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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봄날 한 마리 꿀벌이 연기한 짧은 신파극을 보고

[섬진강칼럼 ]봄날 한 마리 꿀벌이 연기한 짧은 신파극을 보고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3.03.02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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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신파극의 주인공 꿀벌이 배수로 콘크리트 벽을 힘겹게 기어오르고 있는 장면이다
사진 설명 : 신파극의 주인공 꿀벌이 배수로 콘크리트 벽을 힘겹게 기어오르고 있는 장면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게재한 한 장의 꿀벌 사진은, 오늘 오전 지리산 천은사 심원암(深源庵) 단하선사(丹霞禪師)의 전화를 받고, 약속 장소인 구례읍 카페 허밍으로 가기 위해, 집 앞 강변 정류장에서 강을 돌아오는 버스를 기다리다 본, 한 마리 꿀벌의 모습이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봄볕에 피고 있는 꽃들을 찾아 나섰을 꿀벌 한 마리가 길옆 깊은 배수로 콘크리트 벽을 힘들게 기어오르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려니, 미물인 한 마리 꿀벌이나,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네 사람이나, 날마다 하루를 먹고 사는 일들이 결코 쉽지 않다는, 뭐 그런 생각에 촌부의 마음이 씁쓸하기만 하였다.

일찍이 사람들이 말하기를, 잘났다는 사람들이나 못났다는 사람들이나, 그가 누구든 인생이라는 것 자체가 자신이 연출하고 주인공으로 연기를 하는 신파극이라고 하였는데, 휘젓는 봄바람에 날지를 못하고, 배수로 콘크리트 벽을 기어오르고 있는 한 마리 꿀벌의 모습은, 어떻게든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연기를 하고 있는 신파극의 주인공이었다.

콘크리트 벽을 기어 올라온 꿀벌이 다시 꽃들을 찾아 날아가는 것으로 봄날의 짧은 신파극은 끝나고, 단하선사를 만나기 위해 구례읍으로 나가면서 드는 생각은, 강변 정류장에서 관객으로 보았던 신파극의 주인공 한 마리 꿀벌처럼, 촌부인 나는 날마다 나에게 주어지고 있는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느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분별도 없고 차별도 없는 자연의 눈으로 보면, 배수로 콘크리트 벽을 기어올라 날아간 꿀벌이나, 구례읍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나, 모두가 다 그날그날 날마다 오는 하루를 열심히 연기하고 있는 신파극의 주인공들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여기서 내가 나에게 드는 의문은, 과연 촌부인 나는 날마다 신파극을 연기하고 있는 주인공인지, 아니면 그 신파극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인지, 어느 것이 내 역할이고 내 참 모습이냐는 것이다.

한참을 생각하다,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고, 내가 생각해도 나라는 놈이 참 실없는 놈이라는 생각에, 혼자서 한바탕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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