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칼럼] 다시 또 절감하는 인연 속에서
[섬진강칼럼] 다시 또 절감하는 인연 속에서
  • 박혜범 논설위원 <hmk0697@hanmail.net>
  • 승인 2020.01.18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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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거미줄에 걸린 먹이를 즐기는 거미의 모습이다.
사진 설명 : 거미줄에 걸린 먹이를 즐기는 거미의 모습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오래전의 일이다.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라”는 어떤 유명 승려가 쓴 글의 주제를 질문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촌부가 내놓은 답은, 본시 인연이라는 것 자체가 선악의 구별이 없는 인연 속에서 오는 것이고, 좋든 싫든 그 인연 속에서 오고가는 인연이 곧 자신의 인연인데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라”는 말이 과연 합리적인 것이며, 그것이 자칭 깨달았다는 승려가 해야 할 소리냐고 되물은 일이 있었다.

만약 진실로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라”는 그 승려의 말을 진리라고 한다면, 교조인 석가모니의 탄생과 깨달음 그리고 열반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서 드러낸 인연생기(因緣生起)의 연기법(緣起法)을 부정하는 것으로, 이는 곧 불교의 기본사상을 부정하는 어리석음이 돼버린다.

알기 쉽게 설명하면, 석가모니가 여행하던 도중에 맞이한 마지막 열반에(죽음) 이르는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 즉 순타(純陀)가 바친 버섯요리를 먹고 버섯 독으로 심하게 앓다 죽은 석가모니가 “순다의 음식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다” “순다의 공양은 그 어떤 음식보다도 공덕과 과보가 큰 음식이라는 것을 전하라고 당부하였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며, 함부로 잘못 맺은 악연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시 말해서 교조인 석가모니의 일생을 통해 성스러운 2대 공양으로 알려진, 석가모니가 깨달음에 이른 계기가 된 소를 기르는 소녀 “수자타”가 바치는 우유죽과, “순타”가 바친 독버섯 요리를 먹고 열반(죽음)에 이른 것 자체가 인연 속에서 일어난 필연인데, 이 둘 가운데 어느 것을 좋다 나쁘다 할 것이며, 어떤 것을 함부로 맺은 인연이라고 할 것이냐는 말이다.

그럼 우리들 자체가 중생이고 사람의 자식이라, 차갑고 뜨겁고 좋고 싫은 것을 느끼는 오감(五感)과 오욕(五欲)으로 부딪혀오는 괴로운 인연들을 회피하는 방법 즉 굳이 인연 속에서 오는 인연들을 가지고, 촌부에게 분별하는 지혜가 뭐냐고 묻는다면, 오직 스스로 어리석음과 지혜로움이 있을 뿐, 함부로 맺는 인연은 없다는 것이다.

촌부의 말인즉슨, 예를 들어 약사발을 손에 들고 있는 약사여래는, 온갖 중생의 모든 병들을 다 알고, 치유하는 약을 차별 없이 지어주지만, 문제는 그 약을 먹는 것도 먹지 않는 것도 중생의 자유라는 결론인 실상에서 보면, 병을 낫게 하는 약을 처방하여 주는 약사여래 즉 살길을 일러주는 사람의 인연이 문제가 아니고, 그 처방전을 받아든 사람 자신이 문제이기에, 오직 스스로 어리석음과 지혜로움이 있을 뿐, 함부로 잘못 맺은 인연은 없다는 말이다.

이걸 다시 뒤집어서 사람의 심리와 살아야하는 현실에서, 사는 길을 일러주어도 가지 않는 사람이 어리석은지, 사는 길을 외면하는 사람에게 사는 길을 일러주고 있는 사람이 어리석으냐를 따진다면, 촌부의 결론은 사는 길을 일러주어도 외면하는 사람에게 사는 길을 일러주고 있는 사람이 진짜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흔히 불교에서 말하는 선(善)도 생각하지 말고, 악(惡)도 생각하지 말라는 불사선(不思善) 불사악(不思惡)이라는 근본의 자리에서 보면, 사는 길을 일러주어도 외면하는 사람은, 자신이 좋아서 외면하는 관계로, 마음에 어떠한 갈등이나 괴로움이 없다.

그러나 반대로 사는 길을 외면하고 있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해서 사는 길을 일러주고 있는 사람은, 그로인한 마음의 안타까움과 슬픔이 있고, 그걸 겪으면서 소중한 시간들을 허비하는 연유로 어리석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결론을 지으면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은, 인연법을 안다는 사람이나, 인연법을 모른다는 사람이나, 피할 수 없는 것이 인연 속의 인연이고, 내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다시 금생에 저지르는 어리석음임을 뻔히 알면서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인연 속의 인연이라는 의미다.

마치 강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물고기들처럼, 사람의 한평생이 인연 속의 일들인데, 본래부터 좋고 나쁜 인연이 없고, 처음부터 함부로 맺어지는 인연 또한 없으며, 오직 스스로 어리석음과 지혜로움이 있을 뿐이다.

섬진강은 안개를 삼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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