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칼럼] 섬진강에서 전하는 천강에 뜨는 달
[섬진강칼럼] 섬진강에서 전하는 천강에 뜨는 달
  • 박혜범 논설위원 <hmk0697@hanmail.net>
  • 승인 2020.10.22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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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앉아 아름다운 달빛으로 오는 수월관음보살(水月觀音菩薩)을 기다리며, 존재하는 일체의 모든 현상들은,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으며,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개와 같으니, 응당 이와 같이 보라는 금강경 끝 구절 한마디를 여기에 전하니, 인연 있는 이들이 읽고 깨달아 법신(法身)으로 거듭나는 가을밤이 되기를 바란다.
사진설명 : 2016년 8월 30일 오후 천상의 신들이 섬진강 비룡대(飛龍臺) 하늘 마당에서 구름으로 그린 그림 보살도(菩薩圖)다.
사진설명 : 2016년 8월 30일 오후 천상의 신들이 섬진강 비룡대(飛龍臺) 하늘 마당에서 구름으로 그린 그림 보살도(菩薩圖)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다음의 내용은 낮에 섬진강을 방문한 어느 스님과 팽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서, 며칠 전 글의 주제로 쓴 본래 한 물건도 없다는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을 가지고, 이런저런 이야기 도중 스님의 물음에, 저 유명한 종경선사(宗鏡禪師)의 게송(偈頌)으로 답한 것을 정리한 것이다.

바라건대, 이 글을 읽은 이들은 촌부가 해석하고 설명하는 견해가 옳다 그르다는 시비를 떠나,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한 것이니, 모든 상이 실상이 아님을 안다면 바로 여래를 본다는, 금강경 제5 여리실견분(如理實見分)을 알기 쉽게 깨우치고 있는 선사의 게송을 읊조리며, 가을밤 사색에 잠겨보기를 권한다.

보화비진요망연(報化非眞了妄緣)
이른바 보신불(報身佛)이오
화신불(化身佛)이라고 하는 것은
모두 다 허망한 것일 뿐 참모습이 아니다.

해석 : 금강경에서 말하는 수많은 부처들과 보살들 즉 어리석은 중생들이 간절히 구하고 찾는 진짜 부처라고 하는 것이나, 또는 부처가 중생들을 교화하고 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화현(化現)하여 나타난 모습이라고 하는 것들은, 모두 그 실체가 없는 것으로, 본래 한 물건도 없다는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의 참된 법을 설하고 전하기 위해, 말과 글로 드러낸 허망한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법신청정광무변(法身淸淨廣無邊)
오직 법신(法身)만이 청정하니
진리를 깨달은 이의 청정한 마음은
온 우주에 가득하여 가히 헤아릴 수가 없다.

해석 : 진리를 깨달은 사람 즉 마음을 깨달은 사람이 곧 부처이니, 그가 바로 청정한 법신이고, 깨달은 이의 마음은 광대무변하여 가히 헤아릴 수가 없다는 것으로 진리의 자리를 증명하는 가르침이다.

천강유수천강월(千江有水千江月)
천 개의 강에 물이 있으니
천 개의 강에 천 개의 달이 뜨는 것일 뿐

해석 ;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는 연기(緣起) 즉 인연을 따라 일어나는 인연생기(因緣生起)의 법을 설한 것으로, 천 개의 강에 물이 있으니, 천 개의 강에 천 개의 달이 뜨는 것일 뿐, 천 개의 강에 물이라는 매개체가 없으면, 천 개의 강 어디에도 달은 뜨지 않는다는 가르침이다.

생각해 보라, 하늘의 달 또한 그 근본이 허공에서 인연으로 생겨나 인연을 따라 사라지는 것으로 실상이 없는 것인데, 그 달이 다시 천 개의 강에 천 개의 달로 뜨는 것은, 그 강에 맑은 물이라는 매개체가 있기 때문일 뿐, 천 개의 강에 물이 없으면, 천 개의 달이 어디에서 뜰 것인가의 되물음이기도 하다.

만리무운만리천(萬里無雲萬里天)
끝없는 하늘에 구름 없으니
그대로 끝없이 맑고 푸른 하늘이다.

해석 : 하늘에 한 점 구름이 없으니, 그대로 푸른 하늘이라는 이 말은, 한 점의 의심도 없이 깨달은 이는, 깨달은 그대로가 청정한 법신(法身)이고, 어둠속에서 빛나고 아름다운 달처럼, 이 우주에 빛나는 광대무변한 존재라는 가르침이다.

위 촌부가 나름대로 해석한 옛 사람의 게송이 마음에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해서 현세에 사람의 몸으로 화현하여 법을 전한 석가모니 또한 참이 아니라는 금강경 마지막 편 제32 응화비진분(應化非眞分)을 보면, 모든 것들이 어둠속에서 빛나는 밝은 달처럼 뚜렷하고, 안개 걷힌 길처럼 분명해 진다.

창가에 앉아 아름다운 달빛으로 오는 수월관음보살(水月觀音菩薩)을 기다리며, 존재하는 일체의 모든 현상들은,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으며,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개와 같으니, 응당 이와 같이 보라는 금강경 끝 구절 한마디를 여기에 전하니, 인연 있는 이들이 읽고 깨달아 법신(法身)으로 거듭나는 가을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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