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찻집의 찻잔은, 언제 어느 때건 무시로 채워지고, 무엇으로든 한 번 채워진 찻잔은, 차 맛이 있건 없건 주문한 손님에 의해 이내 곧 비워지고, 비워진 찻잔은 깨끗이 설거지되어 다음 손님을 기다린다.찻집의 찻잔은, 다음에 올 손님이 누구인지 궁금해 하지도 않고, 누가 주문을 하던 사람을 차별하지도 않으며, 어떤 차를 담아낼까 궁리하지도 않고, 마시고 떠난 손님을 기억하지도 않으며, 떠나간 손님이 다시 오든지 말든지 관심도 없고 바라지도 않는다.찻집의 찻잔은, 한 나라의 정치권력과 같다. 그것이 무엇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