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게 나라냐"가 장인(匠人)에 입에서?

"이게 나라냐"가 장인(匠人)에 입에서?

  • 기자명 박용신 주필/논설위원장
  • 입력 2022.01.04 09:26
  • 수정 2022.01.04 11:21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심을 조각하는 이영길 조각장인을 만나다.
임인년 새날, 서울시정일보 특별취재

"이게 나라냐"가 장인(匠人)에 입에서?

불심을 조각하는 이영길 조각장인을 만나다.

<임인년 새날, 서울시정일보 특별 취재>

[서울시정일보 가평= 박용신 기자]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다. 이상한 바이러스가 온 인류를 집어 삼킨 곤혼한 두 해를 보냈다. 대한민국은 새로운 리더를 뽑아야 하는 막중한 기로에서, 국민들을 시험하고 있다. 모두가 골치가 아플 것이다. 과연 올바른 선택은 무엇인가? 또 잘못된 선택으로 5년을 절망 속에서 보내야 할 것인가? 아이고 머리야~ 신년, 새날에 잠시 생각을 내려 놓고 여기 조각 장인에 예술혼, 속으로 들어가 하루를 평안(平安)해 보자.

▲ 이영길 조각장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프롤로그>

북한강물이 거슬러 올라 산골길, 청평 수리새 멱감터에 하얀 물안개 뿌리는 여명에 시간, 이영길(67) 조각 장인은 비로소 작업장 화인공방을 나와 알싸한 개울물에 얼굴을 씻는다. 간밤에 터치한 목조각 부처의 용안이 미명 속에서 하얀 물안개로 실루엣되어 하늘을 난다. 아, 부처여! 두 손 모아 경건한 합장을 한다. 스며드는 마음에 평온! 2022년 새해, 다 잘될 꺼야!  

이영길 조각장인에 작업은 자정이 넘어서야 시작된다. 모든 세상, 생명이 잠이 든 시간, 비로소 앤틱한 수동 커피 그라인더에 한 움큼 커피알을 거칠게 갈아 한잔에 익스프레소로 마시며 작업에 든다. 일반 커피보다 더 볶아져 창밖 묵직한 어둠처럼 터프하게 탄내 배인 커피향이 창호지에 먹물처럼 깊게 공방에 번질 즈음, 비로소 끌 칼을 잡아 작업에 든다.

목각 부처의 혼을 불어 넣는 일, 즉, 나무로 부처를 만드는 것이 이영길 장인의 주된 작업이다.  대왕 붓의 짙은 먹물을 깊게 찍어 화선지에 힘껏 일 획으로 한 일(一)를 긋듯, 끌 칼에 온 정기를 모아 심경일여(心鏡一如) 물아불이(物我不二) 결국 하나의 마음으로 통일된 공(空)이 될 때, 몸은 바로 서고 비로소 손 끝이 거침없이 부처의 콧날, 뺨 선의 부드러움을 표현해 낸다.

▲ 살 떨리는 초 신경 집중의 작업 

살 떨리는 초미의 작업, 자칫 털끝 만큼이라도 칼날이 잘못 나가면 그 동안에 작업이 도로아미타불, 수포로 돌아간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극한의 노고(勞苦), 왜 내가 이 길을 들어섰지? 몇 번을 고뇌에 들어 방황하던 시간들. 삶의 지독한 도로(徒勞:헛수고)와 도로(道路:가야할 길), 평생 먹고 살아야 하는 직업(職業)이라는 멍에, 냉큼, 팽개쳐 버리고 도망가고 싶은, 무엇이 나를 이 길로 인도했나.. 어릴적 어머니 따라 산사(山寺)에 들어 마주했던 노승이 쥐어 준 염주 한 알, 지금도 고이 간직하고 있는... 그리고 창호 문틈으로 새어 비친 불상의 은근한 미소, 그 때부터였으리라. 결국 도망쳐도 또 다시 그 자리.    

외길, 오십 여 성상, 젊음에 패기 속에서 길었던 수련(修鍊), 수행(修行)의 시간들은 수 만번의 손등을 찍는 망신참(亡身懺)에 이르러 혼절의 시간 까지 감내해야 했던, 피덩이진 나무 등걸을 끌어 안고 펑, 펑, 울어도 본, 불가의 보리심(菩提心)을 얻기 까지 인내의 도인(道人)이 되어 결국, 내가 부처가 되어야 하는...

▲ 잠시 짬을 내어 미완의 작품을 돌아 보며..
▲ 잠시 짬을 내어 미완의 작품을 돌아 보며..
 

