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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보혁. 지방자치제와 주민주권의 실현

[칼럼] 김보혁. 지방자치제와 주민주권의 실현

  • 기자명 김보혁 논설위원
  • 입력 2023.10.15 17:08
  • 수정 2023.10.1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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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혁 신한대학교 국제통상지역중소기업 연구소 소장

김보혁 논설위원
김보혁 논설위원

[서울시정일보 김보혁  논설위원] “주민 주권”은 “지방 자치제”를 통해 실현된다. 지방 자치는 “지역주민이 자기 지역의 일을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가 단위의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중앙 정부로부터 자율성을 가지면서 지역의 일을 결정하는데 지역주민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함으로써 국민주권과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주민에 의해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의회 의원은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여 “주민의, 주민에 의한, 그리고 주민을 위한 자치를 실현함으로써 주민이 신탁한 기본적 권리를 보호하고 행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주민들은 주민 청원제도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 자신들의 민의를 반영하도록 요청함으로써 주민 주권을 실현할 수 있다. 주민청원의 청원 내용은 지역문제를 반영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이 요구한 사항을 공정성과 책임성, 투명성의 원칙을 바탕으로 심의 및 처리함으로써 지방 자치제에 대한 주민의 “기대효용”을 높이게 된다.

주민청원과 관련해 지역 근대 문화자산의 보존과 철거를 놓고 시민단체와 지자체와의 대립이 원주시에서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단관 극장은, 원주에 있는 60년의 역사를 가진 아카데미 극장이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으며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원주시에 두 차례나 등록문화재 지정을 권고하고, 유명 영화인 박찬욱 감독, 김동호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정주리 감독, 김정자 배우, 유지태 배우 등이 근대 문화자산으로 극장 보존을 지지하면서 전국적인 쟁점이 되고 있다.

2016년부터 7년간 시민들이 극장 보존을 위해 노력하였고, 전임 원주시장은 2021년도 여론조사를 통해,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극장을 매입했었다. 2022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유휴공간 재생 활성화 사업'에도 선정되어 국비 30억 원, 도비 9억 원 총 39억 원이 배정되었다. 그러나 현재 시장이 당선되면서, 국비 지원을 받지 않고 야외 공연시설을 짓기 위해 철거하는 것으로 번복되면서 갈등이 시작되었다.

극장을 보존하자는 측은, 원주시 주민참여 등에 관한 기본조례 제4장 11조에 따라 시정 정책토론을 청구하였으나, 시정 정책토론은 주민등록번호와 본적지 주소가 없다는 이유로, 시로부터 반려되었다. 이 같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보존 측 시민들은, 국민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고, 국민권익위는 시정 권고를 통해 “보완요청을 취소하는 것이 타당하다. 원주시장의 보완요청을 취소할 것을 시정 권고한다.”라고 통보하였다. 원주시는 ‘국민권익위가 주민등록번호 필요 유무에 관한 판단을 잘못 내린 것’이라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시장의 소속당이 다수당인 원주시 의회 역시 과반 찬성으로 철거를 의결하였다.

2022년 1월 13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 시행으로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기본으로 직접민주주의 및 참여 민주주의적인 요소” 강화를 통한 주민 주권 제고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주민 청원제도에 따라 각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 간 별 차이 없이 내용이 비슷한 시민참여 조례를 제정하였다. 지방의회에서 제정한 “시민참여 조례”의 내용은 통상 지역 선거권자인 시민의 일정 수 인원의 청구로, 시의 중요한 정책사업에 대하여 의견을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이의 타당성에 대한 토론회, 공청회 및 설명회를 시장에게 청구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결정에 있어 지방자치단체장은 시민의 토론회 등의 결과를 성실하게 검토한 후 반영 여부를 정해진 기간 이내의 청구인 대표에게 통지하고, 시 홈페이지 등을 통하여 시민에게 공개한다. 시장은 “시의 정책 등에 대하여 시민의 의견을 직접 청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면, 시민 의견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문제는 시민 청원이 토론회, 공청회를 거쳤다 하더라도, 그것의 정책적 수용이나 시민 의견조사 시행 여부의 결정이, 모두 지방자치단체장의 재량사항이라는 데 있다. 시민의 청원이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책 결정과 일치하면 수용될 가능성이 있으나, 정책 결정에 반대하는 것이라면, 시민의 다수 의사라 하더라도 수용될 가능성이 작다는 점이다.

지역에서 찬반이 갈리는 현안이 “지방의회 청원제도”에 의해 지방의회에 심의 안건으로 상정되더라도, 의회의 다수당과 지방자치단체장의 소속 정당이 일치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책 결정을 다수당의 당론으로 정하는 경우, 시민 다수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수당 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장의 결정이 정책에 반영됨으로써, 주민의 의사나 주권은 아주 쓸모없게 되는 한계를 갖는다.

지방 자치제에서 주민 주권 강화를 위해서는 주민 청원제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시민의 시정 참여에 불편을 느낀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다른 지자체에서는 주민청원 신청 시 요구하지 않는 주민등록번호, 청구인 숫자 상향, 정책토론 청구심의위원회 신설, 토론회 개최 불가 기준 신설 등으로 주민청원 청구요건을 어렵게 해서, 시민들의 시정 참여 권한을 축소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주민 청원제도가 실효성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행정작용은 행정 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는 점(행정 기본법)”에서 주민청원의 청구요건을 최소화하며, 시정 토론회 결과의 시정 반영 여부는 현재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책과 반대되는 것일 경우, 필수적으로 “객관적인 주민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다수 시민의 의사가 반영된 결과에 따라 수용 여부가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주민 주권과 주민 통합을 확보하고 주민의 참여를 통한 지방 자치제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주민 주권 실현을 위해서는 정당의 하향식 공천이나 지방의회 정당공천제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초의원 후보들은 소속 정당의 공천을 받고 나서야 지역주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으므로 시민의 평가보다 공천권자의 평가가 우선시 되면서 지방 자치가 주민 의사와 주권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기득권 정당의 선거 편의를 위한 자치제도가 되고 있다. 기초의원들은 각자 독립된 법률기관으로서 각자의 양심에 따라 지역주민의 뜻을 섬기며 민의를 지역 정치에 반영하고 소속당을 떠나 집행부를 감시해야 한다. 각 의원이 공천권자나 당론이 아닌 지역 다수 주민의 여론을 반영해 투표를 할 수 있을 때 지역 현안은 정파적인 소모적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고 지역 현안 자체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어 합리적 토론으로 대체될 수 있으며 주민들의 민의와 이익 그리고 통합에 최대한 부합되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은 선출된 후 4년 동안 대의 민주주의제의 이름으로 주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으로 시정을 운영한다. 그러나 이들이 권한을 위임받은 후 주민 다수의 의사를 반영하는 민주적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등한시하거나 적법절차를 무시하는 행정을 강행하면 4년 후 선거로 심판받을 때까지 주민 주권은 실현되기 어렵다. 지방 자치 조례와 지방의회 공천제도를 개선해 지방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이 임기 동안 지속적이고 성실하게 지역주민과 소통하며 주민의 여론을 시정에 반영하게 함으로써 주민 통합, 지방 자치 행정의 정당성과 적법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주민 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진정한 대의 민주주의와 지방 자치제는 주민의 민의를 민주적으로 반영하는 체계가 구축될 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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