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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 해 가두고 싶은 연두의 봄날이 간다.

박제 해 가두고 싶은 연두의 봄날이 간다.

  • 기자명 박용신
  • 입력 2022.05.02 11:33
  • 수정 2022.05.02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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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만인가? 멍울 진 억압의 시간들, 캐 묵은 륙색에 먼지를 털어 메고 잽싸게 또 누가 붙들 라, 그래 고뿔같은 "이 놈에 코로나" 내 쩐내 나는 골방에 가둬 놓고 길을 나선다. 모처럼 맘 퍼진 하루의 설레는 여행! 나는 철원으로 간다. 이 봄날에 찐하게 청순한 연두에 젖어, 두팔 벌여 하늘 땅 만큼, 난 참 아주 볼 것이 많거든. 부라보!

박제 해 가두고 싶은 연두의 봄날이 간다.
 <철원에서의 하루-다시 감사하는 마음으로>

<프롤로그 = 이 봄날에 떠나야 할 이유>[서울시정일보 철원 =박용신기자]

▲ 아직 서툴러 청순한 연두, 그 연두에서 마음의 유연을 담아 그대를 용서하자!
▲ 아직 서툴러 청순한 연두, 그 연두에서 마음의 유연을 담아 그대를 용서하자!

아침, 살아 있음을 감사하며, 창문을 열어 대지에 아슴한 연두를 본다. 수수꽃다리 연분 향이 달려들어 화급한 성욕이 은근 연애를 재촉한다. 기지개 껴 푸름으로 가는 알싸한 버름의 짧은 봄날을 깊게 호흡한다.

입마개 씌워 골방에 가두었던 육신의 방부(잠시 선방에 머뭄)와 고독을 풀고, 이제 떠나야 할 시간, 마음이 숨차게 바빠진다. 

▲ 라일락(수수꽃다리) 그 고혹한 향기, 남자들이 사랑에 빠질 수 밖에.
▲ 라일락(수수꽃다리) 그 고혹한 향기, 남자들이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얼마 만인가? 멍울 진 억압의 시간들, 캐 묵은 륙색에 먼지를 털어 메고 잽싸게 또 누가 붙들 라, 그래 고뿔같은 "이 놈에 코로나" 내 쩐내 나는 골방에 가둬 놓고 길을 나선다. 모처럼 맘 퍼진 하루의 설레는 여행! 나는 철원으로 간다.

이 봄날에 찐하게 청순한 연두에 젖어, 두팔 벌여 하늘 땅 만큼, 난 참 아주 볼 것이 많거든. 부라보!

<첫번째 기행지 도피안사(到彼岸寺)>

▲ 도피안사, 돌담과 어우러진 전각과 느티나무 풍경, 그 안에서 천년고찰에 고급스러움을 만난다

서울을 벗어난 버스는 북쪽으로 꾸역꾸역 달린다. 우리 국토의 최북단, 키 낮은 회색 스레트 지붕 옆으로 아직도 먼지이는 신작로에 가끔 차가 기우뚱 댄다.

멀리 백로 나는  논빼미에 툴툴대며 써레질하는 트렉터, 촌노가 논두렁 다듬다 담뱃대 꼰아 물고, 동무가 그리운 친정 엄마, 지팡이 기대 마실 나서는 고향 마을도 지난다.

▲ 동무가 그리운 친정엄니, 마실 가시는 길에 연산홍이 붉다.

개발이라는 단어가 먼 나라의 이솝우화같은 시간이 멈춰선 철원 거기, 나는 지금 개화산 자락 산사(山寺), 세상 일 피해 도피안사에 왔다.

▲ 도피안사 일주문 옆 오솔길, 자바자박 걷는 재미가 있다.

이름 난 사찰만 찾았던 과오를 짐짓 자책 하며, 지금 막 꽃잎을 떨군 벚나무와 안-녕! 눈 인사를 하고 일주문 앞에 서서 합장 반 배로 경건하게 예를 올리고 사찰에 관문 천왕문으로 향한다. 경사가 완만한 자드락길 옆으로 민들레 꽃들이 반색을 한다.

또 어쩔 수 없이 `잘 봐 주십사` 눈을 부릅뜬 사천왕들께 합장 목례를 하고 경내로 오른다.  

▲ 해탈문- 해탈에 이르기도 전에 민들레가 반긴다.
▲ 사천왕들이 지키는 사천왕문을 지나 해탈문을 통과해야 도피안 언덕에 이를 수 있다. 그런데 두 문 다 현판이 보이지 않는다.

새색씨 조붓 말쑥한 댕기머리 가름자처럼, 잘 비질 된 산사의 오솔길, 와락 육중하게 다가서는 오래된 느티나무, 압도되어 다시 합장 목례를 한다.

천년 고찰 답게 잘 정돈, 배치된 전각들, 혹 주지스님이 비구니 아닐까? 궁금증이 일 정도로 예쁜 가람이 "도피안사" 이름처럼 매혹적이다. 왜 내가 여길 몰랐지.

