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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신현수 민정수석에게 권하는 상촌 신흠선생이 저술한 민심론

[섬진강칼럼] 신현수 민정수석에게 권하는 상촌 신흠선생이 저술한 민심론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1.03.01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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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는 일정한 형상이 있고, 땅에는 일정한 형체가 있고, 사람에게는 일정한 성품이 있는데, 이 세 가지 일정한 것들을 겸하여 하나로 만드는 것은, 임금의 일정한 덕에 달려 있는 것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다음의 내용은 “한국고전번역원”에서 번역한 상촌(象村) 신흠(申欽,1566~1628)선생이 저술한 민심편(民心篇)을 옮긴 것이며, SNS 특성을 감안하여 읽기 편하도록 행간을 임의로 나누었음을 밝힌다.

1566년(명종 21년)에 태어나 1628년(인조 6년) 62세로 사망한 신흠 선생은 조선의 역사에서 가장 불운한 시대를(기축옥사, 임진왜란, 인조반정) 체험한 역사의 증인이며 조선 4대 문장가의 한 사람으로 추앙되고 있는 인물이다.

1586년 20세에 별시문과에 병과로 급제한 이후 인간 살인귀로 불리는 송강 정철이 일으킨 반대파(동인세력)를 몰살시켜버리는 끔찍한 피바람의 정쟁을 지켜보았고, 26세에 임진왜란을 겪었고, 전후 무능한 선조가 죽고 광해군의 치세를 거쳐 57세인 1623년 인조반정을 겪는 등 혼란한 시대를 살면서 나라와 백성을 위한 치세에 혼신을 다했던 선생이 민심편(民心篇)을 어느 시대에 작성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2021년 3월 문재인의 치세를 격고 있는 촌부가 체감하는 것은, 400년 전 선생이 살다간 시대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하여 오늘 3·1절을 보내면서 이 봄날 우매한 주군인 문재인을 위해 굴욕을 참고 있는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선조인 평산신씨 신흠 선생이 저술한 민심론을 읽고 느끼는 바가 있기를 바라며 여기에 공개 게재한다.

신흠 선생이 저술한 민심편(民心篇)

조정에서는 벼슬하는 자가 늘 하는 말이 있다. 백성의 마음이 악하다고 하지 않으면 반드시 백성의 마음이 박하다고 한다.

그러나 백성의 마음은 참으로 착하고 백성의 마음은 참으로 후한데 사람들이 살피지 못한 것이다. 무엇으로 알 수 있는가? 백성을 다스리는 자를 보고 알 수 있다.

지금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뇌물을 써서 등용된 자가 아니면 권력가이고 권력자가 아니면 권력가가 발탁한 자이다. 

뇌물로 시작한 사람은 항상 탐욕으로 끝나고 권력에서 시작한 사람은 항상 사나움으로 끝난다. 탐욕을 부려야만, 썼던 뇌물을 보충할 수 있고, 사나워야만 권세가 나타난다.

다스리는 자가 탐욕을 부려도 다스림을 받는 자들이 저항했다는 것을 듣지 못했고 다스리는 자가 사납게 굴어도 다스림을 받는 자들이 배반했다는 것을 듣지 못했다.

아침에 “백성들은 삼실을 내라.”고 명령하면 내고 저녁에 “백성들은 곡식을 내라.”고 명령하면 내면서 여덟 식구가 싸라기밥도 넉넉하지 못하지만 윗사람을 받드는 데는 감히 인색하지 못하고 원한이 가슴에 가득 찼지만 기한은 감히 소홀히 하지 못한다. 

내 모르겠지만 백성이 악한가, 백성을 다스리는 자가 악한가? 백성이 박한가, 백성을 다스리는 자가 박한가?

백성은 밑에 있고 다스리는 자는 위에 있으므로 밑에서 위를 의논하면 비록 곧다 하더라도 효과가 없고, 위에서 아래를 의논하면 비록 거짓이라도 따질 수 없으니, 위아래가 서로 정을 얻지 못한 지 오래 되었다.

