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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칼럼] 봄날에 응한 어느 재혼 이야기

[섬진강칼럼] 봄날에 응한 어느 재혼 이야기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21.03.25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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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꽃을 보았을 때 생각나는 사람과, 힘들고 외로울 때 생각나는 사람, 둘 가운데 누구를 택하는 것이 좋으냐고 물어왔다.

사진 설명 : 오늘 오전 마음에 담은 복사꽃이다.
사진 설명 : 오늘 오전 마음에 담은 복사꽃이다.

[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아름다운 꽃들이 다투어 피는 봄날을 탓하기엔 좀 애매한 상담에 응했다. 뭐 그렇다고 특별한 건 아니고 재혼을 전제로 몇 번의 소개팅을 했었고, 그 가운데 두 사람과 몇 번 만나 차를 마시는 등 이른바 데이트를 하고 있는데, 문제는 둘 다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한 여자가 여러 남자를 데리고 살든, 또는 거느리고 살든, 일처다부(一妻多夫)가 허용되는 사회도 아니고, 그렇다고 둘 사이에서 연애만을 즐기며 적당히 사는 것은, 그럴 용기도 없거니와 가능하다 하여도, 자신의 현실이 녹록하지가 않고, 그래서 둘 가운데 한 사람을 선택하고 싶은데 그래야 하는데, 이 사람을 점찍으면 저 사람이 더 아깝고, 저 사람을 점찍으면 이 사람이 아까워서 선택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고민 끝에 둘 가운데 누구와 재혼을 해야 하는지 보아 줄 수 있느냐고 넌지시 묻기에, 그거 다 헛것이라고, 관상과 사주(四柱, 태어난 생년월시)로  사람의 됨됨이를 안다는 것 자체가 허황된 이야기이고 사기이니, 실상에서 실물을 직접 확인해 본 후 자신의 마음에 물으면 자신에게 좋은 남자가 누구인지 알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말을 쉽게 하자면, 흔히들 남녀의 사랑과 결혼을 이야기 할 때, 사랑을 모든 어려움을 다 이기고 극복하는 만병통치약으로 알지만, 살아보면 그게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깨닫는 게 이 사랑과 결혼이다.

그래서 애초에 낯선 남녀가 만나서 부부가 된다는 것은, 상대를 향한 각자의 마음이 사랑이라는 이상으로 부부라는 현실을 함께 살아내야 하는 길고 고단한 여정이고, 사랑으로 참아내며 극복할 수 있는 것들 또한 한계가 있는 것이라, 서로 사랑한다면 각자가 사랑하는 그만큼 즉 자신이 사랑한다는 무게와 감당해야 할 현실의 무게를 직접 확인하고 결정을 하라는 것이다. 

이미 결혼도 해봤고 이혼도 해봤고, 자유로운 만남과 연애가 흠이 되고 죄가 되는 세상도 아니므로, 상대와 함께 여행을 떠나 성격은 어떤지 잠버릇은 어떤지 사람에 대한 배려는 어떤지 등등 직접 실물 테스트를 통해서 확인하여 보라는 말뜻은 알겠는데, 마음에 묻고 정하라는 것이 어렵다며, 아름다운 꽃을 보았을 때 생각나는 사람과, 힘들고 외로울 때 생각나는 사람, 둘 가운데 누구를 택하는 것이 좋으냐고 물어왔다.

그래서 되물었다. 아름다운 꽃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무엇이고, 힘들고 외로울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겠지만, 아름다운 꽃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내 마음속 사랑이고, 힘들고 외로울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내 마음속 쉼터이니, 둘 가운데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을 선택하면 될 거라고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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