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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채수근 상병의 죽음은 국민이 묵인하고 국가 권력이 벌인 살인이다

[섬진강칼럼]채수근 상병의 죽음은 국민이 묵인하고 국가 권력이 벌인 살인이다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3.07.2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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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고(故) 채수근 상병의 영정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사진 설명 : 고(故) 채수근 상병의 영정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지난 19일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려 숨진 고 채수근 상병(20세, 사고 당시 일병)의 죽음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다시 또 국민이 묵인하고 국가 권력이 벌인 비극이고 살인이라는 것이다. (내 기준에서는 그렇다.) 

멀리 볼 것 없이, 세월호 침몰 사건부터 시작해서 채수근 상병의 죽음까지, 크고 작은 사건 사고마다 죽은 자를 위해, 즉 이미 죽어버린 시체들을 찾기 위해서, 국민이 묵인하고 국가 권력이 죽여버린 생목숨들이 얼마인지를 생각해 보면, 나의 탄식이 이해될 것이다.

매번 사건 사고 때마다 국가 권력이 민심을 달래고 면피를 위한 제물로 생목숨들을 죽이는 살인의 구조, 이건 국민이 묵인하고 국가 권력이 벌이는 또 다른 시체팔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젠 그만할 때도 되었다는 생각이다.

열 번 백 번을 다시 생각해도, 고 채수병 상병의 죽음이 말하고 있는 것은, 이거야말로 가장 비과학적이고 가장 어리석은 죽음이며, 국가와 국민이 벌이는 살인이다.

정말로 애통한 죽음이 돼버린 고 채수근 상병의 참변에서, 우리 국민이 깨달아야 할 것은, 이게 인명을 존중하는 것이며, 문명한 선진국들이라면, 이미 죽어버린 시체를 찾기 위해, 그런 급류 속으로 생목숨들을 밀어 넣어 죽게 했겠냐는 것이다.

성경에 이르기를 “예수께서 이르시되, 죽은 자들이 그들의 죽은 자들을 장사하게 하고 너는 나를 따르라.” 하였는데, 과연 이 말이 의미하는 뜻이 무엇이겠는가?

비록 성경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것은 아니지만, 늘 그렇듯 내 방식대로 해석하면, 이에 대한 나의 해석은 간단하다.

더 하고 말 것도 없이, 말 그대로 이미 죽은 자는 죽은 자에게 맡기고, 산 자는 자신의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죽은 자”의 의미를 넓게 해석하면, 죽었다는 것, 죽은 것들, 이미 죽어버린 것들이, 어디 한두 가지이고 한 둘이겠는가 마는, 한마디로 속 시끄러운 이런저런 해석들 던져버리고,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라는 우리말 속담으로 이해하면 충분할 것이다.

인명(人命)을 경시하는 글이라고 욕하지 마라. 인명은 살아있는 사람의 목숨을 말하는 것이지, 이미 죽은 사람의 시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거듭 우리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제아무리 하늘이 낸 효자도 부모가 죽으면 그 시신을 3일 안에 내다 묻어야 하고,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 역시 그 자식을 3일 안에 내다 묻는다는 사실이다.

정말 언제까지 죽은 자를 위해 살아있는 생목숨들을 죽음으로 내몰 것인가! 이젠 그만하자. 온전한 사고를 하는 국가와 국민이라면 해서는 안 된다.

구조활동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구조활동이라는 명분으로 국민이 묵인하고 국가 권력이 벌이고 있는 생목숨들을 죽이고 있는 살인,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고 그만하자는 것이다.

삼가 고 채수근 상병의 애통한 죽음에, 깊은 조의를 표하며 명복을 빈다.

문(門)이 없는 문 허허당(虛虛堂)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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