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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나는 지금 똥배 줄이기 다이어트에 도전 중

[섬진강칼럼] 나는 지금 똥배 줄이기 다이어트에 도전 중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2.06.0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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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오늘 오전 8시 57분 봉산 정상에서 촬영한 지리산 풍경이다.
사진은 오늘 오전 8시 57분 봉산 정상에서 촬영한 지리산 풍경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지난 4월 중순부터 난생처음 체중을 줄이는 다이어트에 도전 중이다. 사실은 나도 모르게 5Kg 정도 늘어나 조금 불편한 체중을 줄이는 방법으로, 살짝 민망한 똥배 줄이기에 도전하고 있다.

날마다 하루 세 끼 먹는 것들을 바꾸고 줄이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평소 마시는 물의 양까지 가능한 줄이면서, 기존의 걷기를 계속하고 있는데, 문제는 몸이 전보다 가벼워진 느낌은 있지만, 내 딴에 노력했다고 생각하는 만큼, 바라는 뱃살이 눈에 뜨게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거의 날마다 오전에 버스를 타고나가 구례읍을 한 바퀴 돌아오는 것은, 오래전 전복사고에 시달리고 있는 후유증을 극복하는 차원에서 나름 최적화시킨 걷기운동이다.

그런데 이것이 체중을 줄이고 바라는 뱃살을 빼는데 별 효과가 없다면, 1시간 전후에 끝내는 걷기운동의 강도를, 내가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조금 높이기로 하였다.

내가 마음 편하게 걷기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몇 가지 다양한 코스와 자연스럽게 걷기를 하면서 운동의 강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찾은 것이, 강촌마을에서 산정마을을 거쳐 봉산을 넘어가는 코스였다.

오늘 오전 8시 섬진강을 돌아 집 앞을 지나가는 버스를 타고, 8시 15분 구례읍 강촌마을에서 하차하여, 내달리는 자동차들의 위험도 없고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매캐한 분진도 없는 들길을 걸어, 산정마을을 지나 봉산(鳳山) 뒤편에서, 봉명암으로 오르는 길을 따라 35분을 걸어, 8시 50분 정상인 봉성루(鳳城樓)에 올라서 긴 호흡을 한 번 내쉰 후, 잘 다듬어진 봉산 둘레 길을 빙 돌아, 9시 15분 여중학교 앞 오거리에 도착하였다.

일부러 시간을 의식하거나, 땀을 내자하고 무리한 것도 아니고, 그냥 마음 편하게 보이고 들리는 풍경들을 즐기며, 이어지는 길을 따라 사박사박 산책하듯 걷다보니, 적당히 땀이 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무릎 등 신체에 일체의 무리가 없이, 아주 편하게 봉산을 넘어 구례읍 오거리로 나왔는데, 봉산을 사랑하는 내 마음을 봉산의 신령이 알아주는 듯 꼭 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짐작했던 대로 눈에 보이고 마음에 닿은 것들을 스마트폰에 담는다 하여도 1시간 10분 정도면 넉넉한 코스다.

그런대 굳이 문제랄 것도 없지만, 한 가지 개인적인 문제라면, 본시 사람은 걷다보면 심하지는 않아도 땀이 나고 냄새가 나는 것인데, 참았던 생리현상을 해결하면서, 주변의 부담 없이 땀을 식히며 쉬었다 갈, 공공의 시설이 봉산 인근에 없다는 것이다.(사실은 구례읍 자체에 전무하다.)

길거리에 흔한 카페가 있잖으냐고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게 그렇게 만만한 일은 아니다. 마음이야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봉산을 넘어온 갈증을 삭이고 땀을 식히며, 집으로 돌아갈 버스를 기다리고 싶지만, 이제 막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하는 오전부터 땀 냄새를 풍기는 사람을 반길 카페는 없다.

사실은 내가 걷기 운동으로 봉산을 넘기로 한 배경에는, 최근에 낯을 익혀둔 카페가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오늘도 그 카페 주인이 갑자기 쉬겠다며 문을 닫아버리는 통에, 체면을 구기는 민망하고 난감한 일을 당해야 했다.

내가 걷기운동으로 봉산을 넘어오는 동안, 나를 만나기 위해 그 카페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던 귀인의 소개로 좀 더 편하게 쉬면서 대화를 할 수 있는 카페를 찾아가야 했었다.

오래전부터 구례와 지리산을 찾는 이들에게 진실로 나는 구례를 보았노라 또는 나는 지리산을 보았다고 말하려면, 반드시 구례읍 봉산을 올라야 한다고 그런 후 비로소 지리산을 보았고 구례를 보았다고 말할 수 있다며 봉산을 오르기를 권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오늘 내가 구례읍 봉산을 서쪽 봉서리에서 동쪽 봉남리로 넘으면서, 제일 먼저 후회한 것은, 목을 축일 물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이고, 입구 어디에도 봉산을 찾는 이들이, 잠시 편하게 피곤한 몸을 쉬면서 땀을 식히고 갈, 공공의 시설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오늘은 오전에 만났던 귀인이, 내 처지를 생각해서 언제고 편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으로, 오거리에서 봉산으로 오르는 입구에 있는 카페 “일 바치오”를 소개하여 주었는데, 카페 천국인 구례읍에서 이정도면 괜찮다싶고, 앞으로 내가 봉산을 넘어올 때면 쉬었다 가기 딱 좋은 곳이지만, 문제는 나뿐만이 아니고, 어떤 이유로든 봉산을 오르내리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저런 눈치 볼 것 없이, 아무 때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의 시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실은 내가 그 앞을 수없이 지나 다녔으면서도 그러한 카페가 그곳에 있는 줄 오늘 처음 알았다.)

앞으로 나는 똥배 줄이기 다이어트로 시행착오 끝에 오늘 처음 개척한 코스, 강촌마을에서 하차하여 한적한 들길을 걸어 산정마을을 지나, 봉산 정상에 있는 봉성루에 올라, 지리산 반야봉을 바라보며 긴 숨을 한 번 내쉰 후, 봉남리 오거리로 나와서 강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탈 것이다.

게재한 사진은 오늘 오전 8시 57분 봉산 정상에서 촬영한 지리산 풍경이다. 이번 기회에 구례군에 바란다면,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위해를 당할 일이 없다지만, 평상시 이용하는 구례군민들은 물론 봉산을 찾는 외지인들이 누구나 안전하고 편하게 오르내릴 수 있는, 조명등과 CCTV등 필요한 안전시설과 공공시설들이 갖추어진 멋진 공원으로 만들어 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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