은 힘을 갖지 못한다. 말이 힘을 가지려면 무게가 있어야 한다. 무게는 격을 갖추게 되고 격이 갖춰지면 힘이 생긴다. 정치인의 말에 힘이 있으려면 자기 말을 항상 듣고 있어야 하고, 한 말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정치인은 시인이 시어를 고르고 창작하듯이 수사학이 말하는 규범을 늘 생각한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선택한 ‘코이의 법칙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설득력 있는 연설을 만들기 위해 발견하고 배열하며 표현하고 기억하며 연기하는 일에 큰 노력을 쏟는다.

대정부 질문에서 김예지 의원의 연설이 성공적이었다면 일대일 질의와 답변에서 성공한 경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5공청문회 보인 모습이다. 수사학의 규범에 문법과 논리를 가다듬은 결과이다.     

그런데 두 의원은 자신은 국민이 선택한 국회의원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국민이 선택하고 그 선택권자가 임명한 공직자의 호칭을 무시하고 ‘씨’로 불러 방망이와 몽둥이 설전 현상을 보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고민정 의원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을 향해 “답변하는 걸 보니 이동관씨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동관 위원장은 “국무위원으로서 말씀드리는 건데 이동관씨가 뭡니까”라며 “개인 이동관한테 질문하는 것 아니지 않습니까. 방통위원장 이동관한테 질문하는 거 아녜요. 이동관씨에게 질문하면 제가 답변할 의무가 없는 거니까요”라고 했다.

이 장면에 대한 국민의 마음은 불편했다. 진영의 측면에서 본 사람들은 서로 자기 진영의 말이 몽둥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 방망이와 몽둥이의 설전이 불편하고 불안할 뿐이다.

말의 힘은 ‘말 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이 말해준다. 최근에는 말의 파장에 관한 공감대가 크다. 말에 힘이 있다는 것을 물리과학적으로 보는 견해이다. 생명체는 물론이고 비생명체까지도 고유한 파장이 있고,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파장이 있는데 물의 결정 확인과 쌀밥의 곰팡이균 실험이 그 파장을 증명하고 있다.

말은 파동과 파장으로 세상을 움직이며 놀라운 힘을 보여준다. 이 말의 파장 효과를 웅변하는 말들이 있다. “말로 복을 지으면 인상과 체질도 변한다. 남을 배려하는 말을 사용하면 좋은 기류가 형성된다.

험한 말을 하는 사람을 경계하라 좋지 않은 파장을 몰고 다닌다. 남에게 말로 상처를 주지 말라 말에는 부메랑 효과가 있다. 언어요법은 약 대신 말을 처방하여 죽을병도 살려낸다. 선한 말에는 선의 에너지가 작용하고 악한 말에는 악성 바이러스가 침투한다”는 것 등이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이기 때문에 말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상대에게 다른 파급력을 전달한다.   

말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결단을 의미한다. 애매하고 다의적이고 가변적인 현실은 입에서 떨어지는 말을 통해서 일정한 형식과 성질로 결정된다. 그러므로 그 말은 현실을 형성하는 힘을 가지는 결단이 된다. 입에서 떨어지는 말을 통해서 새로운 상황이 이룩되고 현실이 창조된다.

입에서 한 번 떨어진 말은 되돌릴 수 없다. 그 말은 창조적인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그 말을 취소하더라도 이미 입에서 떨어진 말과 그것을 취소한 말이 함께 객관적인 사실로 남는다.

따라서 이미 떨어진 말은 사라지지 않는다. 말이 떨어지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그러므로 말은 말하는 위험성을 인식하게 되고 말하는 사람의 높은 책임성도 깨닫게 한다. 한 번 떨어진 말은 감옥과 같은 구속력까지도 가진다.

말의 힘은 말하는 사람의 결단이고 창조적 행위이기 때문에 정치인의 말은 담백하고 신중해야 한다. 품격이 있어야 한다. 정치인은 국민이 자신들의 말을 통해서 정국을 진단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운명을 진단한다는 현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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