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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지족선사와 서경덕 둘 가운데 사람 사는 세상의 스승은 누구이며, 허균은 누구를 스승으로 선택할까?

[섬진강칼럼] 지족선사와 서경덕 둘 가운데 사람 사는 세상의 스승은 누구이며, 허균은 누구를 스승으로 선택할까?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3.06.2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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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봉산의 하늘을 나는 마음에 담아둔 한 점 흰 구름이다
사진 설명 : 봉산의 하늘을 나는 마음에 담아둔 한 점 흰 구름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장맛비 내리는 오후 만난 이와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어떤 사람이 참된 스승이냐는 논을 하다, 저 유명한 조선의 명기 황진이(黃眞伊 1506?~1567?)가 시험하고 선택한 스승에 대하여, 즉 지족선사와 서경덕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진실로 둘 가운데 누가 참된 스승이냐고, 본인이라며 누굴 스승으로 선택하겠느냐고 질문을 하였다.

“지족노선(知足老禪) 지족이라는 늙은 선사가 30년을 면벽(面壁)하여 수양했으나 내가 그의 지조를 꺾었다. 오직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선생은 여러 해를 가깝게 지냈지만 끝내 관계하지 않았으니 참으로 성인(聖人)이다.”하였다.

황진이가 자신의 유혹에 빠진(?) 늙은 지족선사를 세세생생 못난 파계승으로 만들어버린 반면 끝끝내 유혹에 실패한(?) 서경덕은 세상에 다시없는 사내이며 도학자 성인으로 칭송하고 있는 위 기록은, 조선의 문장가이며 사상가인 허균(許筠 1569~1618년)이 지은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 제24권 설부(說部) 즉 전해오는 일화 또는 이야기를 쓴 성옹지소록 하(惺翁識小錄下))에 전하는 것으로, 나름 잘났다는 이름난 조선의 사내들을 사냥하고 다니며 즐긴 황진이의 자유분방한 성적취향은 물론 그녀가 지향하며 찾은 것이 무엇인지 잘 드러나 있는데.......

여기서 우리들이 생각해보아야 할 두 가지가 있는데, 먼저 하나는 본래 “남녀의 정욕은 하늘이 준 것이고, 윤리와 기강을 분별하는 일은 성인(聖人)의 가르침이다. 하늘은 성인보다 높으니, 차라리 성인의 가르침을 어길지언정 하늘이 준 인간의 본성을 거스를 수는 없다.”며 성의 자유를 외친 기록의 당사자인 조선의 사내이며 섹스의 오르가즘 즉 본성의 즐거움과 그 즐김을 아는 허균이 보는 조선의 명기 황진이의 존재는 무엇이었느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하늘이 인간에게 준 본성인 성의 자유 즉 섹스의 유희와 오르가즘을 선택하고 있는 사내 허균의 관점에서 여자 황진이의 성적취향과 섹스를 어떻게 보았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재밌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를 깨달아 체득하고 있는 사내이며, 동시에 조선의 문장가이며 사상가인 허균으로 하여금, 지족선사와 서경덕 둘 가운데 사람 사는 세상의 스승은 누구이며, 한 사람을 스승으로 삼으라고 하면 누구를 선택하느냐는 것이다.

글쎄 모르긴 하여도 역사 속에 드러나고 있는 허균을 보면, 마치 하늘의 용(龍)이 여의주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면서, 때때로 비구름을 몰아 천둥과 번개를 일으키듯, 스스로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정욕을 자유롭게 즐길 줄 아는 것이 분명한데......, 

추측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남녀의 섹스란 서로가 서로에게 자유롭고 함께 즐기는 즐거운 유희여야 하고, 그것을 아는 허균의 관점에서 황진이를 분석하여 보면, 이른바 인연의 때에 서로의 마음에서 일어나 둘이 함께 온 몸을 태우는 불같은 욕정을, 스스로 자유롭게 다스리며 즐기지도 못하는 여자, 온 몸으로 느끼는 섹스의 진미이며 진수인 오르가즘도 모르는 별 재미없는 여자, 인간의 본성인 섹스를 머리로만 헤아리고 있는 여자, 그런 황진이를 섹스의 상대로 흥미가 있었을까 싶다.

다음은 지난 2018년 5월 촌부가 쓴 “과연 황진이의 판단이 옳은 것일까?” 제하의 글이다.

자신을 찾아와 유혹하는 황진이를 온 몸으로 사랑하며 섹스의 유희와 오르가즘을 만끽하고 세세생생 세인들로부터 파계승 소리를 듣고 있는 지족선사와.....

황진이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도학자의 명성과 지조를 지켜, 황진이가 말한 송도삼절 가운데 하나가 되어 세세생생 세인들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서경덕.....

저 유명한 조선의 명기이며, 세상에서 가장 뜨겁게 남자를 사랑했다는 여자 황진이는, 이 두 사람 가운데 자신의 유혹으로부터 도학자의 명성을 지킨 화담 서경덕을 성인(聖人)으로 받들고 마지막 남자로 사모했는데, 과연 황진이의 판단이 옳은 것일까?

어제 산 가운데 산으로 앉은 산을 찾아 갔다가 도학을 연구한다는 기인을 만났다. 산중의 나무를 베어다 생긴 대로 대충 도끼질로 다듬어 지은 누각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 화담(花潭)의 향기를 이야기하는 이에게, 지족선사와 서경덕의 고사를 이야기하고, 과연 황진이의 판단이 옳은 것일까? 선생님이라면 어떠하실 거냐고 한마디 던졌더니, 비유 자체가 불경(不敬)하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지족선사와 서경덕 이 둘 가운데 누가 진실로 깨달은 사람 걸림 없는 사람일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바로 그대가 지족선사라면 서경덕이라면 눈앞에서 자신을 유혹하고 있는 황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촌부의 생각은, 서경덕은 줄 없는 거문고의 음률과 그것이 일으키는 천변만화의 변화와 진미를 깨달기는커녕 이해하지도 못하였고......

30년 면벽 수도하던 지족선사가 홀딱 벗고 반했다 하여, 황진이가 소문만큼 뜨거운 여자도 아니었고 아름다운 절색의 미인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끝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글을 써놓고 보니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여 조심스러운데, 참된 스승도 없고 스스로 참된 스승을 찾는 사람도 없는 불행한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의 우리들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황진이의 의도된 시험에 걸려 불합격 처리된 지족선사와 합격 처리된 서경덕 둘 가운데 진실로 사람 사는 세상의 스승이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며, 황진이가 하늘이 준 남녀의 본성인 정욕을 문제로 내걸어 시험을 쳐 정한 스승의 자격이 옳은 것이며 정답이냐는 것이다.

문(門)이 없는 허허당(虛虛堂)에서

2023년 6월 26일 허생(虛生) 박혜범(朴慧梵)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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