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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일은 참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다

[섬진강칼럼]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일은 참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다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3.06.28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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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장맛비 퍼붓고 있는 구례읍 야경이다.
사진 설명 : 장맛비 퍼붓고 있는 구례읍 야경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배고픈 것은 잘 참아도, 배 아픈 일은 참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네 사람의 속성을 보면, 자신의 배가 고픈 것은 몇 번이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잘 참아도, 남이 잘되 배 아픈 일은 참지를 못한다는 뜻이다.

어디 사촌뿐이겠는가? 형제자매는 물론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욱 그렇고, 이것이 겉 다르고 속 다른 우리네 인간들의 속성이다.

아득한 옛날부터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괜히 전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촌이 논을 사면 축하할 일이 분명한데, 되레 배가 아픈 이유는 간단하다.

옛날에는 좋은 논밭을 가지는 것이, 최고의 재산이고, 사회적 가치와 척도인 연유로, 사촌이 논을 샀다는 것은, 그만큼 부자가 되었음과 동시에 사회적 위상이 높아졌음 말하는 것이므로, 논을 산 사촌을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사촌의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처지가 비교되고 차이가 나는 것이므로, 부럽고 부러운 만큼 배가 아픈 일이 되는 것이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같은 지역에서 서로 사는 처지가 비슷하던 사촌이, 어느 날 그동안 타고 다니던 똥차를 버리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폼 나는 최신형차를 타고 나타나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있는 사촌을 지켜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정작 문제는 사촌이 논을 산 이후다. 배 아파하는 못난 사람은 배 아파하다 끝내 배 아파 죽고, 지혜로운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부족함을 극복하면서 발전하는 분발의 계기로 만든다는 것이다.

늦은 밤 부모의 마음과는 달리 기울어지고 멀어져가는 자식들의 걱정으로 고민하고 있는 이의 전화를 받고,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요란한 천둥과 번개로 봉산의 밤을 흔들며 퍼붓고 있는 장맛비 소리가 낯설기만 하고, 유리창 넘어 보이는 구례읍 야경이 쓸쓸하기만 하다.

문(門)이 없는 허허당(虛虛堂)에서

2023년 6월 27일 박혜범(朴慧梵)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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