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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언제나 변화된 그 변화의 변화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섬진강칼럼] 언제나 변화된 그 변화의 변화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1.09.2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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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오전, 바람 한 점 없는 날씨가 좋아서 창문을 열어놓고 앉아 마음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마치 알 수 없는 거대한 무엇이 기습을 하듯, 상상하지 못했던 거센 폭풍이 비를 몰아오는데 깜짝 놀랐다.

평생을 자연 속에서 살아오면서, 수많은 자연의 현상들을 보았고, 돌풍과 태풍이 몰아오는 비바람은 반드시 전조 증상이 뚜렷하고 순간순간 몰아치는데, 이번처럼 사전에 아무런 기미도 없이, 갑자기 세상의 모든 것들을 쓸어서 날려버릴 것처럼, (대략 10분 정도) 동일한 세기로 무시무시하게 불어대다, 거짓말처럼 사라진 기괴한 비바람의 현상은 처음이었다.

비바람이 들치는 것은 물론 놀랄 틈도 없이 이것저것 방안에 널브러진 것들까지, 어지럽게 날리고 있는 거센 비바람의 피해를 막기 위해, 얼른 열어놓은 창문을 닫으며 드는 생각은, 어쩌면 창문 밖 담벼락이 무너지고 유리창이 박살날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일어났다 사라진 이 기이한 바람의 현상을 설명하면, 마치 터널 안에서 사람을 날리는 태풍의 세기를 실험하는 거대한 선풍기가 갑자기 오작동을 일으킨 것처럼, 그렇게 대략 10분 정도 맹렬한 기세로 몰아치더니, 지금은 그 기계가 작동을 멈춘 것처럼, 창문 밖 담장의 나뭇잎 하나 흔들이지 않는 맑고 푸른 하늘이다.

잠깐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렇게 사람의 혼을 빼며 몰아치던 기괴하고 무서운 바람은 그치고, 다시 또 열어놓은 창문 너머 보이는 풍경은, 강변의 다랑논 벼들이 황금빛으로 익어가고 있는 더 없이 맑고 푸른 가을하늘이다.

모를 일이다. 사람이 사는 일들이나,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끊임없이 일어나는 이런저런 다양한 현상들 모두 변화무쌍한 것들이라, 언제나 변화된 그 변화의 변화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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