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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生死의 기로에 서서...이틀 동안 죽을 만큼 아팠었다

[섬진강칼럼] 生死의 기로에 서서...이틀 동안 죽을 만큼 아팠었다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0.01.3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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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극심한 오한과 열에 실컷 아프고 나서 깨어난 새벽, 제일먼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내가 보고 있으려니, 이 모든 것들이 사는 일들이고, 산목숨이 살아야 하는 일들이라는 생각에 씁쓸하기만 하다.

사진 설명 : 화순 전남대병원 수술실에 들어갈 때 손목에 차는 표식이다.
사진 설명 : 화순 전남대병원 수술실에 들어갈 때 손목에 차는 표식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엊그제 28일 화순 전남대병원에 가서, 21년 전 사고 후 1년에 한두 번 또는 서너 번씩, 가끔 해야 하는 비정기적인 수술을 받고, 해질 무렵 구례읍에 도착했었다.

오랜 세월 이골이 난 간단한 수술이라 별것도 아닌 것이지만, 그날따라 수술대에 입고 올라갔던 환자복이 피투성이가 돼버렸을 정도로, 수술 시간이 길게만 느껴지고 아프기만 했었다.

가뜩이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차멀미를 하는 체질인데, 점심을 굶고 그런 수술을 한 뒤 광주에서 구례까지 버스를 타고 오는 1시간 동안, 나는 소금에 절여진 파김치 신세가 돼버렸다.

마침 비가 내리는 탓에, 전날에 두고 갔던 우산을 찾을 겸 저녁이나 때우고 들어가자 생각하고 오거리 한솔회관까지 걷는데, 곧 쓰러질 것만 같아서 잠시 쉴 겸 길가에 있는 찻집에 들어가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고나니, 조금은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한솔회관에서 저녁도 때우고 우산도 찾아들고 나와서, 늘 그렇듯 구례읍 오거리 청자다방에서 커피 한 잔을 사들고 7시 30분 터미널을 출발해서 오는 막차를 타려는 순간, 갑자기 온몸이 오그라들고 사지를 꼼짝달싹 할 수 없는 오한이 엄습 겨우 버스를 타기는 했지만, 손에 들고 있던 청자다방 군고구마 봉지를 떨어뜨릴 정도로 아주 심각하였다.

이러한 오한의 증세가 나에게 어떻게 작용을 하는지, 이미 오래전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는 탓에, 어떻게든 내 발로 걸어서 내 방으로만 들어가면 된다싶었지만, 문제는 버스에서 내려 걸어서 들어가야 하는, 대략 150m 200백 걸음이 문제였다.

오후 4시 병원을 나와 돌아오는 버스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낌새가 별로 좋지를 않아, 수술 후 주는 저녁에 먹어야 할 처방약 한 봉지를 미리 먹고 대비를 한다고 했었는데, 이번에 닥친 오한은 근년에 겪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나도 사람인지라, 아닐 것이라는 100% 확신은 있었지만, 우한 폐렴이라는 신종 역병이 창궐하는 때라서, 수술 후 으레 뒤따라오는 작은 미열을 넘어버린, 근년에 보기 드문 극심한 오한에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당장 해결해야 할 것은 대충 200걸음 앞에 있는, 내 방으로 기어서라도 가야 하는 일인데.....

문제는 당장 한 걸음을 걷기도 어려웠지만, 갑자기 엄습한 이 오한의 결과를 오래전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는 것, 즉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몇 발짝 걷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릴 수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자존심 상하고 쪽팔리는 일이었지만, 하는 수 없이 단골 택시를 불러 그 200 걸음을 택시를 타고 들어가, 기사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내 방으로 들어온 순간, 씻을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하고 말 그대로 뻗어버렸다.

그리고 이틀 동안 대략 30시간 정도 전화가 오는지도 모를 정도로 극심한 오한과 열에 시달리며 죽을 만큼 아팠었다.

몇 번인가 베개가 흥건히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고 또 흘리며 비몽사몽을 헤매다 깨어난 새벽 비로소 내가 온전한 내 정신이 되었다.

아직은 머리가 멍한 느낌으로 조금 무겁기는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아 이틀 동안 나를 정신없이 아프게 했던 오한과 열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잠시 열어본 창문으로 들어오는 새벽 찬바람이 신선하기만 하였다.

오한과 열이 사라지고 정신이 드니,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날이 밝으면 아침을 챙겨먹고 기운을 차려야겠다는 것이고, 그러고 나서 해가 뜨면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이틀 동안 땀에 젖고 냄새에 찌든 침대보와 이불을 걷어서 세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틀 동안 극심한 오한과 열에 실컷 아프고 나서 깨어난 새벽, 제일먼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내가 보고 있으려니, 이 모든 것들이 사는 일들이고, 산목숨이 살아야 하는 일들이라는 생각에 씁쓸하기만 하다.

섬진강은 안개를 삼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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