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정일보] 진실로 참된 무소유란 무엇을 말함인가? 우리네 사람의 인생에서 무소유는 어떤 것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참된 무소유의 삶인가?

진실로 참된 무소유를 안다는 것은, 우리가 이 우주에 존재하여 있다고 믿는, 모든 시간과 공간은 물론 유무형의 모든 존재는, 본래 그 실체가 없는 무상(無常)한 것임을 깨달아 아는 일이고, 무소유로 산다는 것은 스스로 끊임없이 변화하며, 단 한 순간 찰나의 멈춤도 없이 쉼 없이 흘러가는 물처럼, 그렇게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가령 때때로 허공에서 일어난 비구름이 뿌리는 빗물 가운데, 봉성산(鳳城山) 정상에 피어난 이름 모를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잎에 떨어진 한 방울의 빗물과 동행하여 따라가 보면 안다.

그 어떤 존재나 공간에도 머무르거나 집착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쉼 없이 흘러 바다로 나가는, 그 한 방울의 빗물을 벗하여 함께 따라 흘러가 보면, 무소유가 무엇이며 어떻게 사는 것인지를 알 것이다.

이 지극히 간단한 것을 두고, 산중의 승려들이나 세속의 사람들이나, 저마다 무소유를 찾으며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뜻”이라고 쉽게 말하는데, 이는 모두가 자신의 그릇된 현실을 집착하며, 삿된 소견을 벗어나지 못한 아집과 집착일 뿐, 바른 정론이 아니며 참된 무소유가 아니다.

부연하면, 이 글을 쓰고 있는 봉성산 촌부 또한 날마다 똑같은 오류를 범하며 사는, 또 한 명의 속물일 뿐 다르지 않다.

안다는 것은 망상이고, 있다는 것은 허상이니, 본래 나라는 존재 자체가 실체가 없고, 모든 시간과 공간 또한 실체가 아니므로, 아무것도 소유할 수도 없고, 소유될 수도 없는 궁극의 이치와 법이 즉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일체개고(一體皆空)”라는 진리를 알기 쉽게 깨우치는 말이 무소유이므로, 처음부터 버려야 할 무엇도 없었고, 내 것이라며 집착할 그 어떤 그 무엇도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그럼에도 우리네 사람들은, 끊임없이 마음은 몸을 소유했다며 집착하고, 몸은 마음을 소유했다며 집착하는 연유로, 마음은 몸을 벗어나지 못하고, 몸은 마음을 벗어나지 못하여, 마음이 괴로우면 몸이 괴롭고, 몸이 병들면 마음이 병들어, 마음과 몸이 서로를 속박하고 집착하며 고통스럽게 사는 연유로, 눈 밝은 옛사람들이 사는 일들을 고해(苦海)를 건너는 것이라고 한 것이다.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하면 “나”라고 하는 몸과 마음이 실체가 없는 것이고, 내 몸과 마음 밖에 있는 것들 또한 실체가 없는 것들 즉 허상인데, 무엇을 일러서 있다고 하고 가졌다고 할 거냐는 말이다.

고로 진실로 참된 무소유의 삶이란,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것을 버리고 어떤 것을 취하는, 분별과 차별의 선택이 아니다.

한마디로 그가 누구든 스스로 가질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다 가진 부자가 외진 산중으로 들어가서, 조그마한 토굴을 짓고 옹색하게 사는 것은, 세상을 기망하고 사람들을 속이는 위선일 뿐, 스스로 얽어맨 속박과 집착에서 벗어난, 진실로 자유로운 무소유의 삶이 아니며, 진리는 더욱 아니다.

참된 부자는 오직 자신이 가진 재물로 자신과 세상을 즐겁게 할 뿐, 재물에 집착하여 사람이 도리어 재물의 도구가 되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가난하게 살면서 스스로 마음의 도를 추구하며 즐기는 사람은, 도락(道樂)의 즐거움만을 탐닉하는 집착에서 벗어나서, 일상의 본분과 근면함을 잃지 않고 날마다 오는 하루를 더불어 즐겁게 사는 것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가진 권력으로 세상을 위할 뿐, 그 권력을 휘두르며 집착하여, 사람이 도리어 권력의 하수인이 되지 않는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은, 사랑이라는 미명으로, 서로가 상대를 소유했다고 착각하며, 서로를 속박하여 얽어매는 집착에서 벗어나서, 서로를 존중하며 자유롭게 사랑하는 것이다.

이별하는 연인은, 이별하는 이유가 무엇이든, 서로를 향한 원망과 증오는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다는 슬픔과 고통은, 상대에게 집착하는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 낸 부질없는 망상임을 깨달아, 서로에게서 자유롭게 떠나는 것이다.

진실로 모든 속박과 집착에서 벗어난 참된 무소유의 삶이란 별것 아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지금 자신을 괴롭히며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있다면, 자신을 괴롭히며 고통스럽게 하는 모든 유무형의 속박과 집착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운 존재로 주어진 한세상을 자유롭게 살다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