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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금생에 만나고 있는 유일무이한 벗이 보내준 인생 최고의 선물을 받고

[섬진강칼럼] 금생에 만나고 있는 유일무이한 벗이 보내준 인생 최고의 선물을 받고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2.08.31 06:37
  • 수정 2022.09.1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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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오늘 아침 금생에 만나고 있는 유일무이한 벗이 보내온 인생 최고의 선물이다
사진 설명 : 오늘 아침 금생에 만나고 있는 유일무이한 벗이 보내온 인생 최고의 선물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별강혜범선사(別江慧梵禪師)

강을 떠나는 혜범선사께

고월수상부(孤月水上浮)

외로운 달 물위에 떠있고,

강함천고풍(江含千古風)

강은 천고에 걸쳐 부는 바람을 머금었구나!

춘몽류여수(春夢流與水)

한 때의 품은 꿈 강물과 더불어 흘러가는데,

수어욕귀향(誰漁欲歸鄕)

어느 물고기가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으랴!

위 시는 오늘 아침 6시 30분 촌부가 금생에 만나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한 벗이 지어 보내온 선물이다.

구절마다 글자마다 나를 생각하는 벗의 안타까운 마음이 묻어나는 시를 읽는데, 나도 모르게 내 가슴 심장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울컥함에 봉산을 숨 가쁘게 걸어 넘는 내내 기쁜 눈물이 났다.

“그래 이것이면 됐다.” “금생에 사람으로 태어나 자네를 만났고 오늘 시 한 편을 얻었으니 더 바랄 것 없다. 이것으로 됐다. 금생에 받는 인생 최고의 선물이고 복이다.”

사실은 지난 8월 4일 그러니까 “칠월칠석 새벽의 기도” 제하의 글로 쓴 “마음 줄 곳 없는 세상 돌고 돌아서 그대에게로 가는 날이 오늘이었다.”는 내용은 내가 나에게 쓴 것으로, 이제 곧 강을 떠나 가야하는데 가야 할 자리를 정했다는 의미이며 기록이다.

그리고 다음날 5일 계약금을 지불했고, 이어 8일에는 중도금을 지불하는 등 기왕 결정한 것 모든 것들을 일사천리로 진행하려고 했었는데, 내가 세속적인 법률을 잘 모르고, 사람이 갖추어야 할 체면이라는 것을 무시하며 사는 탓에 벌어진 일들이지만, 뜻하지 않는 문제들이 발생하였다.

특히 행여 인생 말년에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인생이 시간에 쫓기고 쪼들리는 돈에 쫓긴 끝에 겨우 급하게 구례읍 봉산에 마련한 누옥(漏屋)으로 인하여, 볼품없는 환경으로 체면을 구기는 것은 고사하고, 복잡한 세속의 법을 잘 모르는 탓에 피해를 당하면서 오명을 뒤집어쓸까 걱정하는 벗의 염려는, 나로 하여금 이미 저질러버린 일을 다시 생각하면서 나머지 잔금을 치루는 결정을 미루며 망설이게 하였다.

아침마다 걷기 운동으로 봉산을 넘으면서 생각해보아도, 평생을 이심전심으로 살아오고 있는 벗의 충고와 염려는 변명의 여지없이 타당한 것이었고, 그런 벗의 진심을 충분히 이해하였으며, 그 결과 이미 치룬 중도금을 실수로 잃어버린 셈치고 포기하고, 벗이 기다리고 있는 고향으로 돌아갈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6시 30분 걷기 운동으로 봉산을 넘어갈 준비를 하다, 벗이 보내온 위 이 시 한 편을 받고서, 비로소 벗이 인연에 쫒기고 시간에 쫒기고 돈에 쫒기는 와중에 찾아 결정한 내 인생 마지막의 자리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즉 마음을 확실하게 이해했다는 생각에, 오늘 오전 세상에서 가장 기쁘고 편한 마음으로, 그동안 미뤘던 잔금을 지불한 것은 물론 대서소 비용과 취득세까지 완납하였다.

세상의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오늘 아침 벗이 밤을 새며 지어 보내온 이 시 한 편은 인간적으로는 친구 관계를 넘어선 것이며, 금전의 가치로 따진다면 억만금의 가치보다 크고 큰 자산이며 재산이고, 인생 최고의 선물이며 기쁨이고 즐거움이다.

결론은 평생을 이심전심으로 살아온 금생에 만나는 유일무이한 벗이 간밤 살고 있는 섬진강 상류 강변 언저리 어디쯤에서, 나를 생각하며 지어서 보내온 이 시 한 편이, 눈앞에 보이는 세상의 모든 가치를 다 담아버리고 초월하여버렸다는 것이다.

이 나이가 되도록 여전히 세상 물정을 모르는 나를 염려하며, 그 누추한 자리를 선택한 나의 마음을 이해하여 준 벗에게 늘 그렇듯 한바탕 웃음을 전한다. 그래 이 강을 떠나기 전에 우리 만나서 한 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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