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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마당] 정해란 시인. 깨진 이름의 부활, Sea Glass

[시가 있는 마당] 정해란 시인. 깨진 이름의 부활, Sea Glass

  • 기자명 황문권 기자
  • 입력 2023.09.1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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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정일보 황문권 기자] 밤은 휴식이며 고요다.

달빛 빛나는 밤.

생사의 바다를 건너는 중생의 아픔들~

들숨의 生과 날숨의 死의 교차하는 작은 호흡의 생사를 넘어 침잠하는 찰나 즉 영원의 세상에서 시인의 시각은 유리병을 바라 본다.

고온과 냉각 사이 형상이 서서히 굳어져 간 유리병

용도가 폐기되니 접혀있던 운명이 깨진 모서리들에서 심상의 하모니를 찾는다.

생사의 대해에서 유리병은 뭘까?

인간사 오고가는 거리에서 접혀있던 운명이 깨진 모서리들 바다까지 밀려와 파도 칠 때마다 날카롭게 하소연하며 바다를 찌른다.

자본주의 노예에서의 탈출을 꿈꾸는 비명 소리들.

무소유로 입적하는 생사의 거리는 얼마의 길이일까?

정해란 시인
정해란 시인

●깨진 이름의 부활, Sea Glass / 정해란

모난 어제가 투명하게 읽히는

둥글게 빛나는 오늘

바다유리 Sea Glass.

견디기 힘든 고온과 냉각 사이

형상이 서서히 굳어져 간 유리병

각각의 사연으로 담긴

용도가 폐기되니

접혀있던 운명이 깨진 모서리들

바다까지 밀려와 파도 칠 때마다

날카롭게 하소연하며

바다를 찌른다.

물고기 붉은 울음 그어 아픔 묻고

해초 베면서 서러움 토해내며

파도의 정수리까지 올랐다가

물의 뿌리까지 휩쓸리기 몇 번이던가.

해체된 이름으로 돋아난 모서리마다

바다의 온갖 기후 통독하며

달과 태양의 인력, 원심력까지 새긴

모래와 함께한 그 오랜 매일

어루만지고 달래주던 파도의 위로.

몸속 생채기까지 다 삼켜준 바다

부서진 이름 바다 유리

모난 어제의 오랜 인고가

둥근 오늘로 그 용도가

투명하게 반짝이니

생명의 빛깔 Sea Glass

빛나는 내일을 입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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