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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문학] 날 잊지 말아요. Think of me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여행문학] 날 잊지 말아요. Think of me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 기자명 박용신 주필
  • 입력 2022.05.05 17:41
  • 수정 2022.05.0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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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오페라의 유령"이 생각났다. 주인공 '팬텀'은 잘 생긴 목소리를 가졌으나, 흉칙한 외모 때문에 늘 가면을 쓰고 살아가며 사랑하는 여인 프리마돈나 '크리스틴'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안타까운 짝사랑, 크리스틴 역에 '크레어 라이언'이 부르는 아리아 "Think of me" "날 잊지 말아요"가 청아하게 귓전에 울렸다.

날 잊지 말아요. <Think of me>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도피안사의 여운, 그리고 속세 도솔(蓴潭), 고석정(孤石亭)>

[서울시정일보 철원=박용신 기자]갑자기 "오페라의 유령"이 생각났다. 주인공 '팬텀'은 잘 생긴 목소리를 가졌으나, 흉칙한 외모 때문에 늘 가면을 쓰고 살아가며 사랑하는 여인 프리마돈나 '크리스틴'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안타까운 짝사랑, 크리스틴 역에 '크레어 라이언'이 부르는 아리아 "Think of me" "날 잊지 말아요"가 청아하게 귓전에 울렸다.

요즘 내가 이상한 질병에 찌들려 몰골이 좀 추해도 나를 잊지 말고 생각해 주세요, 당신! 다시 "Think of me" 그새 척 졌던 세상과 자연과 산사(山寺)와 그리고 너와 화해를 하며,  또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까? 용기를 낸다.

◎ 두 번째 기행지 고석정(孤石亭) 

크래식한 풍경으로 한층 상류화된 가슴을 다독이며, 다음 기행지 고석정(孤石亭)으로 향한다. 10여km 지척에 거리, 차안에서 내내 왜 외로울 孤, 돌 石, 누가 이름을 "외로운 돌이라 했을까"를 생각했다.  

 
 
▲ 고석, 혼자서 잘난 척, 그러니 팽당하고 외롭겠지.

고석정 그렇지, 국민관광지라 그런지 내가 우려했던 대로 사람들이 제법 북적인다. 습관처럼 마스크를 귀밑 바투 조이고 입구에 버티고 선 십척 임꺽정과 조우한다.

▲ "니가 왜 거기서 나와" 고석정 입구에 버티고 선 두 키에 임꺽정, 고석정과 조화롭진 않다.

학창시절 와 봤던 기억을 더듬어 고석정이 참 멋졌었나를 생각하지만, 40여년의 세월은 공짜로 기차 타고 철원역에 내려 도망치다 역무원 아저씨에게 잡혀 혼났던 '그 때 그 시절' 추억이 더 생생하고 "고석정 멋짐"은 별로 잔상에 없다. 한탄강 예쯤, 기타 치며 노래하던, 캠핑 왔던 곳~ 물고기 참 많이 잡았었는데.

▲ 저기 어디쯤에 솥 단지 걸어 놓고 키타치며 캠핑 하던 생각.

고석정 일주문 앞에 서서 그냥 차안에 잠시 있을까? 내키지 않아 사람들이 줄지어 내려가는 강 쪽을 슬몃 훔쳐보다 에라 예까지 왔는데, 마지 못해 따라 나선다.

▲ 제법 가파른 길 저기 정자가 보인다.

제법 발길 흔적이 쌓인 계단길, 여기가 유명한 영화 촬영지였음을 홍보하는 세련치 못한 표지들로 조금 마음이 언짢았지만 혹여 발을 헛디딜까 정신을 집중해 발을 아래로 내린다.

▲ 철쭉과 어울어진 풍경, 셧터를 바쁘게 한다.

떨떠름, 얼마쯤 내려와 중턱 언저리, 오르는 사람들을 조심하며 한 켠 비켜서서 아래 내려다 본 풍경, 어! 지금 막 분홍 자태를 뽐내며 핀 철쭉들과 어울어진 단애의 절벽과 기암들, 바위와 돌맹이들, 강줄기 따라 펼쳐진 그럴싸한 경치가 내 카메라 셧터를 바쁘게 한다. 사진가들이 좋아하는 구도의 풍경이 펼쳐져 있다.

▲ 설레는 분홍의 철쭉과 조팝 꽃이 먼저 반긴다.

그리고 강줄기 가운데 오도카니 머리에 소나무를 이고 버티고 선 바위 하나, 단박에 혼자서 외로웠겠다는 걱정이 인다. 모진 세월, 구구한 백천 만겁의 시간 속에서 강풍을 견디며 지금의 고석(孤石), 외로운 바위로 탄생 되었을 일생.

문득, 거기 곁에 정자 하는 짓고 고석정(孤石亭), 참 신의 한 수로 누군가 이름 한 번 딱 맞게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 화강암으로 형성된 고석, 임꺽정 굴은 아마 뒷쪽에 있나?

