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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칠월칠석에 생각해 보는 행복한 사랑과 슬픈 정한(情恨)의 사랑

[섬진강칼럼] 칠월칠석에 생각해 보는 행복한 사랑과 슬픈 정한(情恨)의 사랑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1.08.14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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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음력 7월 7일 하루해 저물어 간 칠석의 하늘이다.
사진 설명 : 음력 7월 7일 하루해 저물어 간 칠석의 하늘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예나 지금이나 음력 칠월칠석의 전설을 아는 사람들은, 일 년에 한 번 칠월칠일 오늘 저녁, 은하수 강을 건너 만나 밤을 새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다음날 아침 헤어지는 견우와 직녀의 사랑을 슬프다 한다.

그러나 그건 다시 또 오마하고 떠나간 뒤, 소식이 끊겨버린 기약이 없는 임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길고 긴 시간들이 무엇을 의미하고, 혼자서 겪어내야 하는 사무치는 정한(情恨)의 마음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것이, 내가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이고 지금도 여전히 절감하고 있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일주일에 한 번이든, 한 달에 한 번이든, 일 년에 한 번이든, 언제고 사랑하는 임을 다시 만나는 약속이 있는 연인들에게, 세상은 그만큼 아름다운 공간이고, 기다림의 시간은 다시 만난다는 기쁨과 설렘으로 행복한 꿈을 꾸는 시간이기에 하는 말이다.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견우와 직녀는 행복한 연인이라는 촌부의 말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꿈속에서 그리운 임의 문전 돌길이 닳고 닳아 모래가 되도록 찾아갔던 저 유명한 정한(情恨)의 여류시인 옥봉(玉峰) 이숙원(李淑媛)의 간절한 마음과, 비록 소설이지만 옥문 밖을 나가지 못하는 옥중의 춘향이가 천리 먼 한양의 임을 그리는 애간장이 타는 마음을 생각하면, 지척이든 천리 밖이든 사랑하는 임을 두고 만나지 못하는 기약 없는 세상과 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알 것이다.

마침내 사랑하는 임을 만나 부귀영화를 누리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소설의 주인공 춘향이는 복 받은 것이니 생략하고.......

끝내 지척에 두서도 만나지 못하는 사랑하는 임을 그리는 그리움을 견뎌내지 못하고, 자신이 쓴 임을 향한 사무치는 정한(情恨)의 시(詩)들을 저승길 염의로 온 몸에 두르고, 바다에 몸을 던져 죽어버린 옥봉(玉峰) 이숙원(李淑媛)의 마음을 헤아려보면, 딱 꼬집어 뭐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형언할 수 없는 그 절절한 마음이 느껴지고 이해가 된다.

촌부가 하고 싶은 말은, 일 년에 한 번 칠월칠일 저녁에 만나 다음 날 헤어지는 견우와 직녀에게 명년 칠월칠석에 다시 만나는 약속된 일 년은 날마다 가슴 설레는 행복함이기에, 그 마음을 헤아려보면 견우와 직녀는 아름다운 세상 행복한 연인이고, 다시 만남이 전제된 기다림은 고통이 아니고, 기쁘게 살아내는 희망과 설렘이 있는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문득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네 인간 세상의 일 년 열두 달 365일이 천상에서는 하루이니, 결과론적으로 견우와 직녀는 날마다 아침에 헤어져 각자의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저녁이면 만나 사랑을 하는 행복한 연인이라는 것이다.

물론 하늘의 옥황상제가 사랑에 빠져서 맡은 일을 게을리 하는 목동인 견우와 베를 짜는 직녀 두 사람에게 내린 벌이라는 걸 잘 알지만, 그렇다 해도 견우와 직녀는 이 우주에서 가장 로맨틱한 사랑의 벌을 받고 있는 행복한 연인이다.

물론 두 사람에게 그런 벌을 내린 옥황상제야말로, 남녀의 가슴 설레는 기다림과 달달한 로맨스를 잘 아는 참 멋쟁이다.

새벽부터 오전 내내 내리던 비가 멈추고, 하루해 저물어 간 푸른 하늘에 아름다운 비단 휘장을 두르는 듯 채색구름들이 저녁노을로 비치는 걸 보니, 오늘밤 천상의 강 은하수에 아름다운 오작교는 가설될 것이고, 견우와 직녀는 서로 만나 밤새 행복할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제아무리 지나간 날들의 기다림과 그리움이 어떻다 한들, 이미 가고 없는 날들의 일이니 의미가 없고, 내일의 밤이 세상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밤이라 한들, 사랑하는 이가 없는 혼자서 보내는 밤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굳이 있다 한다면 기약 없는 임을 그리는 생각 속에서 뒤척이며 잠 못 드는 밤만 길고 길 뿐이라........

사랑하는 견우와 직녀가 둘이서 만나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는 바로 지금 오늘밤이야말로, 이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고 황홀한 시간이니, 오늘밤 만나는 견우와 직녀가 마음껏 행복했으면 좋겠다.

섬진강은 안개를 삼키지 못한다.
2021년 8월 14일(음력 7월 7일) 박혜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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