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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가정의 달 5월에 생각해 보아야 할 어린이들과 노인들의 인권과 초상권

[섬진강칼럼] 가정의 달 5월에 생각해 보아야 할 어린이들과 노인들의 인권과 초상권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1.05.10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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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찰나의 한 순간도 머무름이 없이 쉼 없는 실상의 변화와 소리를 전하고 있는 청산과 풍경이다.
사진 설명 : 찰나의 한 순간도 머무름이 없이 쉼 없는 실상의 변화와 소리를 전하고 있는 청산과 풍경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몇 년 전 일이다. 첫 아이를 보았다는 기쁨에 SNS에 강보에 싸인 아기의 모습 등을 적나라하게  공개하는 등 이른바 자랑질을 뻐근하게 하는 부부에게, 그 마음 알겠는데 진실로 그 아기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게 올바른 일인지 부모의 마음에서 그리고 아기의 마음에서 심사숙고하여 보기를 권한다는 조언을 한 적이 있었다.

이후 이들 젊은 부부는 그동안 자신들이 생각 없이 게재하였던 아기의 사진들을 모두 삭제하고, 아기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아기가 직접 노출되는 사진과 영상은 일체 게재하지 않았다.

고백하면 촌부인 나 역시 세상에 하나 뿐인 딸이 있고, 그 딸과 관계된 이야기를 가끔 글로 쓰고 공개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껏 직간접으로 딸이 노출되는 사진을 게재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이다.

SNS에 임신에서부터 출산의 과정과 육아의 과정을 여과 없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무차별 게재하고 있는 부모나 할머니 할아버지 등 가족들에게 촌부가 묻고 싶은 한마디는 그 아이의 인권과 초상권은 누구의 것이며 누가 지켜주어야 하는 것이냐는 것이다.

특히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아기가 자라서 무엇이 되던 즉 어떤 성격의 소유자이며, 어떤 직업을 가진 인물이 될지는, 부모도 모르고, 아기 자신도 모르는 일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아이가 성장하여, SNS에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있는 자신의 과거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지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세상의 모든 부모인 엄마 아빠들과 가족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촌부가 권하는 것은, 자신들이 좋아서 각종 미디어에 공개 노출시켜 놓은 아기의 사진과 동영상들이 세상을 떠돌아다니고 있을 것이 분명한데, 아기가 성장하여 그것들을 본다면 자신으로서는 기억도 못하고 있는 벌거벗은 자신의 유아시절은 물론 성장하는 과정의 사진과 동영상들을 본다면, 그리고 그것들이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가 없는 것들이라면, 성장한 아이의 삶이 인생이 어찌 될 것인지를 생각해 보라는 말이다.

물론 부모들과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아기에게 부끄럽지 않는 거라고, 자랑스러운 거라고, 떳떳한 거라고 말하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촌부가 일러주는 한마디는, 기쁘고 자랑스럽다는 그것이, 당신들 개인의 생각이지 결코 아기의 마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이들 가운데 촌부의 말을 별 시답지 않은 이야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들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예로, 만일 당신의 남편이나 부인이 또는 자녀들이 자신의 일상을 허락도 없이 그대로 공개 노출시킨다면 어떨지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는 것은 물론 정신이 번쩍 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연하면, 흔히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들이 동정표를 얻기 위한 사악한 목적으로, 자신의 부인이나 자녀들의 가슴 아픈 질병을 공개하는 등등 심지어는 119에 실려 가는 등 병상에서 죽어가는 과정 등을 SNS에 여과 없이 중계방송을 하듯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는 것에 대하여, 주변의 사람들은 물론 민심의 반응이 결코 해서는 안 될 사람의 도리를 져버린 최악의 패륜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는 것을 전국 도처에서 신물 나게 보고 있는데, 스스로 인간이기를 져버린 이러한 패륜을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사람의 태어남이 그렇고 성장하는 과정이 그렇듯이, 사람이 늙고 병들어 죽는 과정 또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부모가 이제 막 탯줄을 자른 핏덩이 아기를 여과 없이 공개하여 노출시키듯, 부모가 늙고 병들어 죽을 때는, 그 자식들이 자신의 부모가 늙고 병들어 죽는 과정을 그대로 100% 노출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변을 보면, 어떻게든 살고 싶은 욕망에 동원할 수 있는 세상의 의술을 전부 동원하여, 식물인간으로라도 어떻게든 살아있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 생의 마지막을 오줌똥도 가리지 못하는 식물인간으로 추하게 살고 싶지 않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안다면...... 

촌부의 말인즉슨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진실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즉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아무 것도 모르는 아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리고 늙고 병들어 죽어가는 의식이 없는 부모의 모습들이, 보호자들(부모와 가족들)의 생각에 따라 사진과 동영상 등등으로 중계방송을 하듯 그대로 공개 노출되는 것이 옳으냐는 생각을 해보라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아무리 내 부모 내 자식인 가족이라 하여도 분명한 사실은, 가족 이전에 법과 사회규범으로 보호를 받아야 할 것이 개인의 인권과 초상권이기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기가 성장하여 부모가 세상에 공개하여 떠돌고 있는 벌거벗은 자신의 모습들을 보았을 때 받을 충격 또는 영향이 어떨지, SNS 시대에 맞는 가족의 사랑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것이 촌부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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