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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꿈길에서 만났던 꼬마 아가씨를 생각하며

[섬진강칼럼] 꿈길에서 만났던 꼬마 아가씨를 생각하며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2.05.25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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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한 사진은 반가움에 촬영한 카페 허밍에서 다시 문 앞에 내건 폴 고갱의 명문이다.
게재한 사진은 반가움에 촬영한 카페 허밍에서 다시 문 앞에 내건 폴 고갱의 명문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얼마 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구례읍 오거리를 오갈 때마다 눈여겨보면서 느끼는 감정 하나는, 비록 알아주는 이들은 많지 않아도, 날마다 지리산 고을 구례다움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깨우치고 있는, 카페 “허밍” 앞에 써놓은 “나는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는 화가 폴 고갱의 말이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날마다 보던 그 명문이, 환경운동에 관심이 있는 주인의 텀블러 활용 캠페인 문구로 바뀌었는데, 그런 줄도 모르고 주인의 마음이 변한 것으로 생각되어 참 아쉬웠었다.

마치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구례다운 철학을 전하고 있는, 길거리 문화 하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 그런 마음이었는데, 엊그제 다시 또렷한 글씨로 내걸린 것을 보니, 보고 싶은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워서 스마트폰에 담았다.

개인적인 생각이고 느낌이지만, 이따금 구례읍 오거리를 오가면서, 카페 “허밍” 앞에 써놓은 “나는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는 화가 폴 고갱의 글을 볼 때면, 인연이 있는 사람들은 물론 특히 중·고등학생들이 보고 깨달음이 있기를 바라지만, 그 가운데 2018년 10월 31일 구례읍 오거리 청자다방 앞 버스정류장에서 만났던, 그림을 배운다는 꼬마 아가씨가 가끔 생각이 나고, 지금은 무얼 하는지 소식이 궁금하다.

그 꼬마 아가씨와의 기억을 찾아보니, 그때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만약 지금도 구례를 떠나지 않고 있다면, 지금은 스스로 좀 더 깊이 있는 사유를 할 수 있는 나이로, 구례여중 1학년을 다니고 있을 어엿한 여학생이 된 그 꼬마 아가씨가, 카페 허밍에서 내걸어놓은 “나는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는 화가 폴 고갱의 글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 만날 수만 있다면 대놓고 물어보고 싶다.

다음은 5년 전 가을날 오후, 오거리 청자다방 앞에서 섬진강으로 나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그 꼬마 아가씨와 나누었던 대화를 글로 쓴 “꿈길에서 만난 꼬마 아가씨의 꿈을 위하여” 제하의 내용이다.

【미래의 거장을 꿈꾸는 꼬마 아가씨의 꿈을 위해서, 그림은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고, 네 마음에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것이라고.......

눈에 보이는 것은 누구나 다 그리지만, 네 마음에 보이는 것은, 너만이 그리는 유일한 최고의 그림이라고, 지금은 네가 이 할아버지가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겠지만, 부지런히 네 마음에 보이는 그림을 그리다보면, 너는 저절로 네가 꿈꾸는 훌륭한 화가가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를 못 알아듣겠다며 어리둥절하다, 그림은 눈에 보이는 걸 그리는 것이 아니고, 너의 마음에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것이라는, 내 말을 분명하게 이해하는 꼬마 아가씨가 기특하여, 정말로 이해하는지 시험 삼아 오거리 청자다방 앞 하늘에 뜬 흰 구름을 보면서, 네 눈에 보이는 저 구름과 네가 그림으로 그리고 싶은 마음에 보이는 구름이 다르냐고 물었더니 “네”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벌써 햇수로 5년 전의 일이다. 그때 초등학교 3학년 어린 꼬마 아가씨가 인식하고 있는 그림에 대한 이해와 답변은, 나이답지 않게 놀라울 정도로 분명했었는데.....

만약 지금도 변함없이 그림을 전공하고 있고, 미술학원에 다니고 있다면, 날마다 오가면서 카페 허밍에서 내걸어놓은 “나는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는 화가 폴 고갱의 글을 보았을 것인데, 아직은 이른 감이 있지만, 이제는 어엿한 중학생이 된 그 꼬마 아가씨가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 그것이 궁금하고, 더 큰 마음의 깨달음이 있어 훗날 바라는 훌륭한 화가가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게재한 사진은 반가움에 촬영한 카페 허밍에서 다시 문 앞에 내건 폴 고갱의 명문이다. 저 명문이 언제까지 저 자리를 지키고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옛날부터 수많은 도인들이 배출되어 세상을 구한다는 지리산 구례다운 철학과 문화로 오래도록 자리하여 주기를 바란다.

카페 주인의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더도 덜도 말고 구례 중·고등학생들 가운데, 단 한 명이라도 저 고갱의 고뇌를 깨닫는 이가 있다면, 그것이 곧 구례의 자랑이고, 세상의 축복이 될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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