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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정치판의 각설이 안철수에게 촌부가 묻고 싶은 한마디

[섬진강칼럼]정치판의 각설이 안철수에게 촌부가 묻고 싶은 한마디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1.03.10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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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재적소에 필요한 일을 잘하는 사람을 뽑아서 일을 맡기면, 그것으로 충분하고 훌륭한 정치인이 되는 것인데, 아직도 안철수는 이 지극히 평범한 상식이며 정치의 요결을 모른다는 생각이다.

사진 설명 : 세월도 인심도 암울한 봄날이다.
사진 설명 : 세월도 인심도 암울한 봄날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거두절미하고 ①말도 잘하고 일도 잘하는 사람 ②말만 잘하고 일은 못하는 사람 ③말은 못해도 일은 잘하는 사람 ⓸말도 못하고 일도 못하는 사람, 이 네 가지 유형의 사람을 두고, 어떤 부류를 신뢰하며 선호하는지, 사람들로 하여금 순서를 정하라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

아마 쉽지는 않겠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본래 말이라고 하는 것은 일보다 먼저 선행되는 것으로, 바로 지금 판단해야 하는 현실의 문제이고, 일이라 하는 것은 말보다 한참 뒤에 오는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므로, 선행되는 유창한 말이 결과인 일을 증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유형을 정하는 일이 쉽지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전제하에 정하는 것이라면, 또는 아직 일의 결과는 몰라도 이론을 바탕으로 답을 정한다면 ①③②⓸가 당연한 것이지만, 사람들이 갖는 일반적인 심리를 보면, 대부분 결과를 확인 할 수 없는 일보다, 일에 대하여 설명하는 말솜씨에 따라 판단하고 결정을 하는 연유로 ②①③⓸가 될 것이다.

이처럼 일보다 말에 먼저 반응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은 것이, 정치인들이 국민을 속이고 사기꾼들이 사람을 속이는 고전적인 수법이고,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상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극히 짧은 순간에 설명하여,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른바 엘리베이터 설명 이론임을 안다면 이해가 될 것이다.

최근 썩어빠진 우리네 정치판에서 선거 때만 되면 요란하게 나서는 각설이 안철수가 대권을 포기하고 서울시장을 해보겠다며 야권 후보의 한 명으로 나서서 “특히 저는 말만 잘하는 해설사가 아니라 일 잘하는 해결사가 되겠다고 그 말씀을 드렸는데 거기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고 하였고, 그 측근이라는 주변사람들 또한 같은 생각인데, 한마디로 역시 안철수답다는 생각이다.

안철수와 지지자들은 스스로 가장 취약한 안철수의 약점을 드러내 강점으로 만든 아주 멋진 메시지를 창안했다고 쾌재를 부르고 있는 것 같은데, 글쎄 얼핏 들으면 그럴싸하지만 “말만 잘하는 해설사가 아니라 일 잘하는 해결사가 되겠다.”는 이 짧은 한마디의 메시지가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를 안철수가 간과했다는 판단이고, 그래서 촌부는 과연 안철수답다 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안철수와 지지자들은 서울시장 선거 내내 안철수의 약점을 방어하는 무기로 “말만 잘하는 해설사가 아니라 일 잘하는 해결사가 되겠다.”는 이 말을 보검을 휘두르듯 할 것인데, 이 말에 대하여 사람들이 갖는 일반적인 심리는 물론, 특히 선거라는 특별한 관찰과 관심이 집중되고, 그 결과로 민심이 움직이는 정치적 심리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를...... 

한마디로 더 늦기 전에 안철수가 깨달아야 할 것은, 자신의 희망대로 말은 잘하지 못해도 일은 잘하는 안철수가 아니고, 사람들로 하여금 말도 잘하지 못하고 일도 잘하지 못하는, 안철수를 확인하게 만들어버린 최악의 메시지가 돼버렸다는 사실이다.

안철수가 잘한다는 직업이 몇 개이고, 정치판에 뛰어들어서는 지난 10년 동안 당적을 몇 번을 옮겼으며 당을 몇 개를 만들었다 몇 개를 말아 먹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무엇인지를 사람들로 하여금 확인하게 만들어버렸다는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나라를 경영하는 훌륭한 정치 지도자가 갖춰야 할 제일의 조건은, 자신보다 더 능력이 출중한 사람들을 발굴하는 안목과, 그를 중용하여 일을 맡기는 결단력이다.

다시 말해서 안철수의 논법을 인용한다면, 만약 안철수가 훌륭한 리더십을 갖춘 정치가라면, 말을 잘하는 사람을 뽑아 대변인을 시키면 되는 것이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일을 잘하는 사람을 뽑아서 일을 맡기면, 그것으로 충분하고 훌륭한 정치인이 되는 것인데, 아직도 안철수는 이 지극히 평범한 상식이며 정치의 요결을 모른다는 생각이다.

과거 처음 안철수가 등장했을 때, 그리고 그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썩어빠진 정치판의 물갈이를 위해서, 정치 신인 안철수에게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지지를 했었고, 그를 위해 많은 글들을 썼던 한 사람으로, 오늘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고 있는 안철수에게 촌부가 묻고 싶은 한마디는, 지난 10년 동안 정치인 안철수가 정치판에서 가장 잘한 일로 내세울 하나가 있느냐는 것이며, 그것이 뭐냐는 것이다.

정치인으로 갖춰야 할 철학은 고사하고, 하다못해 지지자들이 자랑스럽게 내세울 정치적 결단이 하나라도 있었는지, 아니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제대로 입안된 법안이라도 하나 있는지, 그걸 묻는 것이다.

끝으로 만약 안철수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된다면,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TV토론에서 여당 후보로 나선 박영선이 지루하게 시청하고 있을, 유권자들을 위한 조크로 던질 “이번엔 국민의힘 아바타로 나섰느냐”는 물음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낼 멋진 답안을 만들어 두라는 것이다.

뭐 어차피 안철수나 박영선이나 서울시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숫자 제시는 사람들이 믿지도 않을 것이고, 들어봤자 그것이 승리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늘 그렇듯 촌철살인까지는 아닐지라도, 후보자들끼리 주고받는 재치 있는 질문 한마디와 사람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만들어 주는 지혜로운 답변 한마디가 승패를 좌우하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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