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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날마다 휴대폰을 머리에 이고 맨발로 걷는 이야기

[섬진강칼럼] 날마다 휴대폰을 머리에 이고 맨발로 걷는 이야기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3.06.24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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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강 건너 오산(鰲山)의 운해가 한 폭의 그림이다.
사진 설명 : 강 건너 오산(鰲山)의 운해가 한 폭의 그림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구례읍 봉성산(鳳城山,165,6m) 숲에 허허당(虛虛堂)을 마련하고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이 맨발로 산을 오르는 일이었고 대략 한 달이 되었다.

내가 날마다 아침 일찍 해가 뜨기 전에, 봉산을 맨발로 걸어 오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지난 1년 동안 걷기 운동으로 날마다 봉산을 넘으면서 생각했던 것으로, 구례읍 봉산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들마다 자신의 목적과 신체의 조건에 맞추어, 마음편한 산책에서부터 고강도 걷기 운동까지, 한마디로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치 짚으로 만든 멍석을 깔아놓은 것처럼, 구례군에서 등산로에 천연 야자수 매트를 깔아놓았는데, 이는 맨발로 걷는 것은 물론 다양한 걷기운동을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조건이다.

알기 쉽게 설명하면, 맨발로 정상인 봉성루에 오른 후 잘 조성된 남쪽 능선을 따라 이름 없는 정자까지 시간에 관계없이 왕복 5회를 반복하고 내려오면 대략 1만보가 된다.

잠깐 여기서 일러둘 말은, 야자수 매트 가운데 쇠로된 커다란 고정 핀들을 박아 놓았는데, 이걸 잘못 밟을 경우 고통스럽고, 사람에 따라서는 자칫 사고를 유발시킬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나의 경우 오래전 그러니까 2015년 4월 걷기 운동을 가장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의 글에 밝혔듯이, 24년 전 1999년 5월 불행한 전복사고를 당한 후, 기나긴 재활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직접 체험 체득하고 효과를 본 것이, 단순하지만 다양한 걷기 운동을 통해 운동량을 배가시키는 것은 물론, 몸의 능력과 감각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이었다.

그때처럼 날마다 봉산을 맨발로 걸어올라 한 번은 정상적인 앞으로 걷고, 한 번은 뒤로 걷고, 한 번은 눈을 감고 걷고, 그리고 마지막엔 휴대폰을 머리에 이고 봉성루까지 걸어 오르는 것으로 끝을 내는데....... 

이게 쉬운 동작 같아도 사실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무조건 걷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평상시 사용하지 않는 다양한 근육 강화는 물론 집중력과 사멸하는 세포들 즉 늙고 퇴화하는 각종 뇌파와 신경세포들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정신건강에 강력한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다.

부연하면, 내 경우 휴대폰을 머리에 이고 걸을 때는 저장해둔 이미자의 노래를 들으며 걷는데 (이유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생략함,) 마음의 생각과 몸의 동작이 조금만 흔들려도 휴대폰은 머리에서 미끄러져 떨어지는 연유로, 정신과 몸을 하나로 일치시켜야 하는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운동이다.

맨발로 걷기를 시작한지 한 달이 되었는데, 아직 뭐라고 콕 집어 단정할 수는 없지만, 체감하는 효과는 아주 좋다. 특히 엊그제 전대화순병원에 가서 정기 검진을 받을 때, 지난 25년 동안 1년에 몇 번씩 내시경을 통해서 내 몸을 확인하고 있고, 지난 5월 초에도 검진을 했던 교수님이 “아니 웬일로 ㅇㅇㅇ이 아주 좋아졌다.”며 반색하신 말씀은 고무적인 것임과 동시에 맨발로 걷는 효과가 빠르게 발현되고 있다는 확인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오늘 처음, 항상 시작점인 남쪽 이름 없는 정자에서부터, 몇 백 미터 산길을 걸어 정상인 봉성루까지, 머리에 올려놓은 휴대폰을 한 번도 떨어뜨리지 않고 완주하였는데, 이는 맨발로 걷기 운동이 가져다 준 긍정적인 결실이었다. 조금 과장하면 기적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만큼 내 정신건강과 몸의 건강이 좋아졌다는 의미다.

덧붙이면, 내가 맨발 걷기를 시작한 이후 뜻있는 이들이 따라 하기 시작했는데, 기왕이면 뒤로 걷기와 눈을 감고 걷기와 휴대폰을 머리에 이고 걸어보기를 권한다.

내가 권하는 다양한 걷기 운동을 할 수 있는 최고 최상의 코스는 남쪽 이름 없는 정자에서 정상인 봉성루까지 편하게 이어지는 완만한 오르막길을 왕복하는 것이다. 이 오르막 코스에서 시행하여 보기를 권한다.

해보면 안다. 다이어트가 목적이든, 건강관리가 목적이든 또는 무엇인가를 완성하거나 극복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어느 시점이 지나면 스스로 체감하는 바가 있을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문(門)이 없는 허허당(虛虛堂)에서

2023년 6월 23일 허생(虛生) 박혜범(朴慧梵)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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