▲ 경건한 마음으로 머리를 조아려 이 문(해탈문)을 통과해야 비로소 도피안 언덕에 오를 수 있다.
▲ 이 느티나무는 수령 600년 이상으로 보호수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 도피안사(到彼岸寺)
도피안사는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관우리 화개산 자락에 있는 신라시대(865년 제18대 경문왕) 도선국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사찰 안내문에는 "깨달음의 언덕으로 간다"라는 이름에 걸 맞는 문구가 적혀 있다. 

6,25 당시 사찰 전체가 소실됐으나, 다행히 국보로 지정된 철조 비로자나불(국보 제63호)과 3층석탑(보물 제223호)이 남아 보존되고 있다. 

▲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통일신라 국보 제63호)

 

▲ 비로자나불이 모셔져 있는 대적광전

소실 된 사찰은 1959년 군 15사단 이명재 소장과 장병들이 재건하여 군승 주지가 파견되어 관리해 오다 1986년 민간에 이관되어 정부의 지원으로 대적광전 등, 중창불사가 이루어졌고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본사 신흥사의 말사로 관리되고 있다.

▲ 잘 배치된 법당과 요사체, 단아한 건축물이 주는 안정감이 편안한 쉼을 생각케 한다.

사적기(寺蹟記)에 의하면 철조비로자나불을 조성하여 철원에 있는 안양사에 봉안하기 위해  암소 등에 싣고 운반하는 도중, 불상이 사라져 사방을 찾아보니 현재 도피안사에 자리하고 있어 도선국사가 절을 세우고 불상을 모셨다고 하는 설화가 사찰 입구 안내판에 씌여있다.

또한, 화개산이 마치 연꽃이 물에 떠 있는 연약한 모습이기에 석탑과 철불로 산세의 약점을 보완하여 국가의 내실을 다지고 외세 침략에 대비하였다고도 하는...

▲ 수수해서 곁에 서기 좋은 극락보전
▲뒤란 숨어있는 삼성각에 올라 신령들께 무엇을 빌어 볼까?

야트막한 산세 언덕 터에 잘 어울리게 조성 배치된 법당과 전각, 그리고 요사체들, 절제와 조화의 미가 어우러진 단청에서 차분한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수고했을 선각들 안목에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하며 좁은 눈을 크게 떠 아름다운 산사에 풍경을 애써 가슴으로 가득 채운다. 

▲ 스님 시선 끝에는 무엇이 자리해 있을까?
▲ 뒤뜰에 몰래 핀 귀한 산작약도 만나고
▲ 산삼보다 열배 몸에 좋다는 삼지구엽초도 꽃을 피워 나를 반겼다.
▲ 화단에 앵초가 화려하다. 꽃을 가꾼 스님 노고에 감사하며-

이 절은 오래도록 민통선 안에서 출입이 통제되어 인적이 뜸하였던 터라 그래도 제법, 세월의 더께가 고찰 스럽게 배여 있음이 "천년고찰 답다"를 느끼게 한다. 한 사나흘, 아니 열흘, 한 달쯤 이 절에서 마스크 벗고 쉬고 싶다.

▲ 바쁠 것도 없이 잠시 다 내려 놓고 자박, 자박.

<에필로그- 산사에서 유순을 배워 모두 용서하기>
나는 4월의 산사를 좋아 한다. 산사(山寺)로 가는 길, 그 길 위에서 언제나 마음이 설레곤 한다. 산사라는 유유자적한 고샅길 끝에 서서 지금 막 겨울 잠을 깨 서서히 연두에 젖어가는 청순한 나무들의 에테르를 호흡하는 일이 너무 좋다.

산사에서 이름모를 산새소리, 잔기침 섞인 노승에 비음섞인 목탁소리, 독경소리, 들으며 무심에 들고 그 안에서 자연에 연한 연두색에서 마음이 청순해지는 유순을 배우고, 척 졌던 세상에 모든 것들에 대해 "용서하는 일", 내가 산사에 가는 이유다. 오늘도 나는 그대를 용서한다.

▲ 격식없이 같이한 지인들과 함께 나누는 국수 한 그릇- 아! 이 맛, 감사해요.

註 :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

- 모든 부처님의 진신(眞身)인 법신불(法身佛)로 이 부처님은 보통 사람의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광명(光明)과 지혜(智慧)의 갖춘 부처를 말한다. 범어 바이로차나(vairocana)를 음역하여 비로자나라고 한다.

▲ 모처럼 같이한 단체, 회원들과

<다음 기행지-"고석정과 주상절리"로>

- 2년여 갇혀 있던 여행의 목마름, 이제 다시 본격 여행 기사를 시작하며 기다려준 독자들께 "감사합니다"를 전하며...  

서울시정일보(bagam@hanmail.net) =박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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