밤이 으슥해지는 깊은 적막의 시간,  나무는 7~80에서 100년 이상의 은행나무. 삭~, 사 그륵~, 칼끝의 비음들이 더욱 융숭해지며 암묵 속으로 침잠해 들어 바리톤 중 저음, 찬불송이 될 때까지, 겨우 부처의 윤곽이 들어난 건목(조각전문용어) 기초 작업이 끝났다. 나무 말리는 건조의 시간을 거쳐, 다시 집중 또 집중, 칼 끝에 결기와 정기가 공방 안, 묵언과 침묵의 멈춤 시간 속에서 어느덧 불상의 속을 비우는 복장까지, 손길이 쉬임 없는 비상으로 춤을 출 때 즈음하여,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 수리재 승냥이가 "컹~ 커 엉~" 울어 새벽임을 알려 올 때 쯤.  

▲ 불상의 윤곽이 서서히 들어나고 있다.
▲ 불상의 윤곽이 서서히 들어나고 있다.

짐짓, "휴우" 간밤 무슨 일이 있었는가? "철퍼덕" 찰나와 억겁을 넘나든 공(空)의 시간 속에서 처절한 자아(自我)와의 싸움, 한숨을 몰아쉬며 돌아본 작업 연화대, 아! 거기, 나를 닮은 부처께서 빙긋이 웃고 계셨다.

▲  완성되어 불심을 입고 사찰 대웅전에 모셔진 불상
▲ 완성되어 불심을 입고 사찰 대웅전에 모셔진 불상

일개 은행나무가 불상으로 탄생하여 불심을 입기까지 1년 여 365일, 8,760시간이 걸렸다. 이제 각 사찰이나 선원, 그 어느 곳이 건, 중생(衆生)들이 생활하는 처(處), 처(處)에 경배의 대상(對象)이 되어 모셔질 것이다.     

▲ 남양주 봉선사에서 전통문화재 조각전을 열며..
▲ 조각전에 출품된 작품 : 조국통일과 세계 평화를 담고 있다.
▲ 조각전에 출품된 작품 : 조국통일과 세계 평화를 담고 있다.

 

▲  봉선사 전시회 취재 중, 노승들의 가을한정을 만나다.
▲ 봉선사 전시회 취재 중, 노승들의 가을한정을 만나다.

 

<에필로그>

2022년 壬寅年 새날의 새벽, 하얀 싸락눈이 소복소복 내린다. 개울물을 한 움큼 퍼 얼굴을 씻는다. 염화미소 속에서 마음이 맑아졌다. 온 세상 시끄러운 번뇌들이 살아진 여명의 수리재 산촌공방, 합장을 하고 잠시 기도에 들어 일쑤 무심(無心)을 만난다. 순수(純粹)한 숨결이 가슴 가득 채워진다. 그대에게도 이 순수한 여백의 무심을 나누며...

▲ 붓다, 세상에 나투시다.
▲ 붓다, 세상에 나투시다.

 

▲ 해학을 담은 그의 작품

 

▲ 해학을 담은 그의 작품들

<맺음>

<잘 지내는 겨?> 모처럼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다. <응 나? 잘 지내지. 너는?> <나도 잘 지내지..> 언제부터인가 무사(無事)를 확인하는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하루 하루 무사하기를 기원하며 바이러스에 벌벌 떠는 세상, 언제쯤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장인(匠人)은 이대로 가면, 정말 예술인들은 다 죽는다고 했다. 이미 이 정부에서는 기능장 예술인들은 안중에도 없고, 참으로 막막하다 했다. 아! 나도 배가 고픈데 어찌할까? 그랬으면 좋겠다. 이제 오는 3월9일이면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 리더가 탄생한다. 잘 골라 잘 찍어야 겠다. 정말, 네당, 내당, 정당을 떠나 순수한 마음으로 진정 국민을 사랑하는 그러한 대통령! 돌이켜 보면 "이게 나라냐"가 정말 튀어나오는 지난(至難)한 날들...

 

▶ 이영길 조각 장인(匠人)은

서울 신당동에서 태어나 방송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했다. 무형문화재 목조각 장인 이진형에게 기술을 사사 받고 "지정문화재 조각기능 제1726호"이다. 불교미술대전 2회 입선과 단원미술제에도 입선하고 현재 "화인 불교조각연구소" 소장으로 후진 양성에도 매진하고 있다.

작품 불사로는 삼막사 관음전, 연주암, 여수 한산사, 순천 정회사 고불재현, 홍천 수타사, 서산 개심사, 지리산 연곡사 지장전 등이며 특히 최근, 중곡동 용암사에 500나한님들을 모신 불사가 자랑할 만 하단다. 남양주시 호평동에서 최근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수리재길 284 화인공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영길 010-6236-0298

<이 기사는 종교적 이념을 넘어 한 예술인의 혼을 담아 작품을 완성하는 열정을 신년 정초에  독자들에게 전달하여, 힘들더라도 꼭 이 위기의 시대를 이겨 내자는 희망의 취지를 담고자 취재, 등재하였다.>  

 

<서울시정일보 주필 백암 박용신> bagam@hanamil.net

저작권자 © 서울시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