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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설날 연휴에 들은 강 건너 과부를 찾은 반가운 소식 하나

[섬진강칼럼] 설날 연휴에 들은 강 건너 과부를 찾은 반가운 소식 하나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0.01.26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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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강을 건너서?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사계절 온갖 향기로운 풀들이 널린 물 맑은 강변, 푸른 풀밭에서 마음대로 놀고 있는 소 한 마리, 그것도 길들여지지 않은 다 자란 수컷 황소 한 마리를 가파른 언덕 새로 지은 외양간으로 당장 몰아가지 않으면 죽는데, 이 황소를 몰아갈 가장 손쉬운 방법이 무엇일까?

애초에 사람의 힘으로 강제로 몰아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이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 수컷 황소 한 마리를 포획하는 것도 어렵지만, 혹 포획한다 한들 길들여서 언덕 위 외양간으로 끌고 가기엔, 몇 날 몇 달이 걸리는 연유로 시간이 없다. 뿐만이 아니고 오랜 시간 사람과 황소가 지난한 고생을 해야 함으로 불가한 일이다.

그러나 이 길들여지지 않은 수컷 황소 한 마리를 어떻게든 당장 강제로 몰아갈 생각의 집착에서 벗어나서, 자연주의 사고에서 생각하면, 황소가 제 발로 즐겁게 걸어서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는 아주 손쉬운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다 자란 암소 한 마리를, 새로 마련한 언덕 위 외양간에 매어 놓으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부연하면 예나 지금이나 어리석은 사람들은 특히 자식들을 교육함에 있어, 마치 동물원 사육사들이 동물들을 강제로 반복 훈련을 시켜 길들이듯 그렇게 자식들을 사육하고 있는데, 한 사람의 인권과 인생이라는 큰 틀의 철학적 사고에서 보면, 참으로 불행한 일이 이것이고, 영혼이 한껏 자유로워야 할 자식들을 짐승으로 사육시켜버리는 사람의 어리석음이며 우리네 인간의 비극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대대로 지혜로운 이들은 자식들을 교육하거나, 또는 타인을 구하여 살리는 방법으로, 황소가 스스로 제 발로 즐겁게 걸어서 새로 지은 언덕 위 외양간을 찾아들게 하는 지혜, 다 자란 암소를 외양간에 매어두는 이 방법이었다.

인류 역사를 보거나 과학문명이 발달한 현대사회를 보면, 이런 지혜로 교육을 받은 자녀들이 자신의 인생을 마음껏 즐기며 이른바 성공하였고, 다른 의미에서는 역경에 빠진 이들이 스스로를 극복하여 살게 하는 최상의 비법이 이것이다.

지난해 가을 초대하지 않은 저승사자가 들고 온 절망적인 큰 병 앞에서, 살아야 할 희망을 잃고 사실상 생을 포기하여버린 존경하는 어떤 분에게, 희망을 갖으시라고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렸지만, 이미 스스로를 놔버린 탓에, 다시 추스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픔과 고통을 호소하시는 그분께. 정이 그러하시다면 진실로 살고 싶으시다면, 강 건너 과부를 찾아가 안아 보시라고 말씀을 드렸었다.

주변에 아는 과부도 없거니와, 다 늙어서 백주 대낮에 강 건너 과부를 찾아가는 것도 민망한 일이고, 그렇다고 야밤에 찾아가서 담을 넘는다는 다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혹 어찌 어찌해서 과부댁 담을 넘어 안방에 들어갔다 한들, 안기는커녕 아리따운 과부댁이 내미는 손목을 맞잡을 힘도 없다며 손사래를 치시는 그분께, 찾아가실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일 뿐, 생각이 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강 건너 과부댁을 찾아가 보시라고 말씀을 드렸었다.

참된 생명은 마음속에 있고, 황홀한 사랑의 열락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기에 강 건너 과부댁을 찾아가 보시라고 말씀을 드린 것이다.

그리고 오늘 낮에 그동안의 일들이 궁금하기도 하고, 설날의 문안인사 겸 그분께 전화를 드렸더니, 대뜸 첫 마디 인사가 “알려준 그 강 건너 과부 참 신통하고 용합니다.” 정말 신통하다고 찬사를 하시면서, 그 과부를 찾아가 만나 안고 보니, 언덕에 매어놓은 암소 이야기가 생각 나더라며, 밝고 환한 음성으로 껄껄 웃으시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뜻하지 않은 때에 저승사자가 들고 온 어찌 할 수 없는 큰 병을 앓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스스로 용기를 내어 강 건너 과부를 찾아가 한 번 안아보고 단번에 병고를 털어내신 그분께, 진심으로 축복의 말씀을 드린다.

끝으로 게재한 꽃은 세상에 오는 봄을 가장 먼저 반기는 꽃 영춘화(迎春化)다. 바라건대 새해에는 존경하는 그분께서, 그동안 간직해 오신 큰 뜻을 도모하여 나가시는, 그야말로 시대의 스승님이 되시기를, 촌부의 간절한 염원으로 창문 밖 신령한 국사봉(國師峯)에 손 모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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