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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김건희 여사의 대국민 사과를 보면서

[섬진강칼럼] 김건희 여사의 대국민 사과를 보면서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1.12.2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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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한파에 얼어 죽은 구례읍 봉산의 장미꽃이다.
사진 설명 : 한파에 얼어 죽은 구례읍 봉산의 장미꽃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피가 뜨거웠던 젊은 시절의 이야기다. 당시 살아있는 성녀로 추앙받고 있던 ①마더 테레사 수녀와 ②현모양처와 ③ 길거리 창녀, 세 명의 여자를 두고, 이 세 여자 가운데 누가 날마다 자신의 양심에 부끄럽지 않는, 하루를 살고 있느냐는 논쟁이 있었다.

여성의 삶에 대하여, 여자가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인생이냐는,  그때 우리들끼리 하는 말로 그냥 술 마시기 위해서, 핑계 삼아 가끔 만나서 이런저런 토론을 벌이는 모임 끝에 가지는, 여흥의 술자리에서 오가는 가벼운 이야기가, 심각하고 거창한 논쟁으로 번져버렸고, 이후 이것이 정식 토론의 주제로 선정되어, 몇 번의 격렬한 논쟁이 있었지만, 끝내는 서로가 인정하는 이른바 바른 견해라는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말았는데......

그때 촌부가 주장했던 것은, 하루를 먹고 살기 위해 몸을 파는 길거리 창녀가 가장 부끄럽지 않는 삶이고, 두 번째는 남자 즉 남편이라는 사내를 사랑하기 위하여 밤마다 옷을 벗는 현모양처라는 여자였고, 세 번째는 신의 사랑을 얻기 위해 또는 자신이 얼마만큼 신을 사랑하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날마다 하루를 살고 있는 마더 테레사수녀라고 하였는데, 이러한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때 일반 사람들이 가지는 생각과, 토론에 반론으로 제시되는 논조들이 똑같은 것으로, 길거리에서 몸을 파는 창녀들을 향하여, 돈을 받고 사내들에게 몸을 파는 더러운 여자들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는데, 한마디로 대가를 받고 몸을 파는 것이 용서 할 수 없는 죄라는 것인데,....

대가 여부를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고 죄를 논한다면, 날마다 하루를 먹고 살기 위해 옷을 벗고 몸을 파는 여자나, 남편을 사랑하기 위해, 또는 남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남편이라는 남자의 앞에서 밤마다 옷을 벗는 현모양처라는 여자나, 신의 사랑을 얻기 위해 날마다 하루를 사는 여자 테레사 수녀나, 돈은 물질의 가치이고, 사랑은 무형의 가치라는 언어만 다를 뿐, 바라고 얻는 대가는 똑같은 것이므로, 여기에는 어떠한 차별이 있을 수가 없다.

그러나 세 여자가 하루를 사는 이 대가에 대하여, 옳고 그름을 신이 판단을 한다면, 사람이라는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만들어놓은 특별하고 차별적인 존재가 아닌, 원초적인 자연이라는 그 속에서 존재하고 있는 자연인의 관점에서 판단을 한다면, 결론은 달라지고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가장 위선적이고 허망한 하루를 사는 여자가 마더 테레사 수녀이고, 두 번째가 다만 존재의 이유를 현모양처가 되기 위해서, 날마다 노력하며 이름도 없이 살고 있는 현모양처라는 여자이고, 세 번째 생명의 본질인 하루를 먹고 살기 위해서, 몸을 파는 창녀가 가장 양심적이고, 솔직한 삶이라는 것이 촌부의 생각이다.

오늘 오후 방송으로 중계되는, 김건희 여사의 대국민 사과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그녀가 어떻게 살아왔던, 정치 이전에 한 사람의 자연인 여자 김건희일뿐인데, 여전히 한 여자의 과거를 비난하며 매장시키기 위해, 돌팔매질에 혈안이 되어 있는 한국사회를 보면,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에서 논문을 제출한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온전한 사람이 몇이나 있다고 이러는지, 변태들도 저런 변태들이 없다는 생각이다. 한마디로 변태들의 공화국이라는 말이다.

입 달린 사람들마다, 특히 의식과 문화가 깨어있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는, 여성의 자유와 권리의 확대, 성평등을 주장하는 이른바 페미니스트들이 대접을 받으며,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이고, 대선의 당락을 결정짓는 중요한 이슈이며 가치 판단인데, 실상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미개한 야만인 취급을 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어렵게 말을 돌릴 것이 아니라, 그래서 뭐 그게 어쨌다고......

남자들은 논문 표절과 경력을 뻥튀기하는 것은 다반사이고, 룸살롱에 가서 접대부들과 질펀하게 놀아나는 것은 물론, 혼외 자식을 두어도 좋고, 특히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재명처럼, 총각을 사칭하며 미모의 여배우를 농락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삼지 않으면서, 왜 여자들에게만 완벽하기를 강요하고, 과거가 심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이게 과연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사는 온당한 나라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사실 여부를 떠나 대통령 부인이 될 한 여자의 과거에 대하여, 온 나라 사람들이 집단으로 보이고 있는 광적인 광기들을 보면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위선자들의 나라이고, 여전히 남성 위주의 사고에 길들여져 있는 미개한 사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촌부만이 아닐 것이다.

오늘 촌부가 김건희 여사의 대국민 사과를 보고 지적하고 싶은 것은, 자연인으로 자신이 살아온 과거에 대하여 당당했어야 했으며, 무엇보다도 정치인의 아내로 사과든 해명이든 당당하게 했어야 했는데, 스스로 그러하지를 못했다는 것 자체가 실망이다. 한마디로 그렇게 연출한 당 관계자들과 참모들이 생각이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는 등신들이라는 말이다.

쉽게 말해서 자세가 문제였다는 것이다. 사과든 해명이든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으며, 저 정도 저 강단이면 영부인이 되었을 경우 더는 실수는 하지는 않겠구나, 또는 저 정도면 잘하겠구나 하는 믿음을 갖도록 했어야 했는데, 이건 오히려 자폭 수준이 돼버렸다.

예를 들어, 국민들을 향하여 당당하고 큰 소리로, 그럼 마누라하고 이혼이라도 하라는 말이냐고 외쳐, 그 한마디로 불리한 여론을 반전시켜버린, 노무현의 흉내라도 냈어야 했는데, 하다못해 이재명의 뻔뻔함이라도 흉내를 냈어야 했는데, 정말 영혼도 없고 감동도 없는 사과였다.(아무런 생각이 없는 당 관계자들이 만들어 낸 참사였다.)

이번 대선을 통해서, 그리고 김건희 여사의 논죄를 통해서, 다시 확인하는 것은, 문명하다고 자랑하는 21세기 2021년 12월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는 대한민국은 탈레반과 다를 것 없는 남성위주의 남성우월주가 지배하는 국가라는 사실이다.

글쎄 사람들마다 가지는 생각들이 다르겠지만, 진정한 인간평등 남녀평등에 관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어떤 것이어야 한다며 떠들고 있지만, 진정한 여성평등은 모든 인간은 그 개인이 존엄한 존재임을 인식하고 실천되어 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이다.

직설로 이야기하면, 여성의 사회적 정치적 자유와 권리의 확대는 물론, 나아가 남녀가 특히 여성이 성적 권리와 출산에 대하여 그 어떤 무엇으로부터도 차별받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 성적인 권리를 자유롭게 가지고 행사는 하는 사회가 되었을 때, 정치적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인 문화로 향유하는 나라가 되었을 때, 진정한 남녀평등이 실현되는 세상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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