옛적에는 나라를 다스리는 데 법이 있고 백성을 다스리는 데 원칙이 있어서, 백성들이 부역에 나가고 조세를 바치는 데 일정한 수가 있었는데, 국가의 법이 무너지고 백성을 다스리는 원칙이 허물어지자 백성의 조세와 부역이 안 붙은 데가 없다. 경비가 떨어지면 불시에 거둬들이고 경사가 빈번하면 임시로 내는 것도 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공적인 비용이지만, 사사로운 일로 내는 것도 공적인 비용보다도 많다. 바치는 것과 뇌물 주는 것과 처자의 사용과 노복의 수용 및 무릇 띠와 관의 장식과 부엌과 무덤에 소요되는 것이 어느 하나 백성들에게서 나오지 않는 것이 없으며, 그것으로 제 집을 부유하게 하고 제 물을 윤택하게 하므로 백성들의 곤궁이 말할 수 없으나 백성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분수를 각별하게 지키고 있으니 그 마음이 착하다고 할 만하며 후하다고 할 만한데도 스스로 살피지는 않고 백성들만 탓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자는 우리 백성만 병들게 할 뿐만 아니라 또한 장차 우리나라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이익을 보고 따라가지 않을 수 없고, 해를 보고 피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익과 해의 길에 따라 백성들이 향하고 등지는 것이다. 

지금의 백성들은 이로운 데 있는가, 해로운 데 있는가? 향할 것인가, 등질 것인가? 관중(管仲)이 말하기를 “제 몸의 잘못을 책하는 자는 백성들이 탓할 수 없으며 제 몸의 잘못을 책하지 않는 자는 백성들이 탓한다.”고 하였다.

대체로 백성들의 위급과 편안은 윗사람에게 매여 있으므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죄줄 수 있는 권리가 없는데도, 그렇게 말하는 것은 맹자(孟子)가 이른바 “이제야 돌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 몸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자는 강해지고, 남에게 잘못을 떠미는 자는 망하는 것이다. 배반하기 전에 이롭게 해 주면 배반하고자 하던 사람도 돌아오지만 이미 배반한 뒤에 이롭게 해 주면 돌아오려고 하던 사람도 다 배반하는 것이니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뇌물은 재산에서 나오고 재산은 백성에게 저장된 것이므로 백성이 흩어지면 재산도 고갈되는 것이며, 권력은 나라에 바탕을 두고 나라는 권력이 의지하는 데이므로, 나라가 망하면 권력도 없어진다.

터럭을 붙이고자 하면서 먼저 가죽을 깎고 가지를 무성하게 하고자 하면서, 먼저 뿌리를 뽑는 격이니 생각을 해 보지 않아서이다.

무릇 백성은 선비를 보고 선비는 대부(大夫)를 보고 대부는 경(卿)을 보고 경은 임금을 보며, 들에서는 현(縣)을 보고 현은 주(州)를 보고 주는 도(都)를 보고 도는 조정을 보아 서로 본받는 것이다.

경대부가 참으로 어질면 백성을 다스리는 자가 혼자만 어질지 않을 수 없고 조정이 참으로 바르면 주현만 바르지 않을 수 없다. 

정치에서 먼저 해야 할 것은 백성의 마음을 순하게 하는 데 있으니 그들의 근심과 괴로움을 편안과 즐거움으로 바꿔주고 그들이 구렁에 빠지면 요와 방석으로 바꿔주고 그들이 두려워 피하면 보존과 안정으로 바꿔주고 그들의 억울한 것을 풀어준다면 백성들의 착한 마음이 더 착해지고 백성들이 후한 마음이 더 후해질 것이다.

하늘에는 일정한 형상이 있고, 땅에는 일정한 형체가 있고, 사람에게는 일정한 성품이 있는데, 이 세 가지 일정한 것들을 겸하여 하나로 만드는 것은, 임금의 일정한 덕에 달려 있는 것이다.

임금에게 일정한 덕이 있으면, 나라에는 일정한 법이 있게 되고, 백성에게는 일정한 살림이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이르게 하는 것은 또한 백성을 다스리는 읍재(邑宰)의 힘으로 될 바가 아니다. 민심편(民心篇) 끝

끝으로 게재한 사진은 신흠 선생이 유년시절 구례현감인 아버지 신승서(申承緖)의 손을 잡고 올랐을 구례읍 봉산(鳳山)과 신승서의 비(碑)다.

1566년 선생이 태어나던 해 부친 신승서가 구례현감으로(1566~1571년) 부임하여 왔는데, 6년을 재직하면서 전라도에 강직하고 명백하게 사건을 심리하여 옥송(獄訟)을 판결할 수 있는 관리의 한 사람으로 조정에서 인정했을 정도로 공평하고 청렴한 관리였다.

신승서의 비가 구례 봉산 기슭에 자리한 봉덕정에 있는데, 그 흔한 칭송하는 글자 한 자 없는 것으로 보아, 그가 떠난 후 구례 사림(士林)에서 공정하고 청렴한 목민관으로 지내면서 민생을 향해 베푼 덕을 잊지 않기 위해 백비(白碑)로 세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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