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칼럼] 꽃들이 만발하는 봄날에 꾼 꿈 이야기
[섬진강칼럼] 꽃들이 만발하는 봄날에 꾼 꿈 이야기
  • 박혜범 논설위원 <hmk0697@hanmail.net>
  • 승인 2020.03.30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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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정일보 박혜범 논설위원] 간밤 꿈속에서 있었던 일이다. 강 건너 과부댁이 모시고 오는 세상을 살리는 귀인을 위하여, 끊어진 하늘 길을 이으며, 천길 깊은 계곡을 건너는 다리를 놓는 공사를 감독하는 책임을 맡았다.

비록 봄밤에 꾸는 꿈속이었지만, 멀리 구림(鳩林)에서 천하의 존망(存亡)을 걱정하며 촌부를 찾아와, 도움을 청하는 백의도인(白衣道人)의 뜻을 받들어, 강 건너 과부댁이 모시고 오는 귀인을 위해, 기꺼이 길을 닦는 일을 맡아 하늘을 괴고 있는 천주(天柱)를 가져다, 거센 물길 가운데 세우고, 양쪽 다리 상판을 잇는 작업을 하는데, 백의도인이 지시하는 대로 하다 보니, 심각한 문제가 벌어졌다.

좌측 절벽에서 중앙 거센 물길 가운데 세워놓은 천주까지 이어진 상판은 누가 보아도 더 없이 튼튼하고 잘 놓였는데, 우측 절벽으로 이어진 상판은 형편없이 좁은 것은 물론 틀어지고 약해서, 강 건너 과부댁이 모시고 오는 귀인이 탄 마차는커녕, 걸어서 건너는 것조차도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어떻게든 건너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그만하면 됐다는 백의도인과, 결코 건너지 못하고 실패할 것이고, 그리되면 각별한 마음으로 일을 당부한 강 건너 과부댁이 실망하여 노발대발하실 것인데, 저야 상관없지만 백의도인께서 그 노여움을 어찌 감당하실 거냐며, 아직 시간이 충분하니 우측 상판을 전면 다시 작업하여, 좌측 상판과 폭과 높낮이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게 해야 한다고, 옥신각신하다 깨고 보니 꿈이었다.

꿈을 깨고 보니 새벽이었고, 비록 꿈이라 하여도 좋은 기미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악몽도 아니니, 기분 찜찜할 까닭도 없지만, 마치 내가 현실에서 조금 전까지 실랑이를 했던 일처럼, 하도 생생하다 보니 쉽게 잊히지가 않았다.

그것이 무엇이든 머릿속이 복잡할 땐 일을 하는 것이 특효라, 아침을 서둘러 먹고 그동안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피우며, 미루어 두었던 주변 화단과 넓은 운동장 잡풀들을 제거하는 등 청소를 하는데, 대밭 절개지에 드러나 있는 나무뿌리를 보는 순간, 간밤 꿈속의 일들이 떠올랐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답이 보여서, 나도 모르게 “이것이었구나!” 하는 감탄이 나와 한바탕 웃고 말았다.

평생을 혜철국사(慧徹國師785~861년)가 제자인 도선국사(道詵國師 827~898년)에게 전한 도참(圖讖)과 비보풍수(裨補風水)를 연구하다 보니, 그래서 얻은 일종의 직업병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따금 꾸는 꿈들이 신기하게 잘 들어맞는데, 오늘이 딱 그런 경우였다.

자칫 흔히 말하는 이른바 천기(天機)가 누설되어 일을 그르치고, 강 건너 과부댁의 노여움을 살까 염려되어, 세상에 공개할 수는 없지만,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으로 담아, 지난 초가을 우중(雨中)에 촌부를 찾아오신 구림(鳩林)의 백의도인에게 보내드리고, 우측 상판을 전면 새로이 제작하는 결정을 할 것을, 꿈이 아닌 현실에서 촉구할 것이다.

끝으로 게재한 사진은 촌부가 섬진강 비룡대(飛龍臺) 마당 가운데 만들어 놓고, 때마다 하늘의 해와 달이 들고 용(龍)들이 승천하는 용연(龍淵)이라 이름을 지은 연못이다.

하늘에서 내린 빗물이 잠시 고였다 사라져버리는 작은 돌에 고인 물을 가지고 어찌 연못이라 하고, 그 물속에 하늘의 해와 달이 어찌 들 것이냐고, 모르는 사람들은 의문하겠지만, 이른바 인연이 있고 지혜로운 사람들은, 이 작은 연못에서 때마다 하늘의 해와 달이 들고, 뿐만이 아니고 바람이 물결을 일으키며 비구름들을 몰아오고, 용(龍)들이 승천하는 모습들을 생생하게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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