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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비 개인 봄날 오후 모가지로 떨어진 봉산의 동백꽃들을 보면서

[섬진강칼럼] 비 개인 봄날 오후 모가지로 떨어진 봉산의 동백꽃들을 보면서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3.03.27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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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비 개인 봄날 오후 모가지로 떨어진 봉산의 동백꽃들이다
사진 설명 : 비 개인 봄날 오후 모가지로 떨어진 봉산의 동백꽃들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다음의 내용은 어제 비 개인 오후 봉산에서 생의 마지막 자리를 다듬고 있는 촌부를 찾아온 이가 봄비를 탓하는 등 이런저런 구질구질한 잡소리 한마디 없이 모가지로 떨어진 동백꽃들을 보면서, 다짜고짜 세상을 구할 방책을 묻는 질문에 답한 것을 정리한 것인데, 심심풀이 재미삼아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첫 번째는, 해방 후 사법고시에 합격한 모든 놈들과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나온 전·현직 판사·검사·변호사들은 몰론 이른바 법학자라는 이름으로 밥을 빌어먹고 있는, 이름 하여 이 땅의 모든 법조인이라는 놈들을, 한 날 한 시에 모두 잡아들여서 한강 하류 서해바다에 수장시켜 물고기들의 밥으로 던져주면 된다.”

“두 번째는 전·현직 모든 국회의원들을 한 날 한 시에 모두 잡아들여 여의도를 건너는 한강다리 위에서 한 놈씩 차례차례 강물에 던져 물고기들의 밥으로 만들면 된다.”

“세 번째는, 전·현직 판사·검사·변호사들과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나팔수로 혹세무민하며 밥을 빌고 있는 모든 언론인들 특히 평론가들이라는 잡놈들을 한 날 한 시에 모두 잡아들여서 광화문 광장에 형틀을 만들어 한 놈씩 앉혀놓고 주리를 틀어 죄를 자복하게 한 후 그놈들의 혀를 뽑아 죽이면 된다.” 

“첫 번째, 두 번째, 놈들보다 언론인이라는 놈들을 본보기로 잔인하게 죽여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상의 소금이 되어야 할 놈들이 소금이 되지 못하고 권력에 빌붙어 혹세무민하는 소리로 국민들을 속이고 나라를 망친 가장 죄질이 나쁜 놈들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선량한 국민들을 속이며, 나라를 망치고 있는 이놈들, 이 세 잡것들 잡놈들을, 한 날 한 시에 확실하게 제거하는 것, 이것만이 자네가 원하는 가장 빨리 살기 좋은 나라 대한민국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네나 나나 그리고 저놈들이나 다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 자궁 밖 사람의 자식이라는 것이다. 말인즉슨 본보기로 저놈들을 그렇게 죽여 세상의 본을 세운들 그 세월이 몇 년이나 가겠느냐는 것이다.”

“잠깐 몇 년 세월은 난 놈 못난 놈 없이 너나 나나 파란불에 건너고 빨간불에 멈춰서는 착한 세상이 되겠지만, 그게 어디 몇 년이나 가겠는가? 그래봤자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고 그래서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일세.”

“왜냐 하면, 하늘이 언제나 맑고 푸른 것만이 아니기에 하는 말이라네. 저 텅텅 빈 하늘이라는 것 자체가 쉼 없이 천변만화를 일으키는 에너지라, 날마다 해와 달이 뜨고 지는 것은 물론 인연을 따라 맑고 흐린 것이 다반사고, 시도 때도 없이 비 오고 바람 부는 것이 일상이고, 때때로 가뭄과 장마가 번갈아 일어나는 일이 당연한 것이듯, 사람의 마음 또한 날마다 하루에도 천변만화를 일으키는 또 다른 하늘이기에 하는 말일세.”

“비록 농일지라도, 할 수만 있다면 저 놈들 저 새끼들을 한꺼번에 없애 나라를 편안케 할 방법을 묻는 자네의 터지는 속을 어찌 모르겠는가마는, 그게 자네의 어리석음이고 과욕이라면 이해를 하시겠는가?”

“꽃들이 만발한 이 봄날 자네가 여기 봉산을 찾아오는 동안, 싫든 좋든 이런저런 꽃들을 보고 꽃향기들을 맡지 않을 수 없었듯이, 비오는 날 길을 걷다보면,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온 몸으로 비를 맞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혹 우산을 준비했다 하여도 구두와 옷을 버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스스로 감수하듯, 어쩔 것인가 국민들 저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견디며 감내하는 수밖에......”

“고백하면 날마다 이런저런 정치에 관한 글들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자네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놈일세. 부질없는 소리들을 뱉어내고 있는 것 자체가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라네.”

“다만 한 가지 내 스스로 찾은 위안이고, 사는 희망이라 한다면, 날마다 살아야 하는 하루를, 내가 살아 있음에 겪어야 하는 시절의 인연으로 생각하고, 그래서 감당해야 할 업보라고 기꺼이 견디며 산다네.”

강물은 안개를 삼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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