안내판에는 "한탄강 협곡에 우뚝 서 있는 화강암 바위와 일대의 정자를 고석정이라 한다" 라고 씌여 있다. 약 1억년 전 중생대 백악기, 기반암인 화강암 용암이 분출되어 굳고 그 후, 약 54만년전 쯤,

그 위에 좀 무른 현무암 용암이 분출되어 고석을 덮었다가 서서히 현무암이 풍화작용과 강물의 침식작용으로 다시 지표에 들어나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는 설명. 지질공부 다시 해야 겠다.

▲ 바위 위에서 살아 가자니 소나무 철쭉 , 참 기구한 일생이다

문헌을 참고하면 신라 진평왕 때 2층 누각을 건립하고 고석정이라 명하고 왕이 자주 찾았고, 고려 때는 충숙왕이 찾아와 노닐던 곳이라고 한다. 고석정이 더욱 유명해진 건 조선 명종때 임꺽정(林巨正?-1562)의 의적 활동지로 알려져서 이다.

고석 바위에는 임꺽정이 숨어 지내던 굴이 있는데, 이 굴 벽면에는 "유명대, 본읍금만"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한다. 하지만, 바위에 오르는 것이 금지되어 확인하지는 못했다. 현재 2층 정자는 한국전쟁 때 불타 없어져 1971년에 새로 지은 것이란다.

▲1971년에 지어진 고석 정자

<어린신선의 놀이터 속세 도솔천(兜率天)>

철원 평야에서 구름타고 놀던 어린 신선이 무료해서 할배신선이 막걸리 마시며 즐겨 찾던 천상세계 도솔천을 소꿉장난으로 하얀 손 조물 거려 앙증한 금수강산(錦水江山) 만들었나?

▲ 오른쪽 바위 위에 철쭉의 일생, 참 기구하다.

할배 신선 풀붓 훔쳐, 논바닥에 강(江)자 써서 요술로 물길 내고, 고무신 접어 배 띄우고, 배고파 모래 밥 해먹던 자리, 그 소꿉 터에 아직 남아 있는 솥 단지, 그리고 솥 걸대, 그 솥대가 고석(孤石)이 된 게다- 아마 엊그제 장마 때 그 솥 단지 떠 내려가고 삐죽한 솥 걸대만 남았데지.  

▲ 어린 신선의 소꿉 놀이터, 속세 도솔천에서 사람들이 뱃놀이를 하고 있다.

"헌집 줄께 새집 다오" 왼손 덮어 지은 두꺼비 집,  올망졸망 장독대와, 부엌 살림 세간살이,  다 두고 어디 갔나, 세월 따라 다 굳어서 돌 바위 다 되었는데 신선 할배 코로나 걸려 병원 갔다더만, 의료보험 안되어서 다른 나라 이사 갔나?  아주 오래도록 소식이 없다. 어린 신선이 만들어 놓고 떠난 그 속세 고석정 도솔천엔 지금 철쭉 꽃이 붉더이다.

▲ 당신은 지금 외로운가? 이렇게 더불어 함께 살아야 외롭지 않다.

<맺음> 외로움과 고독, 떠나야 낳는 병.  

우리는 이상한 질병 팬데믹으로 혼밥, 혼술, 어쩔 수 없는 타의에 의한 혼자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한 환경에서 외롭고 고독하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그 끝에 절망이라는 막장에 이르러 아무 것도 하기 싫은 자포자기로 시간만 축내는 자신도 모르는 무력증에 시달리곤 한다.

▲ 거리를 두고 혼자 뻣 대면 세상에 태어나 사람으로 사는 재미가 없지.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는 외로움은 내가 남이 필요함에도 "거절 당하는 소외"이고 고독은 타인이 나를 필요로 하지만 그것을 뿌리치고 "자발적 자기 격리"에 드는 것이다.

철학자 틸리히는 "혼자있는 고통이 외로움"이고 "혼자있는 즐거움을 고독"이라고 정의했다. 인연 관계로부터 멀어져 혼자됨이 "외로움"이고 스스로 선택해 나다움을 찾는 긍정의 혼자됨을 "고독"이라고 "설리번"이라는 정신분석 학자가 말했다.

▲ 모나고 잘난 것 없어도 내가 다가서니 어쩌리~

이제 너무도 짧은 봄날, 또 금방 여름이 오겠다. 고석정 고석(孤石)은 너무 잘나 외로운 거고 너는 뭐 잘난 것도 없잖아! 외롭다, 고독하다, 말하지 말고 당장 지인 들께 전화해 이 "사랑하기 좋은 날" 어디든 떠나자. 코로나야 걸려라! 난 상관 없다. 나의 절박한 골방 탈출의 여행을 위하여!

▲ 고석정을 올라와 주차장 이동중 공원 귀퉁이에서 만난 제비꽃

<다음 기행지 세 번째 순담(蓴潭) 주상절리 길>

▲ 3번째 행선지- 주상절리(순담)

 

서울시정일보(bagam@hanmail.net)= 백암 박용신 기자

2022.4.24 취재 2022,5,5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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