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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편지] 가끔은 울면서 살라고 하였다

[섬진강편지] 가끔은 울면서 살라고 하였다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2.02.0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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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고목나무와 까치둥지다.
사진 설명 : 고목나무와 까치둥지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울어버리라고 하였다.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서 숨을 쉴 수가 없고,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다며 살길을 알려달라는 이에게,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실컷 울어버리라고 하였다.

답답하고 먹먹한 가슴이, 눈물에 묽어져서 담담해질 때까지, 어디든 가서라도 하다못해 담벼락이라도 붙들고, 큰 소리로 엉엉 목 놓아 울어버리라고 하였다.

숨어서 죄인처럼 숨을 죽이며 울지 말고, 할 수만 있다면 산이 무너져 내리고, 하늘이 소스라치며 놀랄 정도로, 그렇게 큰 소리로 목 놓아 울어버리라고 하였다.

혹 남들이 모르게 엉엉 울고는 싶은데 울 곳이 없다면, 혼자 노래방에라도 가서 슬픈 노래를 큰 소리로 부르며. 슬픈 노래를 핑계로 울어버리라고 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가끔 그렇게 울면서 사는 거라고, 사람은 가끔 울어야 살 수가 있는 짐승이라고, 그래서 나도 가끔은 눈물을 흘리며 운다고, 울고 싶을 때 우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니, 언제고 울고 싶을 때는, 참지 말고 울어버리라고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준 말은, 살다가 또 오늘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하여 숨이 막혀서 살 수가 없을 때는, 그렇게 울어버리면 된다고, 다들 그렇게 사는 것이니, 그렇게 가끔은 울면서 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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