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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신강칼럼] 절묘한 타이밍에 듣는 죽이는 노래였다

[섬신강칼럼] 절묘한 타이밍에 듣는 죽이는 노래였다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2.08.12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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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주 가수
이명주 가수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내가 나를 기록하기 위해 쓰는 지극히 사적인 소회의 글이다. 지난 8월 4일 그러니까 기이한 꿈을 깬 새벽 잠 못 들며 뒤척이다 지난봄부터 여름 내내 찾으며 고민하던 일, 처음 태어나 살아보는 낯설고 어설픈 인생이지만, 나름 마지막 인생을 정리하는 생사의 점을 찍을 중대한 결심을 하고 쓴 글이 다음의 “칠월칠석 새벽의 기도”였다.

마음 줄 곳 없는 세상

돌고 돌아서

그대에게로 가는 날이

오늘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5일 오후, 내 인생 마지막 주사위를 허공에 던지는 결행을 하였는데, 문제는 이후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치와 내가 아닌 또 다른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가 충돌하였고, 그 충돌하는 충격파가 커다란 지진의 여파처럼 지금까지 나를 흔들고 있는데, 아프다. 여전히 사는 일들을 모르는 내가 아프고 그렇게 또 인생이라는 낯선 삶을 살아야 하는 내가 아프기만 하다.

그래서 엊그제는 찾아온 친구를 핑계 삼아 따라가서, 해가 떨어진 초저녁부터 끊었던 술을 취하도록 마셨고, 어제 아침에는 봉산을 넘으면서,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를 위해서 간절히 기도를 했었고, 오늘 아침에는 내가 나를 위로하면서 봉산을 넘었다.

부연하면 비록 살빼기 운동으로 아침마다 걸어서 넘는 봉산이지만, 내게는 내가 나를 극복하고 나를 넘어가는 아주 특별한 길이고 공간이며 시간이다.

참고로 내가 날마다 걷는 거리와 코스를 공개하면, 오전 7시 집 앞을 지나가는 첫차를 타고 7시 5분 구례구역에서 하차하여, 섬진강 다리를 건너 강변 둘레길을 따라 대숲을 지나 강촌마을을 가로질러 이어진 한적한 농로를 따라 산정마을을 통과, 봉산으로 오르는 가파른 길을 숨이 차게 걸어서, 정상에 있는 누각에 올라 잠시 깊은 숨을 내쉰 후, 구례여중학교를 거쳐 오거리 청자다방 앞 버스 정류장까지 삼성 헬스 앱 기준으로 대략 거리는 9,5km 시간은 가장 빠른 속보로 1시간 20분대 걸음은 12,000보 정도다.

뭐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아침마다 걸어서 봉산을 넘어가는 이 길이, 촌부 나름 주장하는 날마다 눈을 뜨면 마주하는 일상의 모든 순간들이 실상이고, 모든 공간과 시간들이 명상이고 선(禪)임을 실천하는 것으로, 한마디로 내가 내 마음을 다스리는 마음의 공간이고, 사유와 사색의 시간이며 날마다 찾아야 하는 삶의 답을 구하는 길인데.......

어제 아침에는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를 위해서 간절한 마음의 기도를 하면서 봉산을 넘었고, 오늘 아침에는 내가 나를 위로하며 봉산을 오르는데, 정상에 다다를 무렵부터 귀에 익은 노래 “울지 마라 가야금아” 노래가 구례군에서 설치한 스피커를 통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봉산 누각으로 오르는 내 귀에 익은 노래 “울지 마라 가야금아” 제목의 노래는, 내가 살아오면서 가끔 얽혀버린 인생사를 풀어내며 듣는 노래 가운데 하나인데, 그런 사연의 노래를 상상하지 못했던 아침에 오르는 봉산 정상에서, 그것도 부슬비 내리는 속에서 내가 내 귀를 의심하며 들은 노래는 분명하였고, 그 순간 내게는 울고 싶은 놈 뺨을 맞은 격으로, 절묘한 타이밍에 듣는 죽이는 노래였다.

집에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아 유튜브를 검색하여 아침 봉산 정상에서 그것도 부슬비를 맞으며 들었던 이명주가 부르는 “울지 마라 가야금아” 노래를 듣고 있으려니 여전히 아프다. 꿈속에서 꿈을 깨지 못하고 있는 어리석은 내가 아프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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