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흔히 알면서도 잊고 사는 것이 세월인데, 삼동 혹한의 겨울이 가고,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이 내일 모레다.
사람들은 봄이 온다며 호들갑이지만, 봄이 오면 뭐하나! 봄이 온다한들, 내가 사랑했던 그 봄이 아니고, 피는 꽃 또한 그 봄날에 사랑했던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이 아니기에, 내게는 그저 그렇고 그런 쓸쓸한 계절일 뿐인데......
지난해도 봄이 참 쓸쓸하고 견디기 힘들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도 그 봄날의 나는 나에게 더할 수 없는 위선자였다는 생각이다.
그 봄이 가버린 뒤 나는 가끔 아주 가끔 내 스스로 나에게 되물으면서 내가 나에게 깊은 실망과 함께 바보 같은 결정을 해버린 내가 싫어서 나에게 혐오감을 느낄 때가 있는데, 지금 이 밤이 또 그렇다.
지금도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서, 그 봄날 가슴을 저미던 이별 앞에서, 애써 쿨 하게 보내는 척 허세를 부렸던 내가 더욱 그렇다.
뭐 그땐 그랬었다. 당장은 아프고 때때로 견딜 수 없는 그리움에 밤을 뒤척이며 잠 못 드는 등 힘들고 어렵겠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나고 계절이 가고, 그러다 보면 잊는 거리고, 그렇게 잊고 사는 것이 사랑과 이별이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허세를 부렸었다.
글쎄 누군가를 사랑하고 이별하는 일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주 까맣게 잊고 산다는 것이, 사람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오는 봄이 힘겹게 느껴지면서 나를 슬프게 할 줄은 정말 몰랐었다.
사랑했기에 사랑만 기득했고 사랑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던 가버리고 없는 기억 속의 그 봄이, 아련한 그리움 속에서 하나씩 또렷이 남아서 지금도 나를 아프게 하고 있는 그 봄이, 가슴이 기억하고 있는 그 봄이 아프고 힘겹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