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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프란츠 카프카가 그의 작품 '변신'에서 말하는 인간 소외 현상

[문학칼럼] 프란츠 카프카가 그의 작품 '변신'에서 말하는 인간 소외 현상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2.09.20 22:50
  • 수정 2022.09.2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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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의미상실, 사라져가는 삶에 대한 소외
지금의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민병식 칼럼니스트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민병식 논설위원]  산업혁명 이후의 산업 발달과 현대의 과학문명 속에서 소외되어가는 인간의 현실을 고발하면서 실존주의가 등장하였고 현재 있는 그대로의 인간의 모습을 강조하며 인간의 주체적 존재로서의 삶과 인간 존재의 존엄성을 강조한 철학적 사조의 등장은 까뮈나 샤르트르, 카프카의 문학 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이 중 프란츠 카프카(1883-1924)는 체코슬로바키아 태생의 독일 소설가로 인간 존재의 부조리 성을 초현실주의 수법으로 파헤쳐 현대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작가이다.

가족을 위해 상점의 판매원으로 고달픈 생활을 하던 그레고르는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났을 때, 침대 속에서 자신이 한 마리의 커다란 벌레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문 밖에서는 그의 출근을 재촉하는 부모와 여동생의 소리가 들리고, 한 시간도 채 못 되어 상점에서 지배인이 달려와 출근을 조른다.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는 방문을 열지 못하다가 겨우 문을 열자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를 보는 순간 모두 놀라고, 지배인은 기절할 듯 도망치고 부모는 충격을 받고 당황해 한다. 아버지는 위협적인 동작으로 벌레를 다시 방으로 들여보내는데, 이때 그레고르는 큰 충격으로 상처를 받고 피를 흘린다. 이 일이 생긴 후에 하녀는 휴가를 내고 나가 버리고, 아버지와 여동생은 취직을 하게 되며, 어머니는 바느질 일감을 구해와 밤을 새며 일을 한다. 여동생은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밤에는 속기와 불어도 배우러 다닌다. 그레고르는 바이올린을 좋아하는 여동생에게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고,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음악학교에 보내주겠다는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이런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이다. 주인공은 문틈으로 가족들을 관찰한다. 그의 모습에 질린 누이동생은 공포를 느끼며 그에게 음식을 갖다 주지만 그는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한번은 그레고르가 방에서 나가자 아버지가 그에게 사과를 던져 심한 상처를 입힌다. 게다가 살림에 보태기 위해 세 명의 하숙생을 한 방에 받게 되면서 그레고르의 방은 창고처럼 변해버린다. 어느 날 저녁 누이동생이 저녁식사 후에 하숙인들을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을 때 음악에 이끌린 주인공은 거실로 기어 들어간다. 하숙인들은 벌레의 출현에 깜짝 놀라며 하숙을 해약하겠다고 위협을 한다. 누이동생은 벌레를 더 이상 오빠로 간주할 수 없다며 벌레를 없앨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부모를 설득한다. 그레고르는 힘없이 자기 방으로 돌아와 시름거리다 결국 뻣뻣해진 모습으로 발견된다. 그러나 아버지는 '자, 이로서 하느님께 감사드려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하녀는 벌레의 시체를 치우고, 한결 가벼워진 가족은 행복한 기분으로 전차를 타고 산책을 간다.

변신이 상징하는 것은 가족을 위해 성실하게 일하던 그레고르가 벌레의 모습으로 변하게 되자, 처음에는 동정하던 가족들도 점차 그를 혐오하고 냉대하게 된다. 이는 자신이 속하였던 집단에서조차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으로, 현대인의 소외된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가족에게 외면 받은 삶이 사회에서는 오죽하겠는가. 작품에는 두 개의 변신이 있다. 가족의 변신과 카프카의 변신,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하자 그에게 의지하여 수동적 삶을 살고 있던 가족들은 스스로 직업을 구하는 등 갑자기 자의적인 삶을 꾀하고 활력이 넘치며 미래를 준비하며 실존을 위한 변신을 한다. 반면, 그레고르는 자기 정체성을 잃고 보편적 삶의 틀에 맞추어가며 점점 실존을 잃어가다가 결국 벌레로 변하는 변신을 보여준다.

현대 우리의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100년 전의 이 소설이 지금의 우리들에게 주는 교훈은 물질주의가 만연한 세상에서 점점 자기를 잃어버리고 존재의 의미마저 생각할 여유가 없이 살다가 사라져가는 우리들의 삶에 대한 소외를 말하고 있다. 지금의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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