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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칼럼] 지금은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할 때이다.

[섬진강 칼럼] 지금은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할 때이다.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19.08.0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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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가 최악이 돼버린 지금 문재인 정권은 무슨 꿍꿍이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박혜범 논설위원

[서울시정일보] 일본의 아베 정권은, 원재료 압박이라는 돌 한 개를 문재인 정권에 던져서 “⓵전쟁을 하는 일본을 만들고 싶은 아베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⓶한일 과거사를 아베 자신의 방식으로 해결하고 ⓷미래 한국의 산업기술이 일본을 앞서가는 걸 방해하여 막고 ⓸세상에서 가장 순백한 문재인 정권을 아베의 입맛대로 길들이기”를 하는 4가지를 얻는 일석사조(一石四鳥)의 전략으로 희희낙락이다.

이에 반하여 한일관계가 최악이 돼버린 지금 문재인 정권은 무슨 꿍꿍이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촌각을 다투는 반도체와 전자산업은 피가 마르고 심장이 멎는 위급한 상황인데, 이번 기회에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며 큰소리를 치며, 호언장담을 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보고 있으려면, 마치 농부가 실패한 배추밭을 갈아엎고 다시 짓겠다는 수준의 소리로 들려 한숨만 나온다.

축적된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똑같은 최고의 기술과 제조라 하여도, 한번 무너지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고, 한번 밀리면 다시 앞서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블록과 퍼즐을 다시 짜 맞추듯, 그렇게 손쉽게 할 수가 없는 것이, 현대과학의 집약인 반도체 산업이라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알고 우리 같은 촌부들도 아는 일인데......

이처럼 민감하고 살벌한 21세기 반도체 전쟁을, 그것도 상대에게 급소를 강타 당하고, 비틀거리고 있는 촌각을 다투는 전쟁을, 19세기 죽창을 들고 20세기 불매운동으로 어떻게 이기겠다는 것인지, 상대보다 더 냉철한 가슴으로 계산된 치밀한 대책 하나 없이, 국민들의 분노만 부추기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보고 있으려니, 답답함을 넘어 민망하고 안타까운 지경이다.

촌부의 눈에 비친 작금의 세월은, 마치 축적된 기초과학도 없는 정부가, 당장 달에 가서 원자재를 채굴하여 오면 된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고, 이에 지지자들은 그러면 된다고 이번 기회에 그렇게 하자고 환호하고 있는 것과 같은 기막힌 형국이다.

문재인 정권 자체가 이 우주에서 가장 순백한 때 묻지 않은 정권이라고 외치고 있으니, 일본의 백색우대 제외가 결코 두려운 일은 아니겠지만, 촌부가 일러주고 싶은 것은, 김대중과 노무현이 간도 쓸개도 없고 속 창시도 없는 친일파라서, 일본이 아시아 최초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라는 은전을 베푼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김대중 정권은 당면한 IMF라는 국가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두환 정권의 극일운동으로 시작하여, 노태우 정권을 거쳐 까불고 있는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는 김영삼 정권으로 이어져 오는 17년 동안, 서로 엇나가며 꼬여버린 일본과의 관계를 전향적인 사고로 풀어 화해와 신뢰로 경제협력을 이끌어냈고,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이어간 노무현 정권은 2004년 일본으로부터 수출심사 면제라는 우대국의 지위를 확보, 오늘의 반도체 산업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다시 15년이 지난 2019년 8월, 밑도 끝도 없는 반일 감정만을 부추기며, 탈(脫)일본을 선언한 문재인 정권을 보면, 까불고 있는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큰소리치다 IMF로 망해버린 김영삼을 보는 것만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게재한 현수막 사진은 오늘 오전 구례읍에 나가서 본 것이다. 일본제품은 팔지도 사지도 말자는 이 말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따라가 보면, 일본으로부터 수입도 하지 말고 수출도 하지 말자는 것으로 귀착되는데, 이게 일본을 이기고 나라를 살리며, 자신들이 사는 현명한 짓일까? 아니면 일본에 완패하고 자신들의 무덤을 파는 우매한 짓들일까?

지금은 국가와 민족의 내실을 더욱 공고히 하는 차원에서, 섶에 누워 쓸개를 핥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마음으로, 조용히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고, 국가가 나갈 백년대계를 생각할 때이지, 반일 감정만을 부추기고 앞세운 경거망동으로 일을 그르칠 때가 아닌데,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오늘이다.

다음의 내용은 지금으로부터 32년 전 1987년 겨울 어느 날 촌부가 겪은 일이다. 문재인 정권이야 지금 뜨거운 불길로 번지고 있는 국민들의 반일 감정이, 자신들의 실정을 모두 덮고 명년 봄날의 총선을 승리하는 호재이기에 싫을 까닭이 없겠지만, 그렇다 하여도 즐거운 속내를 티내지 않으면서, 당면한 난국을 타파하여 나가는 지혜를 모으는 조언으로 여기에 전한다.

1987년 겨울방학 때의 일이다. 그때 구례읍 어느 마을에 머물던 촌부는 10여 명의 마을 아이들에게(그 자리에 초중고 대학생들까지 모두 있었음) 마음으로 공부하는 법을 깨우치는 차원에서,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있는 지리산과 백운산을 그대로 바꾸어 놓는데, 조건은 두 산의 사이에 있는 섬진강에 흙 한 톨 돌 하나 떨어뜨리지 않고 옮기는 방법을 써내라 하였다.

이에 어리석은 늙은이가 산을 옮긴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으로부터, 갖가지 방안들이 묘수로 나왔는데,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그 가운데 당시 구례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던 “최윤희”라는 어린 학생이 낸 “그 자리에 그냥 놔둔다.”는 답과 그에 대한 설명이 나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설명을 하면, 기껏 옮겨봤자, 그래 봤자, 백운산이 그대로 백운산이고, 지리산이 그대로 지리산으로, 이름과 산의 모습은 물론 숲과 나무와 풀 한 포기까지 변함이 없이 그대로이니, 옮기는 자체가 괜한 쓸데없는 짓이다. 그러므로 그냥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마음으로 옮겨놓고 마음으로 보겠다는, 그 어린 여학생이 답으로 낸 아무도 생각지 못한 기발한 설명을 듣는 순간, 나는 전율하며 역시 봉산(鳳山)이 인물을 낳는다는 전설이 그냥 전해지는 빈말이 아니라며, 놀랐던 일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 한일관계가 과거사를 이유로 해방 이후 최악이 돼버린 것은, 아베 정권과 문재인 정권이, 실패하고 있는 자신들의 정권을 유지하고 연장하는 차원에서 발생시킨 고의성이 농후한 일들이지만, 그렇다 하여도 이번 기회에 첨단산업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종속관계를 확실하게 하려는 일본의 속셈을 안다면, 지금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고 명확하다.

그것은 진실로 우리가 당면한 위기를 타개하고, 일본을 극복 미래로 발전하여 나가려 한다면, 32년 전 구례초등학교 5학년 최윤희 학생이 낸 답을 찾는 것뿐이고, 지금이 바로 그때라는 것이 촌부의 생각이다.

섬진강은 안개를 삼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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