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오늘 경자년 새봄이 시작되는 입춘의 날 오후, 읽어보고 싶어서 지난 달 주문했던 책 한 권, 시인 김봄닢 선생님의 시집 “그 계절의 안부”를, 우체국 집배원 아저씨를 통해서 받아들고 보니, 마치 기다리던 봄소식이 도착한 것처럼 반갑기만 하다.
시절이 시절인지라 시집의 제목 “그 계절의 안부”가, 나를 향해서 이 험한 세상 그동안 잘 있었느냐고, 안부를 묻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에, 마치 멀리 있는 오랜 벗이 걱정하며 보내오는 인사처럼 반갑기만 하였다.
언제나 그렇듯 새 책을 손에 들면 제일 먼저 하는 나만의 습관, 인쇄소에서 한 권의 책이 되어 나온 이른바 잉크 냄새를 맡으며, 저자인 시인이 수없이 고민하다 선택했을 시집 첫 장에 쓴 첫 번째 시 “비오는 날의 연가”를 읽는데, 나도 모를 통증에 가슴이 아린다.
다른 날 시간을 내어 한 자 한 소절을 음미하며 정독하여 읽어보겠지만, 창가에 앉아서 한동안 눈길 가는대로 책장을 뒤적이며 읽어본 느낌은, 그리움이 뭔지를 가슴으로 아는 시인이라는 것이다.
더하고 덜할 것도 없는, 있는 그대로 생활 속의 그 자리에서, 별이 돼버린 이를 그리는 평소의 마음을, 특별하거나 고상하지 않은 우리네 평범한 일상의 언어로,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는 시인의 마음을 헤아려보면, 담담해서 그래서 읽는 내 마음이 더 아리다.
재수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속담처럼 또는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다고 나라의 운수가 우매하고 불운한 때를 만나, 역병이 창궐하는 온 나라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삭막한 이 계절, 나 또한 가고 없는 그 계절에 만났던 그립고 아름다운 이를 향하여 “그 계절의 안부”를 전한다. 그때가 우리들의 봄날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